유튜브 광고 차단 제한 팝업 뜨자...차단 앱 '줄줄이 삭제'

조회수 2023. 11. 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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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시청할 때 광고를 보지 않는 법은 다양하다. 가장 간단한 건 유튜브 프리미엄 멤버십에 가입하는 것이다. 동영상을 시청할 때 광고가 일절 등장하지 않으며, 동영상을 저장해 오프라인으로 시청하거나 유튜브 뮤직 프리미엄도 이용할 수 있다.

​부가 혜택에 관심이 없다면 광고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프로그램은 광고 호스팅 서버를 차단하거나 광고 차단 필터가 적용된 DNS 서버로 트래픽을 경유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광고를 숨긴다.

광고 차단 프로그램 사용자에게 나타나는 경고 팝업 (출처 : 레딧 @Reddit_n_Me)

올해 6월, 광고 차단 프로그램이 실행 중인 PC에서 유튜브를 시청했더니 경고 팝업이 나타났다는 사용자가 속출했다. 메시지에는 광고 차단 프로그램을 비활성화하거나 유튜브를 광고 허용 목록에 추가하라며, 계속 광고를 차단할 경우 시청이 제한될 것이라는 내용이 명시됐다. 당시 유튜브는 광고 차단 프로그램 사용자에게 광고를 허용하거나 프리미엄 멤버십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소규모 실험을 전 세계적으로 진행했다고 인정했다.

​이 팝업은 10월 더 많은 사용자에게 나타났다. 광고 차단 프로그램이 설치된 PC에서 크롬 브라우저를 통해 유튜브를 시청하면 경고 팝업이 나타난다. 팝업을 닫으면 동영상을 계속 볼 수 있지만, 경고를 3번 무시하면 유튜브 시청이 제한된다.

광고 차단 vs 유튜브...승자는 '유튜브'

광고 차단 프로그램과 유튜브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할 상황에 놓이자, 많은 사용자가 유튜브를 선택했다. 11월 3일(현지시간) 해외 IT 매체 와이어드(Wired) 보도에 따르면 10월 한 달 동안 수십만 명이 광고 차단 프로그램을 삭제했다.

광고 차단 프로그램 '고스터리' (출처 : Ghostery)

광고 차단 및 개인 정보 보호 프로그램 개발사 '고스터리(Ghostery)'는 10월 들어 자사 광고 차단 프로그램을 삭제한 사용자가 매일 전월 대비 3~5배가량 많았다고 와이어드를 통해 밝혔다. 고스터리 측에서 프로그램 삭제 이유를 묻는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답변자 중 90% 이상이 유튜브 시청이 제한됐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사용자 수가 7500만 명에 달하는 광고 차단 프로그램 '애드가드(AdGuard)'도 불황을 피하지 못했다. 애드가드 구글 확장 프로그램 버전은 평소 하루 약 6000명이 삭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유튜브가 광고 차단 경고 팝업을 본격 도입한 뒤 삭제 수가 급증했다.

​애드가드 관계자는 10월 9일부터 말일까지 애드가드 확장 프로그램을 삭제한 사용자 수가 하루 1만 1000명을 넘었으며, 10월 18일에는 약 5만 2000명에 달했다고 알렸다. 또한 사용자 불만 제보가 시간당 4건꼴로 들어오는데, 이중 절반 이상이 유튜브와 관련됐다며 불만 대응에도 진땀을 빼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광고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사용자 수도 늘었다. 유튜브가 차단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찾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설치해 보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설치 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고스터리는 일일 신규 사용자 수가 프로그램을 삭제한 사용자 수와 비슷한 폭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애드가드 확장 프로그램의 신규 사용자 수는 10월 18일과 27일에 하루 6만 명을 기록할 정도로 급증했다. 또 다른 광고 차단 확장 프로그램 애드락(AdLock)의 신규 설치와 삭제 수도 10월 한 달 동안 이전 달보다 약 3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 차단은 불법 아냐...단, 사용자 제한도 '유튜브 마음'

광고 차단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게 위법 행위는 아니다. 2018년 독일 연방대법원은 광고 차단 프로그램을 사용할지 결정하는 건 프로그램 개발사가 아닌 사용자라며, 개발사가 광고 플랫폼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2016년 국내에서도 광고 차단 프로그램의 제공·배포·사용은 불법이 아니라고 고등법원과 대법원이 판결한 바 있다.

​단, 서비스 제공자가 내건 이용 약관에 따라 제한될  있다. 따라서 유튜브가 광고 차단 프로그램 사용자의 동영상 시청을 제한하는 행위는 약관에 따른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유튜브 외에도 광고를 내건 플랫폼과 웹사이트는 수없이 많다. 그렇다 보니 사용자 입장에서는 유튜브를 보기 위해 광고 차단 프로그램을 삭제하기 난감하다.

몇몇 광고 차단 프로그램에는 예외 처리 기능(화이트리스트)이 있다

이 경우 사용 중인 광고 차단 프로그램에 화이트리스트(Whitelist) 기능이 있는지 살펴보자. 화이트리스트는 일종의 예외 목록으로, 여기에 등록된 웹사이트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광고는 차단되지 않는다. 화이트리스트에 유튜브를 추가하면 유튜브 광고가 차단되지 않아 시청 제한 대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유튜브 광고를 시청하지 않으려면 프리미엄 요금제를 구독하거나 아직 유튜브가 제한하지 않은 광고 차단 프로그램을 찾아 설치할 수밖에 없다.

관계자 "광고 너무 많아 반발심 자극" 분량·빈도 낮출 것 촉구

유튜브가 광고 차단 프로그램 사용자를 제한하기 시작한 시기는 광고 수를 늘리는 실험을 한 시기와 겹친다. 올해 9월 유튜브는 일부 사용자를 대상으로 영상 시청 전에 건너뛸 수 없는 광고를 최대 10개까지 연속으로 송출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기존에 동영상 시청 전 광고가 2편 정도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지나칠 정도로 많다. 일부 사용자는 동영상 시청 도중 건너뛸 수 없는 광고가 나타나는 빈도도 늘었다고 불평했다.

일각에서는 유튜브의 행동이 오히려 광고 차단을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독일 광고 차단 프로그램 개발사 아이오(Eyeo) 관계자는 자체 설문 조사 결과 대부분의 사용자가 광고를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다며, 광고가 너무 많거나 콘텐츠를 가릴 때, 또는 건너뛰기 옵션 없이 6초 이상 광고가 표시될 때 사용자가 부정적인 인상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아이오 측은 사용자가 납득할 수 있는 선을 유튜브가 넘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유튜브가 광고 분량과 빈도를 적절한 수준까지 낮추길 촉구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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