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부친 한승원 작가 “한림원 심사위원들 제대로 사고친 것”
“아직 젊어 몇년 뒤에야 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당혹스러웠다”
“효도 많이 한 딸, 승어부(勝於父)…시적 감수성가진 좋은 젊은 소설가”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노벨상 수상 소식 처음엔 가짜뉴스인 줄 알았다" "한림원 심사위원들이 제대로 사고 친 것이다"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부친 한승원(85) 작가는 딸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너무 갑작스러워 당황스러웠다"며 이 같이 심경을 밝혔다.
한 작가는 11일 오전 11시 쯤 전남 장흥군 안양면 자신의 집필실인 '해산 토굴' 앞 정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딸의 노벨상 수상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무슨 소리냐, 당신 혹시 가짜뉴스에 속아서 전화한 것 아니냐"고 반신반의했던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한 작가는 "어제도 (발표 일정을) 깜빡 잊고 잠을 자기 위해 자리에 들었다가 노벨문학상 발표 기사가 나기 15분 전에야 전화로 소식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언론사 취재기자로부터 수화기 넘어로 딸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처음 접했다고 했다.
한 작가는 "소감을 제대로 들으려면 잘못 찾아왔다. 나는 껍질이다. 알맹이(한강 작가)를 찾아가야 제대로 이야기를 듣지…"라면서도 수상 소식을 접한 순간을 풀어놨다.
한 작가는 "당혹감에 사로잡혔다. 즐겁다고 말할 수도 없고, 기쁘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혹스러웠던 이유에 대해서는 "한림원 심사위원들이 늙은 작가나 늙은 시인을 선택하더라. 우리 딸은 몇 년 뒤에야 타게 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말했다.
장흥 태생인 한승원(85) 작가는 28년 전인 지난 1997년 가을, 과감하게 '서울을 버리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장흥군 안양면 사촌리 율산 마을에 '해산토굴'(海山土窟)이라는 이름의 집필실을 지어 기거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한덕산(해발 200m)을 병풍삼은 토굴 마당에 서면 수문포(水門浦)와 득량만, 득량도, 멀리 고흥반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한 작가는 1968년 등단해 장편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초의', '달개비꽃 엄마', 소설집 '새터말 사람들', 시집 '열애일기', '달 긷는 집' 등을 펴냈다.
한 작가는 "시적인 감수성을 가진 좋은 젊은 소설가"로 딸인 한강 작가를 정의하고 딸의 작품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는 "신춘문예에 등단한 '붉은 닻'은 제목·첫 문장부터 환상적인 아름다움의 세계를 그리고, '소년이 온다'는 시적이고 환상적인 세계를 다루고 있고, '작별하지 않는다'도 환상적인 리얼리즘 분위기로 끌고 간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심사위원들이 아름다운 문장이라든지, 아름다운 세계를 포착했기 때문에 한 세대 위가 아닌 후세대에게 상을 줬다"며 "한림원 심사위원들이 제대로 사고를 친 것이다"고 웃음지었다.
한강은 어떤 딸이냐는 질문에는 "효도를 많이 한 딸"이라며 "아버지보다 더 뛰어난 딸을 승어부(勝於父)라고 하는데 평균치를 뛰어넘기도 힘든데 평균치를 뛰어넘은 아버지나 어머니를 뛰어넘은 훌륭한 딸이다"라고 했다. 그는 '산돌 키우기'에서 '아들딸은 여러 의미에서 아비를 뛰어넘은 승어부(勝於父)의 효도'를 했다고 묘사했다.
한 작가는 그러면서 "딸에게 앞으로도 건강하게 오랫동안 소설을 쓰라고 말하고 싶다"며 한국문학의 '젊은 거장'에 대한 애뜻한 부정(父情)을 내비쳤다. 이와 함께 "딸이 전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다"며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마을잔치 등도 열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소설가 한강(54)은 10일 한국 작가 처음으로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아시아 여성 작가의 노벨문학상 최초 수상이라는 기록도 썼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두 번째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24년 만이다.
한강은 광주시 북구 중흥동에서 태어나 효동초등학교를 다니다 서울로 올라가 풍문여고를 거쳐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그는 주로 '역사적 상처'를 다룬 의식있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2014년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펴내 광주의 아픔을 알렸다. 또 제주4.3사건의 비극에 접근한 '작별하지 않는다'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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