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 머리, 까만 눈의 비너스… ‘작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순수예술·디자인 고루 섭렵한 日 작가
美 다양성 문화 독창적 작품세계 녹여
대중 아닌 개인 초점 과거 팝아트 차이
부산 OKNP 갤러리·신세계百 강남점서
신작 54점 7월 16일까지 관람객 맞이
누구나 한 번쯤 보았을 것이다. 노랑, 분홍 등 명쾌한 배경 위에 간략한 선으로 그린 까만 눈의 여인을. 일본, 미국, 프랑스, 홍콩 등 세계 곳곳에서 전시를 열어 열띤 사랑을 받고 있는 아마노 다케루(天野健)의 작품 ‘비너스(VENUS)’ 시리즈다.

그의 작품에 대해 미술사적인 평가는 ‘팝아트(Pop Art)’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여기지만, 이전 팝아트가 매릴린 먼로와 같이 일반 대중의 획일화한 아이콘을 모티브로 삼은 것과는 달리, 다케루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개개인의 ‘팬덤’과 ‘환상’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제작한다. 그의 여인 이미지의 경우, 만화의 장면들이나 그리스 로마 시대의 조각들, 때로는 걸그룹의 모습을 화면 안에 용해하고 섞는다. 이를 통해 각각 개별적 취미를 찾아 나서는 오늘날의 젊은 세대를 대변한다. 이 점이 바로 먼로 등 대중의 일관되고 통일된 취향을 담아내던 과거의 팝아트와 다케루 뉴아트의 변별점이다.

다케루는 이를 감각적으로 캐치해 리드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하면서, 이를 통해 정치적이거나 종교적 메시지를 드러내기보다는 그와 그를 둘러싸고 있는 개인적 관계, 현실에 대한 이야기만을 다룬다는 점 또한 이런 맥락에서 주목할 만하다. 과거의 팝아트가 고급문화와 하위문화의 경계를 무너트리는 것을 목적으로 출발했지만 결국 고급문화에 편입되어 갈 길을 잃은 것과는 다르게, 다케루는 그의 기반을 명확히 이해하며 이전 선배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는 진실로 젊은 세대 개개인의 취향과 환상을 존중하고 그것을 지표 삼아 새로운 세계를 열어 가고 있다.

다케루는 국내에서도 아트페어를 통해 이미 두꺼운 팬층을 형성한 작가다. 하지만 공식 개인전은 여지껏 한 차례도 없었다. 그 아쉬움을 부산과 서울의 갤러리가 달래고 나섰다. 부산 해운대 그랜드조선 OKNP 갤러리와 서울 신반포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7월16일까지 ‘아마노 다케루’ 전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관람객을 맞는다. 총 54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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