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만찬서 “한동훈 좋아하는 ‘고기’ 준비”…'의대증원·김 여사' 논의는 없었다
‘여야 관계’ ‘체코 순방’ ‘국정감사’ 키워드…민감한 현안 논의는 ‘자제’ 분위기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를 용산으로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 한동훈 대표가 좋아하는 고기를 준비했다"며 갈등설을 불식시키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앞서 한 대표가 요구한 '독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만찬 자리에서도 '의정 갈등' 해소 방안 등 시급한 현안에 대한 논의는 오가지 않아 당내에서 '보여주기식' 만남에 그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尹-韓, '1시간30분' 동안 화기애애 만찬…갈등설 불식 노력도
윤 대통령은 이날 여당 지도부를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으로 초청해 약 1시간30분 동안 만찬회동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한동훈 대표와는 2개월 만에, 신임 지도부와는 첫 상견례를 가진 셈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에 "이번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은 1시간30분가량 진행됐으며 이후 참석자들은 짧은 산책을 했다"면서 "만찬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오후 6시30분 만찬 장소에 도착한 후, 영접을 나와 있던 한 대표와 가장 먼저 악수를 나눴다. 이어 윤 대통령은 추경호 원내대표,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 참석자들과도 인사하며 "여기 처음이죠. 지난주까지만 해도 너무 덥고, 다음 주되면 더 추워져서, 저도 여기서 저녁을 먹고 싶었는데 이렇게 함께 먹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만찬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한 대표를 위한 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착석 후 식사를 시작하며 "우리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노타이 차림으로 진행되는 만찬 메뉴는 한식이었다. 술을 마시지 않는 한 대표를 위해 오미자 주스도 준비됐다.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는 이 자리에서 곧 시작되는 국회의 국정감사 시즌은 물론, 윤 대통령의 체코 방문과 원전 현안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또 여야관계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했다는 전언이다.
윤 대통령은 당의 건의사항을 듣는 시간도 가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체코 방문 성과를 공유하고, 당에서는 추석 민심과 정부에 대한 건의 사항을 전달하며 다양한 채널의 소통을 이어가기 위한 당정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결국 '독대'는 없었다…'親尹 vs 親韓' 신경전은 진행 중
하지만 이 자리에서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인 '의료개혁'이나 여야 관계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구체적 논의가 오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과 함께 '운명공동체'인 여당의 지지율까지 하락 추세인 만큼, 여당에선 이날 만남을 통해 위기 상황을 공유하고 타개책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했다. 한 대표의 독대 요구도 이 같은 취지로 해석됐다.
대통령실에서 사실상 독대 거부 의사를 밝힌 이후 일각에서 '깜짝 회동'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날 두 사람의 독대는 불발됐다. 만찬을 앞두고 한 대표의 독대 요청 사실이 공개되면서 당내 친윤(親윤석열)계와 친한(親한동훈)계 간 신경전이 이어졌다. 친윤계에선 한 대표 측이 대통령실을 압박해 독대를 관철하기 위해 독대 요청을 언론에 노출한 것 아니냐며 불쾌해한 반면, 한 대표는 "여당 대표가 대통령 독대 요청을 한 게 보도되면 안 되는 사실인가"라며 "흠집 내기나 모욕주기 (취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여권 내부에선 이번 회동도 결국 형식적 만남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한 대표가 독대를 통해 의정갈등이나 김건희 여사 문제 등 당정 지지율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대통령에게 전달해야 했는데, 결국 보여주기식 만남에 그치고 말았다"며 "주요 현안과 관련한 양측의 이견차를 실질적으로 좁히는 작업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만찬에는 국민의힘 측에서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서범수 사무총장과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진종오·김종혁 최고위원 등 16명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과 수석비서관 전원을 포함한 12명이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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