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이어 폭염까지...농·어민 마음도 함께 타들어 간다

가축 128만마리 폐사, 작년의 6.5배 수준
닭 등에 특별 영양제, 소방차 동원 물 뿌리기
양식 어부들은 고수온 피해... 기르던 어류 바다에 방류

기록적인 폭우에 이어 한반도를 강타한 폭염 피해로 전국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번 극한 호우로 전국 곳곳에서 축구장 4만여개가 넘는 농경지가 침수되고 ▲닭 145만 5000마리 ▲오리 15만2000마리 ▲돼지 975마리 ▲소 768마리 등 가축 180만 마리가 폐사했는데 이번에는 117년만의 폭염이 한반도 전역을 강타하면서 농어민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집중호우로 폐사한 닭. / 연합뉴

폭염으로 인한 돼지와 닭 같은 가금류 등 가축 폐사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배 증가했으며,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고등어나 오징어 등 국민들이 많이 찾는 수산물의 어획량이 크게 줄었고 광어, 우럭 등 양식장 집단폐사로 수산물 가격도 오르고 있다.

농어민이 키우고 잡은 농수산물을 먹고 사는 국민도 폭우와 폭염이 무섭긴 마찬가지다. 지난번 폭우로 농수산물 가격이 상승했거나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연일 지속되는 폭염까지 겹쳐 가격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30일 행정안전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28일까지 전국에서 128만7694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9만7079마리의 6배에 달한다. 피해액도 167억원을 넘어섰다.

폐사한 가축의 대다수는 더위에 취약한 돼지와 가금류다. 닭 등 가금류가 123만1682마리, 돼지는 5만6012마리가 죽었다.

축산 농가들은 축사에 대형 선풍기와 안개 분무기, 물 뿌리기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지자체 등도 전국의 가금농장 등에 염화나트륨, 염화칼륨 등이 주원료인 ‘고온스트레스완화제’를 긴급 지원하고 소방차까지 동원해 축사에 물을 뿌리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축사 지붕에 물을 뿌리는 차량. / 안성시

한낮 최고 기온이 35도를 훌쩍 넘긴 상황에서 가축이 밀집한 축사 내부 온도는 40도가 넘기 때문이다.

어민들은 바닷물 온도가 30도를 넘어서는 고수온 피해에 노출됐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수온이 빠르게 상승하자 전남 여자만과 득량만, 도암만, 함평만, 제주 해역에 고수온 경보를 발령했다. 고수온 경보는 수온 28도 이상이 3일 이상 지속할 때 발령된다.

전남 함평만 수온은 30.8도를 기록했고 여자만은 29.6도, 여수 군내 인근 해역은 27.9도를 기록했다. 전남의 양식장에서는 고수온에 약한 어류가 양식장에 갇혀 떼죽임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긴급 방류하고 있다.

전라남도에서는 지난 23일부터 여수 지역 6개 어가 양식장에서 기르던 조피볼락 42만 마리를 풀어줬다. 수온 15∼18도 사이에서 잘 자라는 조피볼락은 고수온에 약한 대표적인 어종이다. 수온이 23도 이상 올라가면 먹이 섭취가 저하되며 25도 이상이면 생리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

여수와 고흥, 신안 등 22개 어가 양식장에서 기르고 있는 조피볼락 157만 마리도 차례대로 인근 해역에 방류할 예정이다. 양식장에 갇혀 떼죽음을 당하느니 차라리 어류를 미리 풀어줘 인근 해역 어족 자원이라도 늘리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제주에서는 고수온으로 추정되는 넙치 폐사도 지난해보다 1주일 일찍 발생했다. 지난 24일 서귀포시 대정읍 한 양식장에서 넙치(광어) 2000여 마리가 고수온으로 집단 폐사했다는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천수만 해역에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되면서 충남도도 현장대응반을 가동 중이다. 현장대응반은 관계 기관과 협력을 통해 어류 양식장 먹이공급 중단, 충분한 용존산소 공급, 조류 소통 등 양식 환경 개선을 추진한다. 경남도는 고수온 우려 지역 10곳에 전담 공무원을 지정, 피해 예방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