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 집 앞’까지 진입…거주지 취재는 ‘주거침입’인가?

신승민 2022. 11.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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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동훈 법무장관(왼쪽) 자택’을 찾아간 모 유튜브 매체 취재진(오른쪽) 관련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거주지 취재 행위의 법적 허용 범위는 어디까지인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개인 초상권 및 자택 정보 보호를 위해 모자이크 처리, 사진 출처=연합뉴스, 유튜브 채널 ‘시민언론 더탐사’ 캡처)


■ 아파트 잠입, 현관문 '똑똑'…'거주지 취재' 법적 허용 어디까지?

"똑똑똑, ○○○씨 안에 계신가요? 언론사에서 나왔습니다."
"○○○씨 맞으시죠? 차 타시기 전에 잠깐 말씀 좀 나누시죠."

취재원의 자택 초인종을 누르고 출입문을 두드리는 기자,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잠복해 있다 취재원을 발견하고 쫓아가는 카메라…. 현장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에서 흔히 접하는 장면들인데요.

최근 '한동훈 법무장관 자택'을 찾아간 모 유튜브 매체 취재진 관련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거주지(居住地·현재 거주하고 있는 장소) 취재 행위의 법적 허용 범위는 어디까지인지'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취재원을 무작정 기다리는 소위 '뻗치기' 취재부터, 빌라의 공동 현관 안으로 들어가 자택 문을 사이에 두고 진행하는 '인터폰' 인터뷰까지. 거주지 취재에 있어 '주거침입' 등 범죄가 성립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상황과 장소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 법률 전문가들에게 물어봤습니다.

■ 대법원·변호사 "위요지(아파트 단지, 공동 현관 등) '무단 출입'도 '주거침입' 해당될 수 있다"

우선 '주거침입죄'의 개념부터 알아보겠습니다.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등)는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주거침입죄의 법익(法益·법적으로 보호되는 이익 또는 가치)은 '사적(私的) 생활 관계에 있어서 사실상 누리고 있는 주거의 평온'입니다. 우리 법은 '외부인이 무단으로 주거에 출입할 경우, 주거의 평온이 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얼핏 이해하기에는 '취재원의 집 내부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문제가 될 것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현관문 밖이나 외곽 구역에서 취재를 시도한다면 주거침입죄에 해당하지 않는 걸까요?

대법원 및 법률 전문가들에 따르면, 위요지(건조물에 인접한 그 주변의 토지) 가운데 경계가 있는 아파트 단지 내 역시 엄격히 보자면 광범한 의미의 주거에 포함되기 때문에, 거주자 의사에 반해 무단으로 출입할 시 ‘주거침입’에 해당될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대법원 판례와 법률 전문가들에 따르면, 주거의 범위는 단순히 집 내부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거주자가 이용하는 일종의 '인접 구역'인 '위요지(圍繞地·건조물에 인접한 그 주변의 토지)'도 광범한 의미의 주거에 포함되기 때문에, 거주자 의사에 반해 위요지를 무단으로 출입할 시 '주거침입'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위요지로는 ▲단독주택의 담장 안 마당·정원 ▲공동주택(빌라·아파트 등)의 공동 현관 내부 및 공용 계단·복도·승강기 ▲아파트 단지 안과 동(棟) 내부, 지하 주차장 등이 꼽힙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관련 판결(2021도15507)에서 "다가구용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연립주택·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내부의 엘리베이터, 공용 계단, 복도 등 공용 부분도 그 거주자들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어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사람의 주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장세진 법무법인 법승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거침입죄의 형법상 구성 요건에는 위요지도 포함된다"며 " 예를 들어 자택이 있는 건물의 공동 현관 안으로 무단 진입한다면, 그때부터 주거침입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설령 공동 현관에 비밀번호가 걸려 있지 않고 열려 있어서 들어갔다고 해도, '자기 집'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변호사도 " 단독주택의 경우, 담벼락만 넘어가도 주거침입이 성립된다. 관리가 되고 있는 경계를 넘어가는 경우라면 모두 그렇다"며 "이런 법리에 따라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경비가 되는 가장 바깥쪽 공용 출입문을 들어간 순간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말했습니다.

■ '취재 방식과 내용이 얼마나 정당했는지'가 '처벌 여부, 형량 감경'의 관건

그렇다면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반드시 보도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취재원'의 거주지를 찾아가 취재하는 경우에도 위요지를 침범한다면 '주거침입죄'가 적용될까요?

이에 대해 기자와 통화한 변호사들은 대체로 '취재 목적이 명확했는지, 취재 행위의 수준이 어느 정도였는지, 다시 말해 취재 자체가 얼마나 정당했는지가 주거침입죄 처벌 여부 또는 형량 감경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습니다. 법 적용이 되더라도 일종의 '정상 참작'을 해주는 셈인데, 이를 법률 용어로 '위법성 조각 사유(違法性 阻却 事由·형식적으로는 범죄 행위나 불법 행위로서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도 실질적으로는 위법이 아니라고 인정할 만한 사유)'라고 합니다.

기자와 통화한 변호사들은 대체로 ‘취재 목적이 명확했는지, 취재 행위의 수준이 어느 정도였는지, 다시 말해 취재 자체가 얼마나 정당했는지가 주거침입죄 처벌 여부 또는 형량 감경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예를 들어 취재원이 취재 가치가 충분하거나 범죄 혐의가 명확한 '공인'(公人·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고, 범행 목적이 아닌 취재 목적으로 위요지 등 거주지에 접근해 실례(失禮)가 되지 않는 선에서 취재를 시도했다면, 처벌을 받지 않거나 혐의가 적용돼도 상대적으로 처벌을 가볍게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류재율 법무법인 중심 대표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주거침입에 해당되려면 '범죄 목적'이 있어야 한다. 거주지 접근 목적이 정말 '취재'였다면 주거침입으로 보기 어렵다"며 "다만 취재를 가장(假裝)해 상대방 주거의 평온을 깨려고 했다면 주거침입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득범 법무법인 주한 파트너변호사는 "주거침입을 규정하는 데 있어 대법원 판례가 문제시하는 건 '범죄 목적의 출입'이다. 따라서 위요지에 들어간다고 해서 무조건 다 주거침입이 되는 건 아니라는 뜻"이라며 "기자들이 아파트 단지 안에 들어가 일명 '뻗치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위요지 침범에 따른 주거침입죄를 적용하려면, 그들의 취재 대상이 공적 인물이었는지 등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취재 등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경우라면 위요지에 들어간다고 해도 주거침입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동훈 법무법인 로베리 변호사는 "결국 취재 목적으로 취재원의 거주지를 찾아가는 경우가 법률상 '주거침입죄'에 해당되는지 판단하는 데는, 취재 방식과 취재 내용이 얼마나 정당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과연 어떤 성격의 취재 목적이었는지, 공익적 측면이 있는지, 사회 상규에 합치되는 선에서 진행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전문가 "취재진 스스로 취재 방향 정당했는지 1차적으로 자문(自問)해야"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취재라는 미명하에 취재원 측을 사실상 괴롭히려는 의도라면, 고의적 가해 행위라는 점에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언론학자들은 법적 판단 이전에 ‘기자 등 취재진 스스로 취재 윤리에 비춰 자신들의 취재가 얼마나 정당했는지 1차적으로 자문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따라서 언론학자들은 결국 '취재원의 거주지를 찾아가 취재하는 행위가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얼마나 정당했는지'가 '위법성 조각 사유'를 판단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며, '기자 등 취재진 역시 취재 윤리에 비춰 자신들의 취재가 얼마나 정당했는지 1차적으로 자문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실제로 취재·보도 준칙인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에는 '취재 과정에서 항상 정당한 방법으로 정보를 취득한다' '보도 대상의 사생활을 보호한다'는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김용찬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취재 목적과 상관없는 개인의 사생활, 취재 대상과 무관한 사람들의 삶에까지 개입하는 식의 취재 행위는 지양돼야 할 것"이라며 "취재진 스스로 취재 방향을 먼저 상식적으로 판단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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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민 기자 (ssm0716@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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