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생명까지 만든다는데”…3세대 유전자 가위가 못한 걸 2세대로 성공시킨 국내 연구진 [교과서로 과학뉴스 읽기]
식물 엽록체 유전자 교정 성공
미 농무성으로부터 ‘non-GMO’ 인증
광합성 능력 뛰어난 식물, 질병 치료제 등 활용 기대
‘크리스퍼 카스9’, ‘유전자 가위’, ‘3세대 유전자 가위’, ‘생명공학계의 혁명.’
과학 뉴스를 찾아 읽으시는 분들이라면 약 10여년 전부터 언론에 수시로 등장하는 ‘유전자 가위’를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2012년 3세대 유전자 가위로 알려진 크리스퍼 카스9이 등장하면서 동·식물의 유전자 일부를 교정해 이제껏 지구상에는 없던 새로운 생물을 만드는 연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새로운 연구 결과를 내놨습니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3세대’가 아닌 ‘2세대’ 유전자 가위 연구 결과라는 점입니다. 2세대 가위를 이용해 3세대가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낸 것인데요, 보다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바이오 스타트업 ‘그린진’이 지난주 세계 최초로 엽록체 DNA를 교정할 수 있는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제초제에 저항성이 있는 식물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논문을 ‘네이처 플랜트’에 발표합니다. 그린진은 바이오 스타트업 ‘툴젠’을 창업하기도 했던 김진수 싱가포르국립대 초빙교수(전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 전 서울대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논문은 특히 3세대 유전자 가위가 아닌 ‘2세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먼저 연구 결과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복잡하지만 간단히 표현하면 애기장대 식물을 이용, 광합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의 염기를 교정했습니다. 이를 통해 제초제에 저항성을 가진 애기장대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연구 성과가 의미가 큰 것은 미국 농무성(USDA)으로부터 GMO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non-GMO’ 인증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광합성은 식물 세포 내에 있는 ‘엽록체’에서 일어납니다. 엽록체 안에는 광합성에 필요한 단백질의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DNA가 존재합니다. 즉 식물의 광합성에 영향을 미치는 교정 식물을 만들어 내려면, 엽록체 안으로 ‘무언가’를 넣어 DNA를 교체해야 합니다.
3세대 유전자 가위는 교체하는 데 탁월한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식물을 교정할 때 문제가 하나 있어요. 3세대 유전자 가위의 구현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 엽록체 내부로 들어가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3세대 유전자 가위 구현을 위해서는 특정한 DNA 서열을 인식하는 ‘가이드 RNA’와 함께 ‘카스9’이라는 단백질이 필요합니다. 단백질은 들어갈 수 있는데 가이드RNA가 들어가질 못합니다. 따라서 손쉬운 방법으로 엽록체 안에 있는 DNA를 교정할 수 없습니다.
즉 특정한 단백질이 특정한 DNA를 인식하고 잘라냅니다. 두 방식 모두 많은 발전을 거듭했지만 기술적 난도가 상당히 높고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3세대 유전자 가위는 앞서 정리했듯이 가이드RNA와 단백질을 이용합니다. 1~2세대와 비교했을 때 저렴하고 간편하며 정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이드 RNA는 세포소기관을 뚫고 지나갈 수 없습니다. 식물 유전자 교정 과정에서 크리스퍼 카스9이 가진 한계로 보시면 됩니다. 연구진은 이를 탈렌으로 극복해 냅니다. 3세대 이후 주목받지 못했던 2세대 유전자 가위가 ‘나 아직 살아있어!’라며 반격을 한 셈입니다. 특히 미국 농무성으로부터 GMO가 아니라는 인증을 받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보입니다. 3세대 유전자 가위가 아무리 효율적이더라도 여전히 외부 유전자 사용 등과 관련해 GMO라는 기존의 규제를 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올해 초 탈렌을 이용해 미토콘드리아의 DNA를 교정하는 데 성공한 뒤 학술지 ‘셀’에 관련 성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미토콘드리아와 관련된 질환은 당뇨병, 불임, 뇌졸중 등 다양합니다. 크리스퍼 카스9이 아닌 이유는, 미토콘드리아의 이중 막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향후 이 기술을 기반으로 광합성 능력을 키운 식물을 비롯해 미토콘드리아 관련 질병의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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