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감사 진단] K-배터리소재 빅3, 적정 의견에 숨겨진 회계 리스크

/ 생성형AI(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국내 배터리 소재 산업을 주도하는 포스코퓨처엠과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는 2025년도 외부감사에서 모두 적정 의견을 받았다. 하지만 감사인들은 장부상 수치 이면에 숨겨진 회계 리스크를 예리하게 지적했다. 특히 다음해 매출을 무리하게 선반영하거나 선적 물량을 수익으로 잡는 등의 회계 착시 관행이 실적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포스코퓨처엠, 수익 인식 시점 왜곡 경계

포스코퓨처엠의 감사는 한영회계법인이 맡았다. 이들은 에너지소재 사업의 핵심인 양·음극재 매출 기록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익 인식 시점의 인위적 조정 위험’을 핵심감사사항(KAM)으로 꼽았다.

이차전지 소재는 대부분의 물량이 해상으로 운송된다. 제품 출고부터 고객사에 입고될 때까지 수개월의 시차가 발생한다. 감사인은 이러한 시간적 공백이 실적을 부풀리거나 조절하려는 부정행위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복잡한 무역 조건도 위험 요인이다. 계약 조건에 따라 배에 물량을 싣는 시점을 매출로 볼지, 목적지 도착 시점으로 할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영회계법인은 “규정의 다양성을 악용해 차기 실적을 당겨오거나 해상 물량을 실적으로 둔갑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매출이 실제 물류 이동량과 일치하는지 끊임없이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스코퓨처엠의 하이니켈 양극재 / 사진 제공=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기록 타이밍에 좌우되는 실적

에코프로비엠을 감사한 삼정회계법인은 매출 기록의 ‘타이밍’에 집중했다. 회계 기준상 수익은 제품 출고 시점이 아니라, 제품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이 고객사로 완전히 이전되는 시점에 인식해야 한다고 말이다.

감사인은 고객사별로 상이한 계약 조건과 복잡한 인도 기준을 지적하며 ‘기간 귀속의 적정성’을 문제 삼았다. 큰 규모의 매출을 고려할 때 단 하루 차이(12월 31일과 1월 1일)로 수천억원의 실적이 좌우될 수 있어서다.

경영진이 목표 달성을 위해 수익 인식 시점을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구조적 취약점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감사인은 보고기간 말기 전후의 매출 샘플을 무작위로 추출해 선하증권(B/L)이나 고객사 수령 서명 등을 실제 물증과 대조하는 강도 높은 검증을 수행했다. 현재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적정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에코프로의 주요 배터리 양극재. /사진=유호승 기자

엘앤에프, 전산 시스템 조작 위험 경고

엘앤에프를 감사한 삼정회계법인 역시 수익 인식 과정의 복잡성과 데이터 처리 오류, 인위적 개입 가능성을 핵심감사사항으로 택했다. 국내외 고객사별로 다른 계약 조건과 제품 위치 정보를 실시간 처리하는 과정에서 경영진의 자의적 판단이나 시스템 왜곡이 개입될 가능성을 경계한 것이다.

즉, 장부상 숫자가 실제 물류 흐름을 반영하지 않고 전산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가공된 실적일 수 있다는 의구심을 배제하지 않았다. 감사인은 정확한 파악을 위해 주문부터 매출 인식에 이르는 전산 시스템의 내부 통제 테스트를 실시했다.

삼정회계법인은 “인위적인 실적 조절을 막기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 전문가적 의구심을 가지고 접근했다”며 “결산기 말에 집중된 비경상적 거래들이 전산상 오류 없이 실제 원천 증빙과 일치하는지 엄격히 검증했다”고 전했다.

엘앤에프가 올해 인터배터리 2026에서 공개한 LFP 양극재 / 사진=유호승 기자

‘적정’ 판정, 면죄부 아닌 경고장

배터리 소재 3사가 받은 ‘적정’ 의견은 회계 처리의 형식적 요건을 최소한으로 갖췄다는 의미일 뿐이다. 실적의 내실이나 도덕성을 보장하는 면죄부는 아니라는 것이 회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배터리 업황 불안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실적 조절이 가능한 구조적 취약점은 투자자에게 ‘어닝 쇼크’를 안길 수 있는 위험 요소다. 감사인들은 적정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이를 사실상의 ‘경고장’이라고 입을 모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왜 감사인이 ‘매출 귀속’을 핵심 위험으로 꼽았는지 명심해야 한다”며 “실물 경제와 일치하는 투명한 회계 문화를 정착시켜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호승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