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중독 아들과 이혼한 전처가 내 재산을 노린다면?

강민구 법무법인 진솔 대표변호사 2024. 10. 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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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재산의 안전한 분배·관리 도와주는 ‘유언대용신탁’ 활용법

(시사저널=강민구 법무법인 진솔 대표변호사)

유언대용신탁은 금융기관이 위탁자와 생전에 신탁계약을 맺고 재산을 관리하다가 계약자의 사망 시 계약 내용대로 자산을 분배·관리하는 제도다. 이는 영미법의 신탁법(Trust Law)에서 유래했다. 유언과 가장 큰 차이점은 당사자의 사망 후에도 그 재산의 관리·처분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재산이 상속되면 그 상속인은 상속세를 내고 온전한 소유권을 갖게 된다. 하지만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면 유언자가 신탁기관을 통해 상속재산에 대해 제한을 설정할 수 있다. 예컨대 "내가 죽으면 내 신탁재산에서 나오는 수익을 A에게 매달 500만원씩 지급하고 A가 성년이 되었을 경우 잔여 재산을 일시에 증여하라"는 식의 제한을 설정해 놓는 것이다.

상속 시기와 지급액도 설정 가능

영미법의 신탁법에서 규정한 대표적인 유언대용신탁은 '낭비자 신탁(Spendthrift Trust)'이다. 이는 낭비벽이 심한 사람들을 위한 제도다. 예컨대 아들이 하나 있는데 이 아이가 도박을 너무 많이 한다든가, 씀씀이가 심해 돈을 낭비한다든가 하는 경우가 있다. 죽음을 앞둔 부모의 처지에서 유산을 한꺼번에 물려주면, 아들이 몇 년 안에 재산을 탕진해 노숙자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때 부모는 금융기관에 자기 재산을 신탁한 뒤 생전에는 수익자를 자신들 이름으로 해놓다가, 나중에 사망하면 신탁재산에서 나오는 수익이나 원금을 매달 500만원씩 아들에게 지급하도록 신탁할 수 있다.

이 밖에 미성년자가 물려받은 상속재산을 후견인이나 친권자가 멋대로 사용할 가능성이 우려될 때도 유언대용신탁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예컨대 이혼한 부부가 있는데 부인이 불치병에 걸려 자식에게 재산을 상속하려 한다. 그 자식이 미성년자면 친권자인 전남편이 법정대리권을 행사하면서 그 재산을 자기 재산처럼 마구 유용할 수 있다.

이 경우 부인은 유언대용신탁에 자기 재산을 신탁하면서 '내가 죽으면 매달 300만원씩 아들에게 지급하고, 아들이 30세가 되면 다 지급하라'고 유언을 남길 수 있다. 낭비자 신탁과 유사한 구조인데 아들이 낭비벽이 없더라도 미성년자인 경우 친권자의 간섭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유언대용신탁은 생전에 자신의 사후에 있을 여러 가능성까지 고려해 자기 재산을 효율적으로 미리 처분한다는 의미에서 상속보다 훨씬 다양하고 유연하다.

나아가 자식이 사망하거나 70세가 될 때 손자에게 나머지 재산을 지급하라고 신탁할 수도 있다. 이를 '수익자연속신탁' 이라고 한다. 이 역시 유언대용신탁의 일환이다. 수익자연속신탁의 경우 재혼한 부부에게 매우 유용하다. 예컨대 각각 자녀가 있는 남녀가 재혼했는데, 남편의 자식은 전처가 키우고 남편은 새로운 배우자 및 의붓아들과 함께 사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이때 남편은 자기가 죽으면 현재의 재혼 아내에게 자기 재산 일부를 상속하게 된다.

하지만 그 후 재혼 아내마저 사망하면 그 재산은 의붓아들에게 다시 상속된다. 그런데 남편 입장에서 재혼 아내에게 재산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의붓아들에게까지 재산이 넘어가는 것은 원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유언대용신탁을 이용해 자신이 죽으면 재혼 아내에게 매달 500만원씩 지급하고, 재혼 아내가 죽으면 그 잔여 재산을 자기 친자식에게 지급하도록 할 수 있다. 이처럼 유언대용신탁은 상속인의 사망을 대비해 제2, 제3의 상속인을 설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미성년 상속인이 일정 연령에 도달할 때 상속받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금융사와의 신탁계약으로 유언을 대체할 수 있으며, 생존해 있을 때부터 자산신탁이 가능하다. 또 금융회사가 존재하는 한 신탁이 유효하고, 금융사가 파산할 때도 신탁자산은 신탁법에 의해 보호된다. 2012년 7월부터 개정 신탁법이 발효되면서 민법에서 허용하는 다섯 가지 유언 방식(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외에 유언대용신탁도 유언의 효력을 갖추게 됐다. 그 법적 근거로 신탁법 59조에 유언대용신탁, 동법 60조에 수익자연속신탁 제도가 신설됐다.

유언대용신탁이 가능한 자산은 금전과 부동산, 증권 등 매우 다양하다. 통상 부동산의 경우 유언대용신탁 제도를 이용하려면 자산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 돼야 실효성이 있다. 신탁 관리비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전이나 증권의 경우 이런 비용이 많이 들지 않고 오히려 이를 투자상품과 연계해 운용할 수 있다.

현금·증권은 신탁하면 투자운용 가능

이 때문에 증권사의 유언대용신탁을 이용하면 고객이 기존의 증권 거래 계좌를 통해 투자자산을 운용할 수 있다. 또 사후에 지정된 수익자에게 상속재산을 분배할 수 있다. 현재 많은 은행과 증권사가 유언대용신탁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향후 해당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이러한 유언대용신탁 제도가 유류분 제도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영미법의 경우 유류분 제도가 없으므로 신탁 제도를 이용하는 데 지장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유류분 제도가 남아있다. 이 때문에 유류분권자와 신탁수익자 사이의 법적 다툼이 불가피하다.

향후 이 문제는 유류분 제도 존폐와도 직결되는 것이어서 법조계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유류분 제도에 대해 일부 위헌 및 일부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향후 입법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강민구 법무법인 진솔 대표변호사

강민구 법무법인 진솔 대표변호사 약력

△고려대 법학과 졸업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LL.M.) 졸업 △제31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21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제 33회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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