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삼겹살, 절반이 비계’ 논란…‘비계 비중’ 모호한 기준 탓

정유미 기자 2023. 3. 13.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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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반품·환불…진화 나섰지만 신뢰 회복은 미지수
삼겹살데이를 맞아 소비자가 구입한 도드람 한돈 삼겹살 제품.
쓱닷컴 “검수 미흡” 사과, 5000원 보상…롯데·이마트 “품질관리 강화”
유통 업체별 자체 기준 있지만 ‘고객 취향 제각각’ 이유로 공개 꺼려
‘고기·비계 비중’ 표준 지침 없어…‘정부 차원 재발 방지책’ 목소리도

유통업계가 ‘반값 삼겹살의 절반이 비계’(경향신문 3월9일자 16면 보도)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진화에 나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쓱닷컴은 삼겹살데이 비계 논란과 관련, 일부 과지방 상품에 대해 반품·환불조치와는 별개로 쓱닷컴 머니를 5000원씩 제공했다. 쓱닷컴은 지난 10일 “주문 물량이 증가해 일부 상품의 검수가 미흡한 상태로 배송됐다”며 “상품 매뉴얼 재검토 등 검수 절차를 더욱 강화하고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면서 개별적으로 적립금 5000원을 지급했다.

이마트는 삼겹살 관련 고객불만 방지를 위해 단계별 품질관리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협력사 생산 단계부터 이마트 상품의 생산 기준을 명확히 하고, 삼겹살데이 등 대규모 행사 시에는 직접 생산 현장을 방문해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체 축산물 가공, 포장센터인 미트센터에서는 상품 생산 시 과지방 상품을 집중 선별, 매장 내 최종 진열 과정에서도 다시 한번 검수 검품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롯데마트도 “삼겹살의 지방 비중 기준은 30% 이내”라며 “앞으로 판매하는 삼겹살 중 검수하는 비율을 기존 30%에서 50%까지 상향 조정하는 등 이번 이슈를 계기로 엄격하게 상품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일관된 품질의 돈육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지방손질 기준 등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다”며 “농·축산물, 낙농 및 유가공품, 김치·젓갈 등 신선식품 전 품목에 대해 소비자가 만족하지 못할 경우 100% 교환·환불해 주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지만 삼겹살의 경우 ‘고기와 비계 비중’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이번 논란과 비슷한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대형마트들이 각각의 기준을 두고 있지만 공개하기를 꺼리고 있다.

육류 등 신선식품의 경우 반품이 들어오면 재판매할 수 없는 데다, 맛있게 소비한 뒤 환불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도 더러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삼겹살의 경우 지방이 가장 두꺼운 부분을 기준으로 껍질 없는 삼겹살(박피)은 1㎝ 이하, 껍질 있는 삼겹살(미박)은 1.5㎝ 이하로 상품화하고 있다”며 “고객 취향이 제각각인데 불만이 쏟아질 경우 타격을 피할 수 없어 솔직히 공개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돼지고기는 도축할 때 등지방 두께 등을 품질 평가등급에 반영하고 있지만, 삼겹살과 목살 등 부위별 판정기준은 따로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우 유럽이나 미국 등과 달리 삼겹살을 즐겨 찾는 만큼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식품학회 관계자는 “육안으로 삼겹살 지방을 관리하기 때문에 비곗덩어리를 교묘히 숨기는 눈속임 상술을 근절하기는 사실상 힘든 구조”라며 “정부 차원의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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