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접해도 사생활 노출 최소화...문 열면 마당 펼쳐진 2층 단독주택

마당은 자연이 준 선물, 방보다 더 중요한 공간단독주택,
마당 유무따라 가치 차이 커질 것

[땅집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집에서 할 게 너무 많아졌죠. 맞벌이 부부라면 각각의 업무 공간을 비롯해 사적인 휴식, 취미 활동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고 가족 구성원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이 공존하면서도 사생활을 보호받는 집을 설계해 달란 의뢰가 늘었습니다. 방의 쓰임에 대해서도 다양한 요구가 있는 가운데, 무엇보다 ‘마당’이라는 공간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마당을 얼마나 많이 설계하고,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주택 내부 공간의 활용도가 크게 뒤바뀌기 때문이죠.”

[땅집고] 홍만식 리슈건축 대표가 직접 설계한 경기 하남시 단독주택 화풍운재 내부 마당 모습./ 리슈건축

경기 하남시에 있는 단독주택 ‘화운풍재(花雲風齋)’는 홍만식 리슈건축 대표가 직접 거주할 목적으로 설계한 집이다.

홍 대표는 꽃과 구름, 바람 소리가 오감을 만족시키는 이곳에서, 오랜 염원이었던 단독주택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홍만식 리슈건축 대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는 주거공간에 꼭 필요한 필수 공간이 되어가고 있지만, 마당을 갖춘 집은 최근 들어 점점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며 “주거공간 사이사이에 마당을 잘 배치하면, 훨씬 더 다채로운 기능을 하는 집이 탄생한다”고 했다.

홍만식 대표는 2006년 리슈건축을 설립한 이후 예비 건축주들과 설계·시공 정보 등을 공유하면서 실패하지 않는 집짓기를 위한 해법을 제시해왔다. 저서로는 ‘상가주택 짓기’, ‘마당 있는 집을 지었습니다’ 등이 있으며 최근 ‘지붕 없는 방’을 출간했다. 홍 대표는 오는 10월10일 시작하는 땅집고 건축주대학31기에서 강연한다.

<건축 개요>
위치 : 경기 하남시
대지면적 : 260.80㎡
건축면적 : 130.07㎡
연면적 : 258.18㎡
용적률 : 76.24%
건폐율 : 49.87%

[땅집고] 단독주택 화풍운재를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 리슈건축

-본인의 집을 직접 설계한 이유는.

“설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예전부터 우리 가족이 살 집도 짓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어요. 그래서 자녀들이 어렸을 때부터 여러 부지를 보러 다니곤 했죠. 아파트, 타운하우스 등 전부 살아봤는데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경험들과 비교하면 항상 조금씩 부족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특히 가족 구성원 여럿이 살다 보니, 동선이 얽혀 마음 편히 지낼 수 없다는 단점도 있었죠. 그래서 우리 가족만의 맞춤형 주택을 짓고 싶다는 열망을 늘 품고 있었고, 드디어 실현하게 됐어요.”

[땅집고] 단독주택 화풍운재 전경./ 리슈건축

-여러 지역 중, 경기 하남에 터를 잡았는데.

“집을 투자의 개념으로 보러 다니기보다는, 살기 좋은 곳 위주로 다니다 보니, 공원을 끼고 있는 이곳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보행로가 있어서 채광 면에서 유리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있었죠. 기존의 주 생활권이 서울시 강동구였다는 점도 한 몫 했고요. 근처에 지하철이 들어온다는 소식도 있어서 자녀들이 대중교통으로 편하게 오갈 수 있겠다는 장점도 있었어요.”

-중정이 인상적인데, 이 집에서 역할이 있다면 무엇인지.

“예전부터 단독주택 마당의 역할에 대해 수없이 많이 강조한 편이에요. 마당을 둔 단독주택과 그렇지 않은 단독주택의 차이는 매우 크다고 생각해요. 실제 이곳에서 살아보니 그런 부분들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져요. 건축가로서 어떤 집을 설계할 때 ‘아, 이렇게 마당을 활용하겠구나’ 정도는 인식하지만, 그 이상의 것은 직접 그곳에 살아보지 않고서는 모르잖아요. 잘 설계된 마당은 단순히 관망의 대상이 아니라, 자주 이용하게 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는데, 화운풍재의 마당 역시 수시로 드나들며 마당을 통해 자연이 주는 다양한 산물을 느낄 수 있어 만족감이 높은 편이에요”.

[땅집고] 단독주택 화풍운재의 마당. / 리슈건축

-집에서 주로 머무는 공간은 어디인지.

“응접실과 제 집무실이 있는 1층에 있을 때가 많아요. 특히 집무실은 현관문을 열자마자 왼쪽에 자리하고 있어서 외부 손님들이 다른 가족의 주거 공간을 통하지 않고 바로 방문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이 특징이죠. 특히 낮은 좌식 테이블을 설치해서 바로 맞닿아 있는 중정의 풍경을 사시사철 즐길 수 있어 더욱 좋고요. 무척 애착이 가는 장소이다 보니, ‘질문을 묻고 의견을 듣는 방’이라는 의미에서 ‘문문(問聞)정’이라는 이름을 따로 짓기도 했어요. 1층 안쪽으로는 중정과 외부 테라스를 동시에 접하는 응접실이 있는데, 가족 모두가 모여서 식사를 하거나 외부 손님들이 많이 찾아왔을 경우에는 이곳에서 미팅을 하기도 하죠. 때로는 아내의 작업실로도 활용하고요.”

[땅집고] 화풍운재 1층 집무실. / 리슈건축

-최근 단독주택 설계 트렌드를 설명해달라.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방에 쓰임에 대한 건축주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있다. 맞벌이 부부나 재택, 사업을 하는 경우 업무 공간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또 주방 공간은 밥만 먹는 것이 아니라 손님을 응대하고, 다양한 업무를 보는 복합적인 공간으로 중요도가 높아졌다. 거실을 2층 침실쪽으로 작게 빼고 주방을 거실처럼 쓰는 경우도 많다. 또 손님맞이를 하면서도 다른 가족 구성원은 마치 다른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히 쉴 수 있도록 공간 분리가 잘 되어 있는 집에 대한 요구가 높다. 마당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글 = 홍예지 프리랜서 기자,
정리 =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