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부트 이슈가 불붙인 메이플 개선의 촛불

최은상 기자 2023. 2. 2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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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불템'으로 인한 불합리한 성장 및 극상위권에 치중된 콘텐츠 해결 요구 

넥슨 MMORPG '메이플스토리'는 최근 리부트 서버 이슈로 인게임 안팎으로 시끌시끌하다. 교환불가 아이템 증가로 인한 불합리한 성장 구조 및 거래의 장점 감소, 극상위권에 치중된 업데이트가 불만의 가장 큰 원인이다.   

강원기 메이플스토리 디렉터가 지난 16일 방송에서도 강조했듯이 리부트 서버는 유저 간 거래를 제한하고 장비를 스스로의 힘으로 획득 및 강화시키는 RPG 본연의 성장 재미를 지향하는 서버다.  

일반 서버와 리부트 서버는 시스템과 과금 구조 면에서 차이점이 많다. 아예 다른 게임으로 평가하는 유저도 적지 않다. 성장 구조가 다를지언정 동일한 성장 방식, 콘텐츠를 공유하는 만큼 두 서버를 완전히 다르게 보긴 어렵다.

지난 2021년 간담회 이후 리부트 서버는 꾸준히 개선돼 왔다. 최종 데미지 상향, 보스 보상의 개인화 등 성장 경험을 저해하는 요소를 대거 개편해왔다. 그 결과 일반 서버에 비해 월등한 성장 효율을 보이게 됐다. 

결과적으로 일반 서버는 리부트와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큐브, 주문서 등 장비 강화에 많은 캐시가 필요한 일반 서버는 돈을 쓰지 않아도 성장 기대치가 높은 현재의 리부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현재 메이플스토리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리부트 너프해야 한다", "일반 서버의 과금 모델을 개선해야 한다"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아울러 그동안 유저들이 참고 있었던 각종 불만들이 한 번에 폭발하며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유저들이 운영진에게 바라는 요구사항은 불합리한 성장 구조 개선과 극상위권에 치중된 콘텐츠 다양화, 두 가지로 압축된다. 문제는 현재 메이플스토리 업데이트 방향성으로부터 기인한다. 더 나은 게임이 되기 위해서라도 시간을 들여 개선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 '교불템'으로 인해 망가진 계단식 성장 구조와 거래의 장점

장착 시 교환 불가 장비인 '교불템' 수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계단식 성장은 RPG 게임의 가장 이상적인 구조다. 유저의 노력에 대한 성과가 명확하면 시간과 비용이 쌓여 지속적인 성장을 만든다. 이는 "어제의 나보다 강해질 것이며 지금의 노력은 언젠가 더 높은 고지를 정복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란 희망을 품게 만든다.

건강한 성장 구조는 유저들이 게임 플레이 계속할 목표와 동기를 제공한다. 반대로 동일한 패턴이 반복되거나 만족감이 약해질수록 의욕을 잃고 포기하게 된다. 그렇기에 중간중간 변화도 있어야 한다.

현재 메이플스토리는 계단식 성장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는 메이플스토리의 업데이트 방향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소위 '교불템'이라고 말하는 교환 불가 아이템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장비를 제작하는 과정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재 메이플스토리에서 완성된 장비를 만들기 위해서는 스타포스, 잠재능력, 추가 옵션, 주문서 등 많은 시간과 재화가 요구된다. 바꿔말하면 계단식 구조의 평지 구간이 매우 긴 편이다.

잠재능력, 스타포스, 주문서, 환불 등 완벽한 장비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재화가 필요하다 

불과 몇 년 전 메이플스토리는 일부를 제외하면 완성된 아이템 대부분 거래가 가능했다. 그렇기에 유저가 많은 시간과 재화를 투입하더라도 훗날 이를 판매해 스펙업을 위한 밑거름으로 재활용할 수 있었다. 평지가 길더라도 더 먼 미래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지난 '칠흑의 보스 장신구 세트'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장비가 '교환 불가' 제약이 있는 상태로 출시됐다. 장비 하나를 제작하는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은 다음 스펙업을 위해 사용될 수 없게 됐다. 장비 하나에 필요한 재화가 모두 '매몰비용'이 된 것이다.

유저들은 깊은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매몰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장비를 하나 맞추게 되면 다음 스펙업까지 얼마나 걸릴지 가늠할 수 없게 됐다. 결국 교불템으로 인해 유저들의 성장 그래프는 평지 구간이 기하급수적으로 길어지게 됐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여명의 보스 장신구 세트'가 나오며 유저들의 불만은 더욱 증폭된다. 단계적인 장비 성장 경험 제공의 취지로 지난 2021년 'DESTINY' 업데이트에서 추가된 여명 세트가 교환 불가로 나왔기 때문이다.

단계적인 장비 성장 경험 제공을 위해 출시된 여명의 보스 장신구 세트 

이전 메이플스토리의 장비 성장 구조는 보스 장신구 세트를 시작으로 최종적으로 칠흑 장신구 세트로 최종 완성됐다. 하지만 보스 장신구와 칠흑 장신구 사이 간극이 매우 넓기 때문에 그 사이 '오션 글로우 링', '라이징 썬 펜던트' 등 고효율 '교환가능(교가)' 장신구를 착용했다.

칠흑 세트를 한 부위씩 맞추게 되는 시점에서 교가 장신구를 판매하고 그 메소를 스펙업 자금으로 사용했다. 당시 교가 장신구는 '놀긍', '놀장' 등 당시 희귀 주문서로 강화했을 때만 효율이 좋은 문제가 있었다. 그런 만큼 워낙 시세가 높았고 대부분의 유저는 이를 사용할 수 없었다.

이 상황을 해소하고 보스 파밍의 동기부여를 제공하고자 나온 것이 여명 세트다. 보스 세트와 칠흑 세트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장비다. 그런데 중간다리 아이템이 교불로 출시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간다리 장비를 맞추게 되면 최종 장비인 칠흑 세트를 맞추는데 곱절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됐다.

일반 서버와 다르게 여명 세트는 리부트 서버에서 거의 완벽한 계단식 성장 구조를 보였다.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수급이 불가능한 리부트에서는 언제 획득할지 알 수 없는 칠흑 세트 이전 거쳐갈 수 있는 중간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더욱이 '먹자' 등을 통해 초반부터 획득하여 장비를 맞추기 시작하면 칠흑을 맞추기 전까지 두고두고 사용할 수 있었다.

이는 유저들에게 역차별 받는다는 느낌을 줬다.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었던 일반 서버는 교불템으로 인해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했다. 캐시 재화 없이 장비를 제작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 리부트보다 나은 점이 사라진 것이다.

이는 메이플스토리 경제 흐름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예전에는 장비가 순환됐다. 교복을 물려 입는 것과 비슷하다. 이제는 교불템이 워낙 많아지며 이전 장비를 그대로 갖고 있는 소위 '평지' 구간이 길어지며 흐름이 끊겼다. 한 번 장착해버리면 팔 수도 없으니 장비 능력치에 대한 눈높이마저 올라가는 것은 덤이다. 

현재 교불템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메이플스토리의 숙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시스템, 과금 모델 등 다양한 고려 사항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단순히 교불템을 교가로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그렇다고 어느 한 서버의 수치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다.

메이플스토리 운영진은 단순히 교불템을 교가로 바꿔달라는 말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유저가 박탈감을 느끼는 현 메이플스토리의 성장 구조를 개선하는 것에 포커싱을 맞춰 업데이트를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콘텐츠 체감 미미, 극상위권에 치중된 업데이트 

신규 보스 '카링'과 왜 싸우게 됐는지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다. 

극상위권에 치중된 업데이트 콘텐츠는 답답한 성장 구조와 맞물려 현 상황을 악화시켰다. 지난 2019년 이후 총 일곱 차례 대규모 업데이트가 있었지만 이를 즐길 수 있는 유저는 결과적으로 극소수였기 때문이다. 

메이플스토리의 2부 '그란디스'의 첫 시작 지역 '세르니움'의 길뚫기를 완료한 유저는 전체 유저 중 1.7%를 밑돈다. 다양한 지역과 보스 등을 업데이트해왔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은 이를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보스에서 두드러진다. 성장 그래프에서 평지 구간이 길어지면서 '세렌', '칼로스', '카링' 등 신규 보스는 그림의 떡으로 전락했다. 신규 콘텐츠가 업데이트됐지만 도전조차 할 기회가 없으니 '없데이트'가 된 셈이다. 

많이 완화되었다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260레벨 달성 후 세르니움에 당도한 유저는 100명 중 2명도 되지 않는다. 달리 말하자면 지난 2019년부터 업데이트 해온 콘텐츠 대부분은 고작 2% 유저를 위한 패치였을 뿐이다. 

그란디스 초입 지역부터 달성 유저는 극소수다 

현재 콘텐츠는 시간뿐만 아니라 콘텐츠 난이도에 적합한 스펙을 구비하기까지 필요한 캐시 재화의 절대적인 양도 문제다. 결국 유저들은 다시 리부트 서버와 비교하기 시작했다. 시간과 캐시 두 가지 모두 필요한 일반 서버와 다르게 리부트는 시간만 투자하면 끝이기 때문이다.

2021년 말부터 다양한 스트리머와 유튜버를 필두로 리부트 서버에서 검은마법사까지 도전하는 콘텐츠를 진행했다. 게임이 직업이라서 많은 시간을 들인 것은 분명하지만 1년 만에 검은마법사를 정복하며 화제를 모았다.

일반 서버는 단순히 시간만 들인다고 아무나 검은마법사까지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스펙업에 필요한 시간뿐만 아니라 캐시 재화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일반 서버 유저들은 성장 구조뿐만 아니라 콘텐츠에서까지 박탈감을 느꼈다. 

처음에는 난이도 분리 출시를 요구했다. 대부분의 MMORPG의 레이드 콘텐츠는 난이도가 분리되어 나온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파이널판타지14', '로스트아크' 등이 그러하다. 이를 그대로 메이플스토리에 적용시키기도 어렵다.

사례로 든 게임은 '만랩부터 시작'인 게임이기 때문이다. 위 게임들은 스펙은 달라도 모두가 콘텐츠를 동일하게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메이플스토리는 레벨업이 곧 콘텐츠인 게임이다. 콘텐츠가 레벨에 따라 순차적으로 개방된다. 그렇기에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래서 유저들이 생각해낸 것이 지난 검은마법사 출시 때 당시 진행한 '연합' 이벤트다. 레벨과 관계없이 스토리를 체험하고 일정 보상을 획득할 수 있었던 연합 이벤트는 이상적인 콘텐츠 모델이다. '길뚫기'와는 별개로 유저들이 스토리를 체험하고 신규 보스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자는 의견이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번거로운 작업이긴하지만 성장이 조금 느리더라도 신규 콘텐츠를 즐길 수만 있다면 현재 유저가 느끼는 콘텐츠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anews9413@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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