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실한 집안이었는데…父에 '게이 포르노' 들켰다는 美 배우
[서울=뉴시스]황소정 인턴 기자 = "할리우드 액션 영웅 루크 에반스가 여호와의 증인 집안서 게이로 성장한 사연"
26일(현지시각) 가디언은 이 같은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며 영국 출신 배우 루크 에반스(45)의 회고록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와 '호빗' 시리즈로 국내에서도 알려진 에반스는 최근 자서전 '보이 프롬 더 밸리(Boy from the Valleys)를 선보였다.
에반스는 영국 웨일스 남부 작은 마을의 독실한 여호와의 증인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는 중학교에 진학할 무렵부터 자신의 게이 정체성을 깨닫고 있었지만, 그것을 말하는 순간 공동체에서 추방될 것을 알고 있었기에 여호와의 증인 신자로의 삶을 살아갔다.
어린 시절에 대해 그는 "어머니의 사랑으로 가득했다"며 "엄마는 폴로 사탕을 뇌물로 주면서 당근이나 완두콩을 먹게 했다. 내가 까다로운 식성으로 음식을 먹지 않을 때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준 사람이 바로 엄마였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좋은 추억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부모는 아들에게도 종교를 강요하며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주말에도 아들과 함께 낯선 집의 문을 두드리며 포교 활동을 했다.
에반스는 "여름방학 때면 그런 일들이 더 자주 일어났다. 수요일엔 3시간, 금요일엔 온종일이었고 주말에도 해야 했다"며 "우리가 하려는 말을 그들이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 무서웠다. 싫었다"고 회상했다.
중학교 시절 성적 정체성을 깨닫게 됐다는 그는 침실에 있던 게이 포르노와 소설을 아버지에게 들키기도 했다. 당시 에반스의 아버지는 이렇다 할 언급 없이 그것들을 불태워버렸다.
에반스는 어머니에게 "자신의 물건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지만, 어머니는 아들의 성적 취향에 대해선 알고 싶지 않다며 끔찍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에반스는 "수업 시간에 누구도 내 옆에 앉고 싶어 하지 않았다. 쉬는 시간에도 함께 어울릴 친구가 없었다"며 "어린아이가 '나는 뭐가 문제일까'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마치 내가 더럽고 병에 걸린 것처럼 느껴졌다. 내 목소리 때문일까, 아니면 내 성격 때문일까. 나에 대해 계속 분석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오랜 시간 성 정체성을 숨긴 이유에 대해 "내게 중요한 건 부모님뿐이었다. 행복해지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었고, 부모님을 잃을까 봐 걱정했다"고 밝혔다.
에반스는 16세 때 집을 떠나 인근 도시 카디프에서 홀로서기에 나섰다. 한 금융회사에 취직한 그는 20세 연상의 동성 직속 상사와 연애를 시작했다. 하지만 누군가가 익명의 편지로 이들의 관계를 회사 내에 폭로했고, 상사는 직장에서 해고됐다.
당시 에반스는 연인을 통해 한 부유한 부부와 친해졌는데, 이것은 그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됐다. 노래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밝힌 에반스에게 이들 부부가 음악·연기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한 것.
연인과 런던에 함께 온 에반스가 연기 수업받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사이는 악화됐다. 에반스는 "그와 나이 차이를 느끼기 시작해 헤어졌다"고 설명했다.
그 무렵 에반스는 어머니에게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고백했다. 어머니는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였지만, 아버지에겐 비밀로 했다. 아들을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에반스는 뮤지컬로 성공을 거뒀다. '미스 사이공', '렌트 리믹스'와 같은 웨스트엔드 대형 작품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의 성 정체성을 고백한 인터뷰가 알려졌고, 부모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가 20대 초반까지의 평생을 몸담아왔던 공동체에서 제명당했다.
다행히 에반스의 부모님은 그를 내치지 않았다. 제명 후 집으로 돌아온 가족은 서로 껴안고 고통을 견뎠다.
30세 즈음 에반스는 뮤지컬 무대에 계속 오를 수 있을 것인지 불안함을 느꼈다. 그러던 중 운 좋게도 미국 에이전시를 만나게 되면서 잇따라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
주로 액션 연기를 했던 루크 에반스는 "강인하고 남성적인 이성애자를 연기했다. 저는 성소수자지만, 남성적인 방식으로 표현한다. 어떤 면에서는 신에게 감사하다. 제가 다른 방식으로 연기했다면 지금과 같은 경력을 쌓지는 못했을 테니까"라고 말했다.
할리우드에서 마초적인 액션 배우 이미지를 얻게 되면서 그의 성적 지향을 의심받는 일이 없어졌다. 심지어 여성 친구와 함께 레드카펫 위에 섰을 때 한 매체가 두 사람이 사귀는 사이라고 보도하는 일까지 있었는데, 에반스는 이를 부인할 수 없었다. 당시 소속사가 그의 성적 지향성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을 강요했기 때문.
에반스는 자신이 이성애자라고 말한 적은 없었지만 침묵하는 것에 죄책감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20년 전 커밍아웃을 했고, 주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 사실이 폭로될까봐 걱정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하지만 과거 그의 인터뷰가 알려지면서 에반스는 게이 커뮤니티에서 조롱받는 존재가 됐다. 이에 대해 에반스는 "'에이즈로 죽었으면 좋겠다' 등 끔찍한 댓글이 달렸다"며 "마치 제 정체성과 제가 속한 커뮤니티에 등을 돌린 것처럼 취급받았다"고 회상했다. 3년간 조롱에 시달린 그는 2014년 다시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하게 된다.
영화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를 홍보하기 위해 인터뷰를 하던 중 "게이인 액션 스타로서 새로운 전례를 만들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성애자 역할 주연을) 이성애자가 아닌 제가 맡았다"는 말로 성 정체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에반스는 그의 자서전에서 '반지의 제왕' 간달프 역으로 유명한 배우이자 성소수자 인권 운동가인 이언 매컬런이 자신의 성공을 가장 먼저 알아본 사람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번째 커밍아웃 이후 사생활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으나 자서전에선 초등학교 시절 럭비 선수였던 선생님을 짝사랑했던 일부터 연하남과의 관계, 모델 겸 배우와의 데이트, 현재 애인까지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끝으로 에반스는 "(여호와의 증인이) 많은 것을 가르쳐 줬다고 믿는다"며 "다만 사람의 성적 지향은 중요하지 않다. 제가 계속 그곳(여호와의 증인)에 남아 있었다면 성적 지향성을 드러내지 못해 불행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wangs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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