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멀쩡한 다리를 잘라버렸어요.." 황당 사건의 진실

저명한 과학저널리스트 아닐 아난타스와미는 데이비드라는 이름의 남자를 만났다. 그는 자기 다리를 자르고 싶어했고, 실제로 시도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였다.

“2시간 동안 노끈으로 다리를 묶어서 피를 막았어요. 실패했지만요.”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데이비드를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대체 누가 자기 다리를, 그것도 스스로 자르고 싶어한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데이비드는 그저 ‘미친’ 사람인 걸까?

뇌과학자들이라면 조금 다른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인지과학의 전설이 된 “고무손 착각” 실험

우리는 스스로의 몸을 ‘내 것’으로 인식한다. 일견 당연해 보이는 ‘내 몸이 내 것이라는 감각’은 그러나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손쉽게 교란된다.

1998년, 카네기멜런대학교의 인지과학자들은 기발한 실험을 하나 수행한다. 이른바 “고무손 착각” 실험이다. 그들은 실험 참가자들을 탁자 앞에 앉혀 두 손을 탁자 위에 올려두게 하고, 고무로 만든 손을 진짜 손과 함께 나란히 놓았다. 그리고 손 사이에 칸막이를 설치해 참가자들은 자기 손이 아닌 고무손만 보도록 했다.

"고무손 착각" 실험 장면 - 출처: SFB(Society For Biomaterials)

그런 뒤 연구자들은 작은 붓 두 개로 진짜 손과 고무손을 동시에 쓰다듬었다. 나중에 질문했을 때, 참가자들은 진짜 손이 아닌 고무손에서만 붓질을 느꼈다고 답했다. 진짜 손이 아닌, 고무손이 자기 손이라고 인식한 것이다.

“고무손 착각”은 우리가 자신의 몸을 경험하는 방식이 뇌가 다양한 감각을 끊임없이 통합하는, 상당히 역동적인 과정임을 보여준다. 쉽게 말해 뇌가 인식하는 ‘내 몸’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감각이나 인지과정에 이상이 생길 경우, 우리는 진짜 손이 아닌 고무손을 내 것으로 느끼는 것 같은 오류를 경험하게 된다.


몸에 관한 ‘머릿속 지도’가 망가지면 일어나는 일

다시 데이비드의 이야기로 돌아오자.

데이비드가 앓는 질환은 이른바 ‘신체통합정체성장애(body integrity identity disorder)’ 곧 ‘BIID’이다. BIID 환자들은 정말로 자기 몸의 일부가 자기의 것이 아니라는 감각, 극심한 우울감과 스트레스, 그리고 낯설게 느끼는 몸 일부를 자르고 싶어하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다.

뇌과학자라면 이들을 어떻게 이해할까?

“고무손 착각”에서 보았듯이 몸에 대한 감각은 뇌와 직결된다. 우리 뇌에는 손가락, 얼굴 등 몸의 각 부분과 대응하는 지점이 있다. 뇌는 우리의 외면과 내부 조직 모두를 포괄하는 ‘내 몸’에 대한 지도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지도는 ‘나’, ‘내 것’이라는 자기감의 핵심을 이룬다.

데이비드를 포함한 BIID 환자들은 이 몸에 관한 ‘머릿속 지도’가 망가진 것으로 보인다.

몇몇 신경과학자들은 신체지도와 특히 연관이 깊다고 생각되는 우뇌의 상두정소엽(superior parietal lobule)이 BIID 환자의 경우 다른 사람들에 비해 얇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008년 한 연구팀은 BIID 환자들의 경우, 자기의 것이 아니라고 느끼는 신체 부위를 건드렸을 때에는 우뇌 상두정소엽 활동이 둔해졌음을 발견했다.

데이비드의 경우로 보자면,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신이 낯설게 느끼는 다리 한쪽이 뇌의 신체지도에서 애초에 지워져 있는 것이다.

견고하고도 연약한 ‘나’라는 세계

데이비드는 결국 외과수술을 통해 자기 다리를 잘랐다. 그를 인터뷰했던 아난타스와미가 보낸 안부 메일에, 그는 “다리를 자른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그는 그제서야 온전해졌다.

데이비드의 사례는 나를 나답게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자아의 일부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처럼 신체, 감각, 정서 등 ‘나’의 일부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직까지도 비밀이 풀리지 않은 역동적인 ‘‘자아’라는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올리버 색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도 푹 빠질 것이다.” _ 《라이브러리 저널》

뇌과학이 밝힌 인간 자아의 8가지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