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펼치면… 인물이 보인다
유명인이 쓴 진솔한 삶의 기록
여러 주제로 해설 곁들여 소개
종이 위의 눈물 자국·스케치 등
일기장 원본 도판으로 싣기도
내면 일기/ 소피 퓌자스, 나콜라 말레/ 이정순 옮김/ 을유문화사/ 2만5000원

노벨상을 받은 최초의 여성 과학자 마리 퀴리가 파리의 대로변에서 마차에 부딪혀 숨진 남편 피에르의 비보를 접하고 1906년 4월 30일자 쓴 일기다. 당시 그녀의 충격과 아픔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되지만 필체는 생각보다 담담하다. 이성을 되찾고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쓴 듯 보인다. 독자는 그의 일기에서 글자 외적인 것도 볼 수 있다. 나란히 떨어진 눈물 두 방울, 눈물을 머금은 글자들은 다소 흐릿하게 번져 있다.

202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아니 에르노는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일기는 분노와 소외감으로 지칠 때 궁극의 구원책이었다. 사회와 사랑으로부터 버려진 것만 같은 격렬한 외로움을 치유해 줬다”고 밝혔다. 그의 대표작 ‘단순한 열정’, ‘사건’, ‘집착’, ‘세월’ 등도 일기가 모티브였다. 일기 속 문장들이 집약돼 훌륭한 문학작품이 된 것이다.
이들 외에 시몬 드 보부아르, 프란츠 카프카, 조지 오웰, 앙드레 지드 등의 사랑, 애도, 삶의 위기, 고독, 자기성찰, 역사적 사건, 여행과 같은 주제 아래 묶여 소개된다.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우리 인생을 관통하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들의 일기에는 꽤 괜찮은 자신의 모습부터 터 차마 고개를 들 수 없게 만드는 모습까지 다양한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낸다.
두 저자는 “자신을 위한, 자신에 관한 글쓰기, 세상에 혼자 있고 자기가 유일한 결정권자인 작은 종이섬 창조하기, 이것이 일기의 주요 사명”이라며 “내면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일기는 다양한 감정과 사색을 담아내며 문학적 가치를 획득한다”고 말했다. 일기를 쓰지 않았던 독자도 이 책을 덮고 나면 펜과 일기장을 준비할 것 같다. 자신의 평범한 일기가 훗날 다른 누군가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는 기록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와 함께.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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