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과 두산에너빌리티가 손을 맞잡고 무인기 엔진 국산화의 대장정에 나섰습니다.
김경남 대한항공 항공기술연구원장과 고민석 두산에너빌리티 GT개발 담당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무인기 엔진 제조를 위한 협약을 맺었습니다.
"항공기용 가스터빈 엔진 시장은 그동안 소수 선진국만이 독점해 온 분야입니다." 김경남 연구원장의 말에는 묵직한 현실 인식이 담겨 있었습니다.
무인기 엔진은 그저 기계가 아닙니다. 국가 안보의 핵심이자, 기술 주권의 상징인 것이죠.
이번 협약으로 대한항공은 항공기 체계 개발을, 두산에너빌리티는 항공엔진 개발을 맡게 됐는데요.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개발 대상 엔진의 스펙트럼입니다.
저피탐 편대기와 다목적 스텔스 무인기에 들어갈 중대형 무인기용 5,000~15,000lbf급 엔진부터, 소모성 협동전투기(CCA)에 탑재될 소형 1,000lbf급 엔진까지 아우릅니다.
한국이 무인기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술적 기반을 다지는 셈이죠.
세계 무인기 엔진 패권 전쟁, 그 중심에 선 강대국들
무인기 엔진 기술은 현대전의 판도를 좌우하는 게임 체인저입니다.
이 중요한 분야에서 미국은 단연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프랫 앤 휘트니, 제너럴 일렉트릭, 허니웰과 같은 항공우주 산업의 거인들이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죠.

글로벌호크에 탑재되는 롤스로이스 AE 3007H 엔진은 무려 7,600lbf의 추력을 자랑하며, 프레데터와 리퍼에 들어가는 허니웰 TPE331 터보프롭 엔진은 중고도 장기체공 무인기의 심장 역할을 담당합니다.
미국은 이런 핵심 기술의 수출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볼 수 있듯이, 첨단 무인기 기술은 현대전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롤스로이스도 무인기 엔진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강자입니다.
고효율, 경량화된 엔진 시스템으로 특화된 영국의 기술력은 유럽 방위산업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사프란도 빼놓을 수 없죠.
유럽 내 무인기 개발 선도국으로서 중형급 전술 무인기용 엔진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작지만 강한 나라답게 무인기 기술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습니다.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을 중심으로 발전시킨 무인기와 엔진 기술은 중동의 복잡한 안보 환경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죠.

러시아와 중국도 무인기 엔진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NPO 사투른과 클리모프는 자국의 군사용 무인기에 들어갈 엔진을 생산하고 있으며, 중국은 중국항공공업그룹(AVIC)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기술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의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자체 개발 무인기와 엔진 기술을 크게 향상시켰으니까요.
무인기 엔진의 현재와 미래, 국산화의 중요성
현대 무인기 엔진은 크기와 용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왔습니다.
대형 글로벌 호크에 들어가는 7,000lbf 이상의 대형 터보팬 엔진부터, 소형 정찰용 드론에 탑재되는 100lbf 미만의 소형 엔진까지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트렌드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무인기의 증가입니다.
F-35와 같은 최신 전투기에 적용된 스텔스 기술이 이제 무인기 분야로 확장되고 있죠.
이런 스텔스 무인기에는 레이더 반사 단면적을 줄이기 위한 특수 설계된 엔진이 필요합니다.
대한항공과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하려는 저피탐 무인기용 엔진이 바로 이런 맥락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협동전투기(CCA) 개념의 부상입니다.
유인 전투기와 함께 작전하는 이 소모성 무인기는 미 공군의 '충성의 날개(Loyal Wingman)' 프로그램으로 알려졌는데요,
대한민국도 이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100~1,000lbf급 소형 엔진 개발에 나서는 것입니다.

무인기 엔진 기술은 단순한 산업 경쟁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기술이기에 자체 개발 능력 확보는 필수적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이 기술의 수출을 엄격히 제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때문에 대한항공과 두산에너빌리티의 협력은 대한민국이 무인기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입니다.
만약 5,000~15,000lbf급의 중대형 엔진과 1,000lbf급의 소형 엔진 개발에 성공한다면, 한국은 무인기 분야에서 기술적 자립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단순한 경제적 성과를 넘어, 국가 안보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입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숨은 기술력
항공 엔진의 심장부에는 극한의 환경을 견뎌내야 하는 핵심 부품이 있습니다.
바로 터빈 블레이드입니다.
1,500℃가 넘는 초고온 속에서도 형태를 유지하며 회전해야 하는 이 부품은 항공 엔진 제조의 성배와도 같은 존재죠.

이 고온 블레이드 제조 기술은 항공기 엔진 개발의 가장 큰 난관이자, 진정한 기술 강국만이 보유한 비밀스러운 영역입니다.
고온 블레이드 제조는 초정밀 주조 기술, 단결정 합금 개발, 열차폐 코팅 기술 등 수십 가지 기술이 융합되어야 만들 수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이 까다로운 부품들을 성공적으로 개발하여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은 회사의 기술력뿐만 아니라 한국의 항공 엔진 제조 능력이 한 단계 도약했음을 의미합니다.
이제 대한항공의 항공기 체계 개발 노하우와 두산에너빌리티의 엔진 핵심 부품 기술력이 만났습니다.
이 협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대한민국은 무인기 분야에서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갖추게 될 것입니다.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