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비만, 성인 비만보다 잠재적 위험 크다

- 소아청소년 비만은 끊임없이 늘어나는 ‘증식형 비만세포’ 동반
- 만성질환 증상을 더 일찍, 더 오래 겪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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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체질량 지수(BMI)를 기준으로 측정한 성인(만 19세 이상) 비만 인구는 3명 중 1명 꼴이었다. 약 4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대한비만학회에서 이달 4일(목) 게재했던 자료에 따르면 같은 BMI 수치를 기준으로 측정한 결과를 보면, 연령대에 따라 적게는 약 28%, 많게는 약 53%까지 분포한다. 가장 높은 비만 유병률을 보인 연령대는 35~39세로, 53.4% 즉 2명 중 1명 이상이 비만이라는 의미다.

이것을 보면 비만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는 건 당연한 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다. 비만이 성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5세에서 19세 범위에 있는 소아, 청소년 역시 15%~20% 사이에 해당하는 비만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소아청소년 시기의 비만은 성인들의 비만과 다르다. 아니, 잠재적인 위험 측면에서 보면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인식에 대한 팩트체크부터, 소아청소년 비만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알아본다.

많이 먹는 것이 아닌,
‘잘 먹는 것’이 중요

‘어릴 때 잘 먹어야 키가 큰다’라는 이야기, 대부분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문장에서 ‘키가 큰다’라는 대목에 포인트를 맞춘 결과가 오늘날 소아비만의 주된 원인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핵심이 돼야 하는 것은 ‘잘 먹어야 한다’는 것, 그 중에서도 ‘잘’이라는 표현인데 말이다.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은 분명 성장 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 단백질, 칼슘, 비타민 등을 재료로 삼아 건강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가. 영양 균형보다는 그저 ‘먹고 싶어하는 걸 먹게 한다’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았던가.

소아청소년 비만,
성인과는 다른 진단 기준

비만 진단의 기준으로 널리 사용하는 체질량 지수(BMI)는 분명 맹점이 있다. 비만의 본질은 ‘체성분 구조’에 있다. 따라서 체성분을 측정할 수 없는 BMI는 신뢰도가 떨어진다. 다만 보편적으로 BMI가 높으면 체성분 구조를 측정했을 때 체지방량이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기에, 여전히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소아청소년 비만은 아직까지 BMI 의존도가 매우 높다. 소아청소년은 아직 성장하는 단계에 있는 만큼, 비만으로 진단하기 위한 체지방량이 어느 정도인지 기준을 잡기가 애매한 탓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가 함께 만든 성장도표를 토대로 BMI 판단 기준을 삼는다.

소아청소년 비만,
성인보다 위험한 이유

비만이나 과체중 진단을 받고 감량을 시도해본 사람은 안다. 비만에서 벗어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말이다. 실제로 소아청소년기에 비만 상태가 되면 성인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소아청소년기 비만에서는 ‘증식형 지방세포’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지방세포의 크기는 정상이지만, 그 숫자가 더 많고 증식속도도 빠르다는 특징이 있다. 성인기 이후에 나타나는 ‘비대형 비만세포’는 지방세포 수가 정상이지만 세포 하나하나의 크기가 크다는 것이 특징이다.

둘 다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므로 해롭지만, 굳이 꼽자면 증식형 지방세포가 더 위험하다. 새로운 지방세포가 지속적으로 생겨나면서 비만이 더 고도화되는 경향을 만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아청소년기 비만이 성인까지 이어지는 경우, 두 가지의 지방세포가 혼합돼 나타나는 경우도 생긴다.

소아청소년기부터 비만을 겪을 경우,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 등의 질환이 더 이른 시기부터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성적인 질환은 오랫동안 지속될수록 위험하다. 체내 장기에 점진적인 손상이 더 오랜 시간에 걸쳐 누적된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만성질환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약물 등으로 치료를 하려고 해도 저항성이 높아 치료가 잘 듣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잘못된 습관,
지금이라도 고쳐야 한다

학교 등 교육기관에서 학생들의 영양에 면밀하게 신경을 쓰는 것은, 그만큼 성장기의 영양 균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 ‘잘 먹어야 한다’라는 말을 잘못 받아들여,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게 하는 상황이 더해지면 높은 확률로 비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균형 잡힌 식단도 과도하게 먹으면 문제가 된다. 그런데 소아청소년기에 주로 입맛에 맞아 하는 음식들은 어떤가. 영양소의 균형부터 권장 섭취량 대비 실제 함량, 칼로리까지 문제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고 먹는 것을 통제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소아청소년기는 성장과 발달이 진행되고 있는 단계이므로 대사 활동이 매우 활발하다. ‘돌아서면 배고프다’라는 것이 막연히 과장된 말은 아닌 셈이다. 또, 식이 제한으로 인해 심리적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것은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먹는 것은 영양 균형을 바로잡는 방향을 먼저 하고, 신체 활동을 늘리는 방향으로 조절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성장기에 있다는 것은 근육과 골격 등이 발달하기에도 좋은 조건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시기의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고른 발달은 물론 장기적인 건강에도 이득이 된다는 것이다. 잘 먹이려는 것은 본질적으로 건강하게 잘 크기 위함이 아니던가. 잘못된 습관은 하루라도 빨리 고쳐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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