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리포트] 밸류업과 생산적 금융, 금융지주의 자본배분 딜레마

이익은 사상 최대지만 여전히 PBR 1배 미만

ROE·RWA·CET1 흔들리는 자본효율성 균형

핵심·성장·정책 자본 통합 자본지배구조 필요

국내 금융권의 3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을 웃돌며 다시 한번 금융 호황기를 확인했다. KB금융을 비롯한 4대금융지주의 누적 순이익이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15조원에 달하고 연간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 실적 달성이 무난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저성장과 양극화로 다수 서민의 체감 경기는 악화되고 있어 다시금 ‘이자 장사’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금융산업 전반에 비판적 시선을 강화하는 촉매로 작용할 것이다.

향후 금리 하락 흐름이 본격화되면 은행의 이자마진 압박은 커지고 양극화 심화로 중소기업, 소호, 가계의 건전성 부담은 증가할 것이다. 더구나 정치권은 금융의 공공적 역할 강화를 요구하며 ‘금융계급제’ 완화와 ‘생산적 금융’의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 금융지주에게는 ‘수익성’ 증대와 ‘공공성’ 강화의 과제가 동시에 주어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단기적으로 은행의 수익성과 자본 비율이 개선되면서 주주환원 확대 기조가 유지되고 이익의 내부 유보보다 외부 유출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금융지주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이익의 내부 유보와 외부 유출의 균형을 찾는 자본 재배치를 전략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시장 중심축을 ‘저축 우선과 안정의 시대’에서 ‘위험 선호와 투자의 시대’로 전환을 주도하고 있고 금융지주 스스로도 기술 급변과 스테이블코인 도입 등 금융환경 시스템의 대전환기에 적극 대처할 투자 역량 확충이 절실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밸류업과 올해 단행된 상법·세법 개정은 금융지주의 배당성향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대부분 금융지주는 총주주환원율 목표를 50% 이상으로 높이고, CET1 목표를 초과하는 자본은 ‘잉여자본’으로 간주해 적극 해소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주요국 은행들처럼 총주주환원율 70% 달성도 멀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금융지주는 여전히 PBR 1배를 넘어서지 못하는 구조적 저평가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 대표주 KB금융의 PBR이 밸류업 시행 이후 2023년 말(0.36배) 대비 122% 이상 개선됐지만 15일 현재 여전히 1배 미만인 0.80배에 머물러 있다. 시장은 금융지주 보유자산을 청산 가치 이하로 평가하고 있으며 이는 그동안 내부 유보를 통한 양적 성장 전략이 주주가치 제고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현재 금융지주는 두 가지 상충되는 압력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PBR 1배 달성을 요구하는 주주와 자본시장의 압력이며, 다른 하나는 모험자본 공급, 첨단산업 투자, 금융계급제 완화 등 생산적 금융과 공적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사회적 압박이다. 주주는 자본 효율성 극대화와 고배당을 요구하지만, 정책 당국은 경제 전반의 성장 동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확대를 주문하며 자본의 공적 배분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지주가 자본 배분 시 고려하는 요소들 가운데 질적인 측면은 세 가지 정도를 들 수 있다. 첫째, ‘규제 안정성’ 측면에서 CET1 비율이 적어도 ‘최소규제비율’을 충분히 상회하고 ‘MDA(Maximum Distributable Amount)’ 제약 요인에 해당하지 않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둘째, ‘가치 창출’ 측면에서는 ROE가 자본비용(CoC)을 충분히 상회하는지 확인하고 외부 유출과 내부 유보의 정당성을 판단해야 한다. 셋째, ‘시장 평가’ 측면에서는 PBR 1배 달성에 내부 유보를 통한 투자 확대와 외부 유출에 의한 주주환원 확대 중 어느 전략이 더 우월한지 비교하는 것이다.

3분기 CET1 비율은 KB금융 13.83%, 신한지주 13.56%, 하나금융 13.30%, 우리금융 12.92%로 모두 ‘규제비율(11.5%)을 상회하여 주주환원 제약요인은 아니다. 규제당국은 ‘최소규제비율 7%’ (=최저규제자본비율 4.5%+자본보전완충자본 2.5%)에 ‘정책적 버퍼  4.5%’(=D-SIB 1% + 경기대응완충자본 1% + 스트레스완충자본 2.5%)를 더해 규제비율을 설정한다. 대부분의 금융지주는 자본축적과 주주환원을 유지할 수 있는 지속 가능 성장을 하려면 적어도 CET1비율 13% 이상 유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금융지주 CET1 비율이 13%를 하회할 경우 시장은 배당 등 주주가치 확대 정책에 차질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한다.

3분기 ROE 역시 KB금융 12.78%, 신한금융 11.06%, 하나금융 10.60%, 우리금융 10.87%로 모두 ‘시장 기대수익율(약 10%)’을 상회한다. 다만 ROE 개선이 구조적 현상인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내부 유보 확대를 강력히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금융지주는 생산적 금융 확대와 위험자산 선호에 따른 RWA 증가를 억제하고 RoRWA 중심의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위험자산 확대가 자본비용(CoC)을 상회하는 수익(ROE) 창출로 연결되지 못하면 배당 등 주주환원 확대 요구가 거세질 것이다.

더구나 정책 당국의 생산적 금융 확대는 금융지주에 새로운 과제를 부여한다. 비은행 계열사 중심으로 모험자본 공급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RWA가 높아지고 수익률 하락으로 그룹 전체의 RoRWA가 희석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규제 당국은 생산적 자산에 대한 위험가중치 완화나 정책적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자본 효율성 측정모델 요소에 ‘공공성’을 내재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금융지주 역시 내부적으로 글로벌, 비은행, 디지털, WM 등 핵심 성장 분야 위주로 자본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KB금융은 RWA 성장률을 과거 10년 평균(6.1%) 이하(5%) 수준으로 통제하고 있으며, 신한지주와 하나금융도 글로벌과 비은행 중심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지주의 자본배분과 관리방법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자본배분을 ‘주주환원’과 ‘성장투자’로 이원화하는 차원을 넘어서 ‘목적별 포트폴리오’ 체계로 재설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부유보 자본을 핵심(Core), 성장(Growth), 정책(Policy) 부문으로 구분해 ‘통합된 자본 지배구조(Unified Capital Steering)’로 운영하는 방안이다. ‘핵심 자본’은 13% 수준의 안정적 CET1 유지에 활용하고, ‘성장 자본’은 글로벌과 첨단 비은행 중심의 RoRWA 극대화 영역에 배분한다. 구체적으로 ‘공격적’ 사업(디지털, 커머스, 데이터 비즈니스)과 ‘비금융’ 사업(Pay, 유통, 플랫폼), ‘초기 적자’ 사업 등으로 구분하여 ‘은행 중심’의 자본 할당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정책 자본’은 생산적 금융에 투입하되 규제 당국과 합의한 RWA 인센티브(요구자본 산정방식 반영 등)를 반영하여 RoRWA 저해 효과를 최소화하도록 재설계하는 것이다.

금융지주 내부적으로는 핵심(Core) 사업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신사업의 리스크 허용 한도를 독립적으로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공공적 역할 강화 요구에 대응하여 자본 비용을 명확히 설정하고 손익을 측정해 정책 당국과 ‘명확한 계약관계(Policy Mandate)’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은행 자본을 비핵심사업에 낭비해 주주가치를 희석시킨다는 시장 비판과 공공성 강화의 사회적 압력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며 자본 활용 효율성에 대한 설득력을 높여야 한다.

허정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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