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정호승 시인 등단 50주년…시인에게 듣는 '시'

문별님 작가 2022. 12. 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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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이혜정 앵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마음이 힘들고 지칠 때 우연히 눈에 들어온 시 한 구절이 깊은 위로를 주는 순간이 있습니다. 


방금의 시는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의 한 구절인데요.


마음을 울리는 서정적인 시로 큰 사랑을 받아온 정호승 시인이 등단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시집을 발표했습니다. 


시인과 직접 이야기 나눠봅니다. 


선생님 어서 오세요.


정호승 / 시인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혜정 앵커 

2020년 시집 '당신을 찾아서' 이후에 2년 만에 나온 시집입니다. 


올해가 벌써 등단 50주년이고, 14번째 시집인 '슬픔이 택배로 왔다'가 나왔습니다. 


어떤 시집일까요?


정호승 / 시인 

먼저 등단 5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시집이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가 있고요. 


그리고 이 시집의 내용은, 결국 문학의 영원한 주제는 사랑과 죽음이라는 거죠. 


그래서 저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랑과 죽음이 우리 삶의 어떠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 삶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형상화할 수 있는가, 그런 생각을 이 시집 속에서 끊임없이 하면서 결국 인간에게는 죽음이라는, 그런 이별을 통한 죽음이라는 숙명, 그러한 운명적 존재라는 것을 실은 이 시집을 통해서 좀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이혜정 앵커 

네, 이 시집의 표제 시는 택배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슬픔이 택배로 왔다' 시의 한 구절이자 또 시집의 제목이죠.


그 의미가 궁금합니다.


정호승 / 시인 

우리는 오늘날 택배 문화 속에서 살고 있지 않습니까? 


저도 택배를 늘 받으면서 살고 있는데, 제가 원하던 제품이 왔을 때, 배송돼 왔을 때 그리고 가까운 친지가 맛있는 사과를 한 상자 저한테 택배로 보냈을 때, 너무나 기쁘고 또 내가 배송을 의뢰한 제품을 기다리는 동안 기다림도 있고, 그래서 택배 문화 속에는 어떤 즐거움과 기다림과 기쁨이 존재하는데, 그것만 있느냐, 그렇지는 않다는 거죠. 


결국 우리 인생에는 이별이라는 택배도 오게 된다, 그것도 죽음을 통한 이별이라는 택배가 우리들에게 언젠가는 온다는 거죠. 


그것을 우리가 항상 미리 생각하고 긍정화하면서 살아가야 되지 않을까, 우리에게는 언젠가는 슬픔이라는 택배가 온다, 그것은 인간의 이별의 숙명, 죽음이라는 이별의 운명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한번 생각하기 위해서 '슬픔이 택배로 왔다'는 제목의 시집을 정하고 출간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혜정 앵커 

우리 슬픔이나 죽음 이런 부분들을 준비하고 또 나누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정호승 / 시인 

우리가 부정하기보다는 긍정하는 것이 훨씬 더 힘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이혜정 앵커 

네, 그런데 선생님, 우리가 외로움이나 슬픈 이런 감정들은 사실 말씀 주신 것처럼 달갑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감정들에 주목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정호승 / 시인 

인간은 결국 본질적으로 슬픔의 존재입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인간의 삶은 비극에서 시작되어서 결국에는 비극으로 인간의 삶은 마무리된고 생각되기 때문에 우리가 우리 삶에서의 어떤 슬픔, 외로움 또는 고독 그러한 것이 통합된 어떤 고통 이런 것을 우리가 부정하고 거부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는 거예요. 


결국 우리는 그러한 삶의 고통을 긍정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저는 가지고 결국은 우리 삶의 어떤 그러한 외로움과 슬픔과 어떤 고통들을 우리가 외면하지 않고 서로 나눔으로써, 문학의 작품으로 나눔으로써 보다 더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고 또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런 나눔을 통해서 잘 견뎌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혜정 앵커 

네, 이번 시집 가운데 한 작품을 골라서 낭독을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정호승 / 시인 

시집의 제목이 '슬픔이 택배로 왔다'이기 때문에, 그 표제 시가 된 시를 제가 한번 낭독하도록 하겠습니다. 


슬픔이 택배로 왔다


누가 보냈는지 모른다


보낸 사람 이름도 주소도 적혀 있지 않다


서둘러 슬픔의 박스와 포장지를 벗긴다


벗겨도 벗겨도 슬픔은 나오지 않는다


누가 보낸 슬픔의 제품이길래 


얼마나 아름다운 슬픔이길래 


사랑을 잃고 두 눈이 멀어 


겨우 밥이나 먹고 사는 나에게 배송돼 왔나


포장된 슬픔은 나를 슬프게 한다


이혜정 앵커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시뿐만 아니라 동화랑 동시를 쓰신 적도 있습니다. 


성인이 아니라 이렇게 어린이를 위해서 작품을 쓰시는 이유가 또 있으실 것 같아요.


정호승 / 시인 

동심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어떤 의미에서는 그런 시를 쓸 수가 없다, 저는 그런 생각도 갖습니다. 


그래서 어린아이의 마음이 결국은 어떤 인간의 가장 순결한 마음이 있잖아요. 


그래서 시를 쓸 때는 그런 순결한 마음, 또 순결이라는 말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진실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겠어요. 


그런 진실된 마음이 없으면 시를 쓰기가 어렵다, 그래서 많은 시인들이 나이가 들면 동시를 쓰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저도 앞으로 동시를 좀 더 쓸 생각이고, 제 시의 바탕은 동심에서 출발한다, 사물을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바라보고 자연을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말씀을 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혜정 앵커 

네, 그래서 실제로 그 성인을 위한 시를 쓸 때와 동시를 쓸 때 차이점이 있으세요?


정호승 / 시인 

차이점은 있죠. 결국은 동시는 어린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를 위한 시이기 때문에 일단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어야 된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전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린이가 이해할 수 없는 시는 동시가 아니라고 생각될 수 있고요. 


우리 삶이 너무 복잡다단하기 때문에, 어린이들의 삶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씩 높아지기 때문에 동시의 어떤 그런 이해도도 조금씩 높아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됩니다.


이혜정 앵커 

네, 어린이와 성인을 막론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시가 필요한 이유, 뭐라고 보시나요?


정호승 / 시인 

인간은 육체만을 위해서, 밥만 먹고 살 수는 없는 거죠. 


결국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은 영혼의 삶이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가 건강한 영혼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영혼의 밥이 필요하다, 영혼의 양식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시는 어떤 의미에서 우리 영혼의 양식이다, 영혼의 밥이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혜정 앵커 

네, 시는 우리의 밥이다, 양식 영혼의 양식이다. 


내년 봄에 대구의 '정호승 문학관'이 개관을 합니다. 


어떤 의미가 있는 공간이 될까요?


정호승 / 시인 

문학관이 들어서는 위치는 대구시 수성구 범어 3동이라는 곳인데요. 


제가 초중고등학교 12년 동안 청소년기를 보낸 곳이, 옛집이 있는 곳이 바로 지금 문학관이 들어서는 곳입니다. 


그래서 제가 인간을 배우고, 자연을 배우고 이렇게 문학을 배운 곳이 바로 그곳이기 때문에 그곳의 문학관이 들어선다는 것은 시인으로서 너무나 감사하고 축복을 받은 일이라고 생각되고요. 


제 육필 시나, 어릴 때 사진들이나 또 그동안에 제가 출간했던 많은 책들이나 또 제 시가 노래가 되어 있는 것이 많은데, 그러한 시노래라든가 또 제시가 이렇게 미술과 접해져서 많은 그림들이 그려진 것들이 있는데, 그러한 것들을 전시한다든가, 시인 정호승의 어떤 내면을 눈으로 직접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혜정 앵커 

네, 시인 정호승의 내면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 저희도 관심 깊게 보도록 하겠습니다. 


등단 50주년, 참 긴 시간이죠. 


그동안 이렇게 시를 쓰게 한 힘, 원동력, 어디에 있는지 마지막으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정호승 / 시인 

그 원동력은 결국 우리 삶 속에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고요. 


우리 삶의 어떤 비극, 우리 삶의 어떤 슬픔, 그것이 시의 원동력이다. 


그래서 모든 예술은 비극에서 피어나는 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도 인간, 비극의 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우리 인간의 삶이 기쁜 일, 즐거운 일도 있지만, 길게 놓고 보면 결국 인간의 삶은 슬픔 속에서 이어지지 않는가, 비극 속에서 이어진다. 


그래서 인간의 슬픔이 지속되는 한 그 슬픔을 서로 나누고, 공유하고 위로받기 위해서 시는 제가 죽을 때까지 계속 쓰여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혜정 앵커 

네, 벌써 시를 쓴 지 50년이 됐습니다. 


처음 시를 쓸 때 그 청년의 마음으로 앞으로도 계속 이런 따뜻한 위로를 나눠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 오늘 말씀 너무 감사합니다.


정호승 / 시인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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