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전 세계가 영국의 시간을 따라야 했을까?

우리는 언제부터 전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시간을 사용했을까요?

오늘날 시계는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입니다. 정확한 시간을 확인하며 일정을 조율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었죠. 휴대전화부터 손목시계, 컴퓨터 화면 등 언제 어디서나 쉽게 시간을 확인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모두가 ‘정확한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삶은 생각보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불과 몇 백 년 전까지만 해도, 인류는 지금처럼 정해진 시간 체계를 사용하지 않았어요. 대신에, 낮과 밤을 만드는 태양의 움직임, 낮과 밤의 길이 변화, 계절의 순환을 통해 시간을 가늠했습니다. 중세 시대까지만 해도 시계로 시간을 확인하거나 시시각각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일이 드물었어요. 사람들은 주로 ‘해가 뜰 때 일을 시작하고, 해가 지기 전에는 마친다’는 식으로 자연의 흐름에 맞춰 하루를 계획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었어요.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하루를 계획하고 생활하던 농경 사회의 모습을 표현. 출처: OpenAI의 ChatGPT를 통해 DALL-E로 생성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리고 어떻게 지금처럼 전 세계 사람들이 동일한 시간을 기준으로 살아가게 된 걸까요?

오늘은 더 정확한 시간 체계가 필요했던 이유와 그 과정을 통해, 시간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전 세계적으로 표준화되었는지 알아볼게요.

산업혁명과 함께 찾아온 시간 체계의 변화

그 변화의 시작은 산업혁명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사람들의 삶이 마을이나 지역사회에 국한되었기 때문에 지역마다 시간이 조금씩 달라도 큰 문제가 없었어요. 그러나 산업화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먼 곳까지 이동하거나, 정해진 시간에 맞춰 기계와 함께 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새로운 시간 체계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시간표 체계가 도입된 곳은 대중교통이었어요. 1784년, 영국에서는 마차 서비스에 운행 시간표를 처음으로 적용했는데요, 당시 영국은 도시마다 시간이 달랐어요. 도시별로 시간이 다르다 보니 역에는 마차의 출발 시간만 표시되었을 뿐, 도착 시간은 알 수 없었습니다.

운행시간표를 도입한 마차 서비스. 출처: OpenAI의 ChatGPT를 통해 DALL-E로 생성

1825년에는 영국에서 최초의 철도가 개통됐어요. 이후 1830년에는 최초로 리버풀과 맨체스터, 두 도시를 연결하는 철도가 개통되었고, 이 철도는 상업적 성공을 거두며 철도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각 도시의 시간이 달랐던 탓에 열차 운행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리버풀에서 출발한 열차가 맨체스터에 도착할 시간을 계산하려면 두 도시의 서로 다른 시간을 고려해야 했는데요. 이는 열차표를 읽는 승객들뿐 아니라 철도 회사에게도 불편을 안겨주는 큰 골칫거리였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847년, 영국의 철도회사들은 모든 열차 시간표를 그리니치 천문대 표준시(Greenwich Mean Time, GMT)에 맞추기로 합의했어요. 이후 점차 많은 기관에서 이 표준 시간을 따르게 되었답니다.

그리니치 천문대. 출처: Royal Museums Greenwich

그리고 1880년, 영국 정부는 국가적으로 그리니치 천문대 표준시를 공식 시간으로 채택한다는 법률을 제정했어요. 이는 역사상 최초로 한 나라가 전국적으로 통일된 시간 체계를 도입한 사례였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태양의 움직임 대신, 정확히 맞춰진 시계에 따라 살아가게 된 것이죠.

이후 1884년, 국제 자오선 회의가 열렸어요. 이 회의에서는 전 세계가 하나의 기준 시간을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기준이 되는 시간은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 표준시였는데요. 왜냐하면, 당시 영국이 해상 무역과 과학의 중심지였기 때문이에요. 이로써 세계는 하나의 표준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되었답니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시간도 그리니치 천문대 표준시일까요?

아니에요.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더욱 정확하고 정교한 시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 사용하는 시간은 ‘협정 세계시(Coordinated Universal Time, UTC)’예요.

1949년, 시간 측정 기술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바로 원자시계의 등장인데요. 원자시계는 세슘 원자처럼 규칙적으로 진동하는 원자의 특성을 이용해 시간을 측정합니다. 이는 기존의 태양이나 별을 기준으로 한 시간 측정 방식보다 훨씬 더 정확해요. 예를 들어, 세슘 원자는 1초 동안 약 92억 번 진동하며, 이 일정한 진동을 기준으로 시간이 측정됩니다. 기존의 하루(24시간)를 기준으로 정의된 1초는 지구 자전 속도의 미세한 변화로 인해 약 6만 년마다 약 1초씩 길어지지지만, 세슘 원자시계의 오차는 3000만 년에 1초에 불과할 정도로 정밀해요.

이처럼 극도로 적은 오차 덕분에 원자시계는 시간 측정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고, 기존의 그리니치 천문대 표준시를 대체할 새로운 표준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1960년에는 GMT를 기준으로 하지만 원자시계의 초정밀성을 반영한 협정 세계시(UTC)가 도입되었습니다.

또한, 1972년에는 ‘윤초’라는 개념이 추가되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UTC 체계가 완성되었어요. 윤초는 지구의 자전 속도 변화로 인해 생기는 미세한 시간 차이를 조정하기 위해 1초를 더하거나 빼는 방식이에요. 왜냐하면, 지구의 자전 속도는 달의 중력, 지진, 지구의 내부 움직임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조금씩 변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지구가 자전을 아주 약간 느리게 하면 원자시계로 측정한 시간과 실제 지구 자전 시간이 어긋날 수 있어요. 이 차이를 조정하기 위해 가끔 1초를 더하거나 빼는 것이 윤초의 역할이랍니다.

시간의 철학: 우리가 만들어낸 틀일까, 자연의 법칙일까?

오늘날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정확히 맞춰진 시간에 따라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시스템은 불과 200여 년 전, 산업혁명이 가져온 변화에서 시작되었어요. 지금처럼 하루를 시간 단위로 쪼개고, 정확히 약속된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삶은 인류 역사에서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존재해 왔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나요?

그렇다면, ‘시간’이란 과연 절대적인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만들어낸 하나의 틀에 불과한 걸까요?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시간의 개념이 과거의 사람들에게는 어떤 의미였을지, 그리고 미래의 사람들에게는 또 어떻게 변화할지 한 번쯤 떠올려 보시는 건 어떨까요?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표현. 출처: OpenAI의 ChatGPT를 통해 DALL-E로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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