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올해 못하면 잘리는데 한번 해봐” NC→두산→SSG→키움→31세 우타자는 2020년 그날을 못 잊는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야, 너 올해 못하면 잘리는데 감독 말 믿고 한번 해봐.”
어떻게 하다 보니 저니맨이 됐다. 오른손 외야수 강진성(31)은 2024시즌을 마치고 SSG 랜더스에서 방출됐다. 그러나 짐을 싸고 나와서 동료들과 커피 한잔 마시고 인생 걱정을 하고 있으니, 키움 히어로즈의 연락을 받았다. 지도자까지 준비할 정도로 미래를 철저히 준비했던 강진성에게 마지막 한 줄기 빛이 찾아왔다.
강진성은 당연히 키움의 부름이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강진성의 마음 한 구석에는 여전히 NC 다이노스가 있다. 심지어 키움에 와서 좋은 것 중 하나가 2020년 NC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곳이 홈구장이라서다. 그 정도로 NC 시절의 기억, 특히 2020년을 잊지 못한다.
강진성은 경기고를 졸업하고 2012년 4라운드 33순위로 NC에 입단, 2021년까지 뛰었다. 커리어에서 가장 오래 뛴 팀이다. 암흑을 선사하기도 했지만, 2020년 121경기서 타율 0.309 12홈런 70타점 OSPS 0.814로 찬란한 한 해를 선물한 팀이기도 하다. ‘1일1깡’ 열풍을 일으킨 시기이기도 했다.
최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강진성에게 2020년 맹활약의 비결을 물었다. 그땐 왜 그렇게 미친 듯이 잘 쳤을까. 알고 보니 코로나19에 의한 시즌 연기가 강진성에겐 기회였다. 스프링캠프에서 준비했던 것을 과감하게 버리고 국내에서 벼락치기로 준비한 타격자세가 극적으로 통했다.
강진성도 2019년까지 자신만의 확고한 매커닉을 확립하지 못한 상황. 그는 “2군에선 꾸준히 잘 쳤었다. 그런데 1군에선 확신이 없었다. 3할도 쳤고 홈런도 10개 넘게 쳤는데 벌써 (입단 후)9년이 지났다. 나도 다리 들고 내 폼으로 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아, 나한테 10타석을 안 주겠구나’ 싶었다”라고 했다.
벼랑 끝, 여기서 못하면 방출이라고 생각했다. 이동욱 전 감독은 강진성에게 “너 올해 못하면 잘리는데 그냥 감독 말 한번 믿고 따라 해봐”라고 했다. 그렇게 레그킥을 버리고 노스텝으로 치기 시작했다. 강진성은 “대타로 한, 두 번 나가다 못 치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호준 코치님, 구단 전력분석팀이 다 내게 붙어서 데이터를 뽑아줬다”라고 했다.
그 결과 레그킥을 해도, 노스텝을 해도 타구 스피드는 똑같다는 걸 확인했다. 단, 강진성은 “노스텝을 하니 각도가 더 강렬해졌다. 타이밍만 잘 맞으면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호준 코치님이 그때 손목을 쓰는 법을 알려줬다. 코킹(손목을 비트는 동작)을 했다. 원래 그걸 하면 안 되는데 잘 쓰는 법을 알려줬다”라고 했다.
예정된 정규시즌이 연기돼 5월 초에야 스타트를 끊었다. 강진성은 죽도록 연습하면서 감을 잡았다. 그는 “아, 어느 투수가 나와도 다 죽었다. 이런 느낌이 왔다”라고 했다. 개막을 앞뒀다. 시즌에 들어가니 계속 2안타, 3안타였다”라고 했다.
이후 강진성은 시즌 중반 갑자기 문제가 생기면서 상승세를 한 시즌 이상 끌고 가지 못했다(다음 기사에서 공개). 그래도 강진성은 자신의 야구를 만들어준 이동욱 전 감독, 이젠 NC 사령탑이 된 이호준 감독을 잊지 못한다. 지도자 자격증 준비를 하면서도 두 지도자의 가르침을 되새겼다.
강진성은 이제 이호준 감독의 NC를 키움 소속으로 상대한다. 강진성은 “이동욱 감독님, 이호준 감독님, 채종범 코치님, 이 세 분 덕분에 내가 빛을 발할 수 있었다. NC하고 붙으면 항상 뭔가 다르다. 느껴지는 게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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