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SVB 막아라”···미 정부·월가, 퍼스트 리퍼블릭 살리기 총력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월가 대형은행들이 ‘제2의 실리콘밸리 은행(SVB) 사태’ 우려가 끊이지 않아온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에 대해 총력 지원에 나섰다. 미국 대형은행 11곳이 재무부와의 조율을 거쳐 16일(현지시간)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에 총 300억 달러(약 39조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확산을 차단하고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위기를 막으려는 사실상의 민·관 합동 조치로 풀이된다.
미 대형은행 11곳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에 300억 달러를 예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에 ‘긴급 수혈’ 자금을 주기로 한 11개 은행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이다.
SVB 파산 이후 위기설이 계속 제기된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샌프란시스코를 거점으로 삼고 있다. 캘리포니아 부호 들이 주로 애용하는 은행으로 SVB처럼 예금 보험 한도를 넘는 25만 달러 이상 예금 비중이 높아 뱅크런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대형은행들의 지원을 환영하는 성명을 내고 “이런 지원은 미국 은행 시스템의 회복력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측은 대형은행들의 지원에 대해 “퍼스트 리버블릭 은행과 미국 은행 시스템 전체에 대한 신임투표 격”이라며 “우리의 동료와 고객, 지역사회가 보여준 지속적인 지원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대형은행들이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에 대한 구제 대책을 마련하기까지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대형은행 대표 간 막후 논의가 있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옐런 장관은 발표 직전인 이날 오후 집무실에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긴급 자금 지원) 계획은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을 방화벽으로 삼아 미 은행 시스템 전체가 광범위한 혼란에 빠지는 것을 막으려는 특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연방 당국의 ‘모든 예금 보호 조치’ 발표 후에도 중소 지역은행들의 유동성 위기 우려가 가시지 않자 추가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또 구제금융 논란을 피하기 위해 납세자 세금이 아닌 민간 자본을 투입하는 방향으로 은행들을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옐런 장관은 이날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나와 “미국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다고 재확인한다”며 “미국인들은 자신의 예금을 필요할 때 인출 가능하다는 것에 확신을 가져도 좋다”고 말했다.
월가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공동 대응이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유동성 위기를 완전히 해소할 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주가는 전날보다 약 9.98% 상승한 채로 마감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물론 미국 은행 부문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완전히 회복될 지 여부를 놓고는 의문이 제기된다고도 지적했다. 실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20%나 떨어졌다.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유동성 위기 등을 이유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신용 등급을 강등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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