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SNS 중독 술·담배처럼 위험”...각국 SNS 연령제한 추진/★★글로벌

김제관 기자(reteq@mk.co.kr) 2024. 9. 1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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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국가 차원 최초 SNS 연령제한
美 42개주 ‘SNS 경고문구’ 부착 추진
“매일 3시간 이상 SNS를 사용 청소년
우울증·불안 경험할 확률 2배 더 높아”
SNS 앱.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10대 청소년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서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물론, 실제 폭행 사건까지 발생하는 부작용이 잇따라 발생하자 각국 정부가 청소년의 SNS 사용 제한에 나섰다.

호주 정부는 SNS를 사용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을 설정하기로 했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일부 지역별로 SNS 연령 제한을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국가 차원에서 법으로 연령을 제한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SNS가 청소년의 정신과 신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연내 SNS 연령 제한법 도입을 위한 시범 사업을 조만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시드니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12~17세 호주 청소년 중 약 75%가 인스타그램 등 SNS를 사용한 경험이 있었다.

앨버니지 총리는 “아이들이 전자기기를 내려놓고 운동장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라며 “아이들이 현실에서 사람들과 진짜 경험을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SNS를 사용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14∼16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호주 야당도 SNS 연령 제한을 지지하고 있어서 법안 통과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호주 언론들은 내다봤다. 야당인 피터 더튼 호주 자유당 대표도 내년 총손에서 승리하면 집권 후 100일 이내에 SNS 접속 가능 연령 제한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등교하는 호주 청소년. EPA 연합뉴스
호주 정부가 SNS 연령 제한법을 도입하려고 하는 이유는 청소년 SNS 중독에 따른 폭력과 혐오 사건이 실제로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시드니 한 교회에서는 16세 소년의 흉기 테러 사건을 벌였는데, 이 소년은 SNS를 통해 극단주의 단체에 들어가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다.

미국 의무총감 “SNS 따른 청소년 정신건강 위기 비상 상황”
미국에서도 같은 날 SNS에 담배처럼 “SNS는 청소년 건강에 유해하다‘는 경고문을 다는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 42개 주 법무장관들은 이 같은 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은 앞서 지난 7월 부모 동의 없이 18세 미만 이용자에게 중독성 강한 피드 노출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비벡 머시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 겸 미국 의무총감. AP 연합뉴스
이는 지난 6월 미국인들의 ’국가 주치의‘로 불리는 비벡 머시 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 겸 의무총감이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SNS가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미칠 수 있다는 의무총감 명의의 경고 표시를 SNS 플랫폼에 노출하도록 요구할 때가 됐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다. 머시 의무총감은 ”젊은 세대의 정신건강 위기는 현재 비상 상황이며 SNS가 주된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하며 관련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미국 보건당국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매일 3시간 이상 SNS를 사용하는 12~15세 청소년이 우울증과 불안을 경험할 확률이 2배 더 높았다. 이는 청소년이 SNS에서 자신과 타인을 끊임없이 비교하는 한편, 사이버 괴롭힘에도 노출되기 때문이다. 미국 청소년의 95%, 어린이의 40%가 SNS를 사용하고 있어 이러한 부정적인 영향은 이미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머시 의무총감의 기고가 나온 지 사흘 만에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SNS 사용에 따른 청소년들의 인터넷 중독을 차단하는 일명 ’어린이를 위한 안전법‘(SAFE for Kids Act)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 온라인 플랫폼 회사들이 사전 동의 없이 18세 미만 청소년들의 개인정보를 수집 및 공유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접속 기록 등을 근거로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 생성되는 중독성 피드와 맞춤형 광고도 제공할 수 없게 했다. 특히 청소년이 알고리즘 추천 피드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부모 등 성인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로스앤젤레스(LA) 교육위원회 역시 머시 총감의 권고가 나온 지 하루 만에 LA 통합교육구 관할 공립학교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앞서 플로리다주는 지난 3월 내년부터 14세 미만 아동의 SNS 계정 보유를 금지하기로 했다. 유타주도 18세 미만 청소년은 SNS 이용 시 부모의 허락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이탈리아 ”청소년 뇌는 SNS 도파민 작용에 취약“ 경고
미성년자 휴대전화·SNS 사용 금지 청원. 체인지닷오르그 캡처
이탈리아에서도 같은 날 각계 저명인사들이 SNS 연령 제한 온라인 청원에 서명하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온라인 청원은 14세 미만 청소년의 경우 휴대전화 보유 자체를 금지하고, 16세 미만 청소년은 SNS 계정 개설을 차단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계 최대 청원 사이트 체인지닷오르그(change.org)에 올라온 ’스마트폰과 SNS: 모든 기술에는 적절한 시기가 있다‘ 청원서에는 영화감독 파올라 코르텔레시와 배우 알바 로르와처, 스테파노 아코르시, 루카 진가레티 등이 서명했다.

청원서는 ”스마트폰의 부정적인 영향은 스마트폰이 허용되지 않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친구와 더 잘 어울리고 더 잘 학습한다는 사실로 증명된다“며 ”미성년자의 뇌는 SNS와 비디오게임의 도파민 작용에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청원을 주도한 교육 전문가 다니엘레 노바라 이날 현지 일간지 라레푸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미성년자에게 술과 담배를 금지하는 것처럼 스마트폰과 SNS도 제한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기술을 반대하지 않지만, 어린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여주는 것은 자동차 운전을 허용하는 것과 같다“며 ”문제의 심각성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세페 발디타라 교육부 장관도 안사 통신과 인터뷰에서 해당 청원의 내용에 공감한다고 밝혀 법제화로 이어질지 여부도 기대받고 있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올해 들어 청소년의 스마트폰과 SNS 사용을 제한했다. 영국은 지난 2월 모든 학교에서 수업 시간 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권고안을 발표해 적용하고 있다. 올 초 프랑스 하원도 15세 미만은 SNS 가입 시 부모 동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6월 11세 이전의 스마트폰 사용과 15세 이전의 SNS 사용 금지 법안에 대한 지지를 표시한 바 있다.

국내서도 청소년 SNS 사용 규제 움직임...표현 자유 우려도 제기돼
국내에서도 청소년의 SNS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하루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김장겸 의원도 청소년의 중독성 콘텐츠를 규정하는 ’청소년 필터 버블 방지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세 이상부터 SNS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청소년의 사회적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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