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령 낮춰야” 80% 찬성, 인권위 “사회 복귀 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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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미성년자 연령 13세로 하향 논란
지난 3월 경기도 수원의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은 5학년 학생을 집단으로 폭행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종용했다. 사흘간의 폭행으로 피해 학생은 왼쪽 무릎이 골절됐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이명, 고안압증을 앓게 됐다. 지난 6월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는 피해 학생이 전치 8주의 중상을 입은 묻지마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두 사건의 가해자는 모두 촉법소년으로 형사처분을 받지 않았다.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청소년이다. 이들은 형사처분 대신 사회봉사,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는다. 현행법상 형사 미성년자인 만 14세 미만이기 때문이다.
촉법소년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만 10~18세 소년은 2017년 453만명에서 지난해 408만명으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법원에 접수된 촉법소년 범죄는 7897건에서 1만2502건으로 58% 증가했다. 올해 10월까지 접수된 촉법소년 범죄는 이미 지난해 전체를 넘어선 1만3536건에 달한다.

법무부가 지난 6월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TF’를 구성해 소년범죄 종합대책 마련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지난달 26일 법무부는 TF에서 마련한 형사 미성년자 연령 하향,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소년원 생활실 소규모화, 구치소 내 성인범·소년범 분리, 소년 보호관찰 전담 인력 증원, 소년교도소 내 검정교육 의무화, 피해자보호 강화 등이 담겼다. 이어서 지난 2일 대책 실현을 위한 소년법·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법무부는 다음달 13일 입법예고 기간까지 최종안을 확정해 연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 중에서도 형사 미성년자 연령 하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6일 “촉법소년은 중한 범죄를 저질러도 최장 2년의 소년원 송치로 처분이 종결돼 국민의 법 감정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현행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낮추겠다”고 말혔다. 형사 미성년자 기준이 만 13세로 낮아지면 생일이 지난 중학교 1학년 학생이 흉악 범죄를 저지른 경우 소년원 송치에 그치는 것이 아닌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다. 미디어리얼리서치코리아에서 지난 6월 성인 35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0.2%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찬성했다.
신체적 성숙, 사회 환경의 변화도 고려했다. 현재 형사 미성년자 기준 연령은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69년간 유지되고 있다. 반면 소년의 성숙을 고려해 성년 연령은 만 19세로, 피선거권·선거권 연령은 만 18세로 하향됐다. 하향 연령을 만 13세로 결정한 이유는 보호처분을 받는 촉법소년 중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보호처분을 받은 촉법소년 4142명 중 13세는 2995명으로 72.3%에 달했다. 보호처분을 받은 14세 3344명과도 큰 차이가 없었다. 우리나라 학사제도가 13세를 기준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구분하고 있다는 점도 참작됐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촉법소년 연령을 만 13세로 하향한다고 해서 모든 13세 소년범이 형사처분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소년범의 경우 강간, 살인 등 잔혹한 범죄에 한해서만 형사처분이 적용되기 때문에 처벌 연령 폭을 1세 더 늘리는 것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소년 사법체계 내실화, 소년사건을 다루는 법관의 전문화가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는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반면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연령 하향보다 반성과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곽 교수는 “소년은 성인보다 행동 변화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교화와 선도를 위해 사회가 적극 노력해야 한다”며 “10대 때 범죄 전과가 누적되면 자포자기형 범죄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유엔 아동권리에 관한 협약 등 국제인권기준이 요구하는 소년의 사회 복귀와 회복의 관점에 반한다”며 “부정적인 낙인 효과를 확대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혜인 기자 yun.hy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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