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과 캐나다 간 관세전쟁 여파로 중단했던 수출을 전격 재개하며 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해외로 수출한 물량이 1,894대로 전월 대비 무려 32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제로’에서 8월 2천대 돌파한 수출 기적
현대차의 미국발 수출 물량은 지난 5월 14대로 급감한 뒤 6월에는 아예 0대를 기록하며 완전히 멈춰 섰었다. 하지만 7월 450대를 시작으로 8월에는 1,894대까지 회복하며 작년 월평균 수출 규모인 1,883대 수준을 되찾았다.
이같은 반전의 배경에는 미국과 캐나다 간 관세 분쟁의 장기화가 있다. 지난 4월 캐나다가 미국산 자동차에 25% 맞불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이후, 현대차는 미국발 캐나다향 선적을 완전히 중단했었다.
하지만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난달 “자동차와 철강,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현행 25%대로 유지된다”고 못 박으면서 관세 장벽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해졌다.

투싼 돌풍이 수출 재개 결정 이끌어
현대차가 관세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캐나다 수출을 재개한 데는 현지 시장에서의 놀라운 성과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제네시스를 포함한 현대차의 지난달 캐나다 판매량은 1만 3,611대로 작년 동월 대비 20% 증가하며 역대 8월 최대 판매고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되는 투싼이 작년보다 59% 증가한 3,450대가 판매되며 베스트셀링 모델에 올랐다. 이는 현대차가 11개월 연속 최대 판매 실적을 달성하는 원동력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앨라배마 공장에서 캐나다향 물량을 만들었는데 그대로 두면 재고가 되는 상황이었다”며 “보복관세가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고 장기화하면서 관세 부담을 안고라도 다시 수출을 진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멕시코 공장과 투 트랙 전략 가동
현대차는 향후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멕시코 공장과의 생산 조정을 통한 투 트랙 전략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은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되는 미국향 투싼을 앨라배마 공장으로 돌리고, 앨라배마에서 생산하던 캐나다 판매 물량은 멕시코에서 생산해서 캐나다로 넘기는 것을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생산 최적화를 통해 현대차는 관세 부담을 줄이면서도 북미 시장에서의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캐나다 시장에서 투싼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어 향후에도 수출 재개 효과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의 이번 결정은 글로벌 관세전쟁 속에서도 시장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한 전략적 판단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