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人터뷰] “한국인의 꺾이지 않는 열정 믿어”... 韓 주목한 항공사, 왜?

소중한 사람과의 만남, 세계 탐험, 비즈니스 출장 등 여행을 떠나는 목적은 다양하다. 그만큼 이동 거리도 길어진다. 그런데 유럽에서는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항공기를 타는 여행객들이 비난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여행 자체를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행의 욕구는 인간 본능인데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그만큼 여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책임감 있는 노력을 동반하면 된다.

보리스 다쏘 에어프랑스-KLM 한국·일본·뉴칼레도니아 지역 사장

(좌) 유인태 모두투어 사장 (우) 보리스 다쏘 에어프랑스-KLM 지역 사장 /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전 세계에서 항공기가 배출하는 탄소량은 인류가 배출하는 전체량의 2~3%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에 여행업계도 이동 수단의 친환경 전환 등 탄소 배출량 감축에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 ‘SAF’ 활용이 있다. 한국에선 SAF가 아직 생소하다. SAF는 ‘Sustainable Aviation Fuel’의 약자로, 폐식용유 등의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다. 일반 화석 연료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 감축한다. SAF는 기존 항공유보다 가격이 3배가량 비싸고 생산·급유 인프라가 부족해 국내에선 아직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좌) 보리스 다쏘 에어프랑스-KLM 지역 사장 (우) 유인태 모두투어 사장 / 사진= 에어프랑스-KLM

그럼에도 한국 여행사와 협력을 통해 SAF 확산에 나선 유럽 항공사가 있다. 보리스 다쏘(Boris Darceaux) 에어프랑스-KLM 한국·일본·뉴칼레도니아 지역 사장은 지난 16일 한국을 방문해 모두투어 유인태 사장과 SAF 사용 확대를 위한 협약을 맺었다. 

에어프랑스-KLM은 지난 2021년부터 전 세계 기업 및 여행사를 대상으로 친환경 비행에 동참할 수 있는 ‘SAF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프로그램 참여사는 출장 혹은 여행상품제공시 항공편 운항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간 탄소 배출량을 추정한 후 이를 상쇄하기 위한 기여금을 조성한다. 이번 MOU 체결에 따라 에어프랑스-KLM은 모두투어가 조성한 기여금을 SAF 구매에 사용한다.

보리스 다쏘 에어프랑스-KLM 지역 사장 / 사진 = 강예신 여행+ 기자

보리스 다쏘 사장은 약 25여 년간 에어프랑스와 KLM에서 근무한 베테랑이다. 아일랜드와 벨기에·룩셈부르크, 스페인·포르투갈 지역 사장을 거쳐 한국·일본·뉴칼레도니아 지역 사장으로 지난해 9월 선임됐다.

에어프랑스-KLM은 기내식 제공 시 승객들에게 제공되는 그릇에 일회용 플라스틱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또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항공기가 가벼워야 하기 때문에 기내에 설치하는 좌석 무게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종이 사용을 최소화하고자 기내 잡지대신 모바일 앱을 제공한다. 잡지 한 권의 무게가 대략 1㎏이라고 가정한다면 승객 300명이 탑승 시 총 300㎏에 육박하게 된다. 기업이자 개인으로서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항상 되묻는다.

보리스 다쏘 에어프랑스-KLM 지역 사장

(좌) 에어프랑스 에어버스 A220 항공기 (우) KLM 네덜란드 항공 엠브라에르 190 항공기. /사진= 에어프랑스-KLM

프랑스와 네덜란드 국적항공사 에어프랑스-KLM은 지속가능성에 진심인 대표적인 항공사로 꼽힌다. 당장 눈에 띄는 변화를 실감하기 힘든 분야라고 해서 막연하고 불분명한 약속은 하지 않는다. 승객/㎞ 당 탄소 배출량을 오는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30% 감축하는 걸 목표로 한다. 또 EU는 유럽 항공사들의 SAF 혼합 비율을 오는 2030년까지 5%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는데, 에어프랑스-KLM은 한 발 더 나아가 10% 달성을 선언했다. 현재 SAF 사용량이 전체 연료 사용량의 1%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도전이다. 

탄소 배출 저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유럽 항공사가 한국에 주목한 이유는 뭘까. 고객에게 큰 관심을 이끌어내기 힘든 분야임에도 국내 여행사가 이들과 함께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었을까. 다쏘 에어프랑스-KLM 지역 사장과 유인태 모두투어 사장을 만나 물어봤다.

한국은 빠르게 성장해 온 나라다. 또 한국인들은 추진력도 좋다. 팬데믹이 끝나가면서 해외로 떠나는 한국인 여행객들이 급증하는 등 한국 시장은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 한국인 여행객들은 새로운 문화를 즐기고 모험을 주저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SAF 사용을 포함해 여러 지속가능한 노력에 대한 인식도 빠르게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보리스 다쏘 에어프랑스-KLM 지역 사장

여행상품은 경험하기 전 판단하기 어렵다.
소비자들이 단지 가격뿐만 아니라 가치에도 의미를 둘 수 있는 상품들을 많이 만들고 싶다.

유인태 모두투어 사장

(좌) 보리스 다쏘 에어프랑스-KLM 지역 사장 (우) 유인태 모두투어 사장 / 사진 = 강예신 여행+ 기자

에어프랑스-KLM과 모두투어는 ‘친환경 미래지향’이라는 동일한 비전을 갖고 있어 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에어프랑스-KLM은 연료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신형 항공기 비중도 확대하고 있다. 2028년까지 64%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매년 20억 유로(약 2조 8000억 원) 이상 투자하고 있다. 신형 항공기는 승객/㎞ 당 탄소 배출량을 구형 항공기 대비 평균 20~25% 줄여준다. 또 인공지능 기반의 최적 항로 설정 등 연료 사용 최소화를 위한 ‘에코 파일럿팅(Eco-piloting)’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에어프랑스-KLM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ow Jones Sustainability Indices, DJSI) 월드 지수에 18년 연속 편입된 바 있다. ​

모두투어는 공동체를 위한 환경보존 측면에 항상 관심을 가져왔고, 직접 기여할 수 있는 부분과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을 꾸준히 고민해 왔다고 밝혔다. 샌딩용품을 e-샌딩 서비스로 대체해 종이 사용을 최소화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재생 가능용지를 활용한다. 코로나로 잠시 멈춘, 인플루언서와 함께 하는 해외 봉사여행 ‘볼룬투어 프로그램’을 비롯해 임직원과 함께하는 국내 플로깅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한국인 여행객의 SAF 인식 제고를 위해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지 묻자 두 사람 모두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가진 기업들의 동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쏘 사장은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 길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길이라고 믿는다. 한국 시장에서 이 길을 함께 걸을 수 있는 파트너 기업과 손잡고 지속가능한 여행 문화 확산에 기여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유 사장도 “여행사가 혼자 환경 이슈에 대해 활동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라면서 “항공 분야에서 직접 상품으로 적용된 사례가 낯설고 가격이 오르는 문제 등도 있지만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가치소비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인태 모두투어 사장. / 사진 = 강예신 여행+ 기자

에어프랑스-KLM과 모두투어는 이번 협약을 시작으로 함께 다채로운 여행상품들을 준비하고 있다. 유 사장에게 가장 추천하는 상품을 물었다.

프랑스는 파리 뿐만 아니라 구석구석 아름다운 자연, 역사, 문화가 살아 숨쉰다. 노르망디 연안의 작은 어촌마을 `에트르타`부터 바다가 아름다운 휴양지 `니스`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굉장히 매력적인 프랑스 소도시 기행 상품을 기획했다. 중세 프랑스 문화와 깨끗한 자연환경을 만끽하기 충분한 여정으로 준비할 예정이다.

유인태 모두투어 사장

보리스 다쏘 에어프랑스-KLM 지역 사장 /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다쏘 사장은 “한국 여행객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활력 넘치는 한국 여행객들이 유럽을 많이 찾아줘서 반가웠다. 최근에는 일본을 찾는 한국인 여행객 수를 보고 놀라기도 했다. 우리 인류는 쉬지 않고 여행을 해왔다. 이제는 더욱 책임감 있는 여행을 해야 할 때다. 한국은 노력하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단시간 내 SAF 사용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속가능한 여행에 동참한다는 뿌듯함을 느껴 보시면 좋겠다.

보리스 다쏘 에어프랑스-KLM 지역 사장


강예신 여행+ 기자
영상 편집= 정승아 여행+ 인턴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