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두 달 남은 박민 ‘KBS 개편’ 강행…보수 노조까지 등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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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한국방송(KBS) 사장이 임기 말 밀어붙이고 있는 조직개편안에 반발하며 한국방송 기술본부·제작기술센터 팀장 53명이 보직에서 사퇴했다.
9일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의 공지를 보면, 기술본부 팀장들이 8일 자로 보직 사퇴 소식을 알리는 53명 기명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제작1본부 팀장을 맡은 시사·교양 피디 16명은 지난 2일 성명을 내어 "제작진과 함께 한국방송 프로그램의 경쟁력과 공적 기능을 지키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보직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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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공모 도전자 박민·김성진 뉴스주간·박장범 앵커 등
언론단체 “낙하산끼리 경쟁”…KBS 노조, 파업투표 가결
박민 한국방송(KBS) 사장이 임기 말 밀어붙이고 있는 조직개편안에 반발하며 한국방송 기술본부·제작기술센터 팀장 53명이 보직에서 사퇴했다. 앞서 시사교양국 피디(PD)들이 집단으로 보직 사퇴를 선언한 지 일주일 간격으로 조직적인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방송 양대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와 한국방송노조는 각각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과반 찬성으로 가결했다.
9일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의 공지를 보면, 기술본부 팀장들이 8일 자로 보직 사퇴 소식을 알리는 53명 기명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기존 팀장 보직 사퇴 성명 및 구성원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발전적인 조직개편을 위한 제대로 된 논의의 장과 명확한 직무분석 없는 단순 통합방식”이라며 “방송기술 경쟁력을 도태시키는 조직개편이 강행되어 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방송 이사회는 지난달 25일 여권 성향 다수 이사 7명의 찬성으로 경영진이 제출한 ‘직제 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에는 기술 조직을 대폭 통폐합하고 시사교양국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제작1본부 팀장을 맡은 시사·교양 피디 16명은 지난 2일 성명을 내어 “제작진과 함께 한국방송 프로그램의 경쟁력과 공적 기능을 지키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보직 사퇴했다.
이번 조직개편은 한국방송 구성원 사이에 누적되어온 ‘박민 체제’에 대한 반감을 증폭하는 방아쇠가 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소속인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 보수 성향의 한국방송노조, ‘비정치’를 표방한 한국방송같이노조가 박민 사장을 향해 ‘졸속 조직개편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한목소리로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이사회를 앞두고 함께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 7일에는 양대노조가 각각 진행한 쟁의행위 투표가 조합원 다수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언론노조 한국방송 본부가 지난달 23일부터 7일까지 진행한 투표에서는 93%(투표율 84%)가, 같은 기간 한국방송노조 투표에서도 89%(투표율 74%)가 찬성했다. 현재 한국방송은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노사 협상 결렬,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중단에 이어, 쟁의행위 투표 가결로 파업까지 가능한 상황이다.
지난해 25대 김의철 사장 해임 뒤 잔여 임기 기간 사장으로 선임된 26대 박민 사장은 ‘윤 대통령과 가까운 정권 낙하산’이란 비판이 거셌는데, 오는 12월 임기가 끝난다. 이에 신임 27대 사장 공모에 뛰어들며 연임 도전에 나선 것이다. 지난 4일 한국방송 이사회가 공개한 사장 후보에는 박 사장과 함께, ‘박민 체제’에서 보도 책임자로 발탁된 김성진 방송뉴스주간, 박장범 ‘뉴스9’ 앵커 등 4명이 지원했다. 이는 이례적으로 적은 숫자다. 2012년 20대 사장 공모 이후 한국방송 사장 자리에는 통상 11∼30명의 후보가 지원해왔다.
박민 사장의 연임 경쟁자로 이름을 올린 김성진 주간은 지난 1월 케이비에스 기자들에게 “전두환 호칭을 ‘씨’가 아닌 ‘전 대통령’으로 통일하라”는 지침을 내려 논란을 샀던 인물이다. 또 언론·시민단체 안에서 “여러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한 뉴스는 지우고 전쟁준비 뉴스로 도배한 케이비에스 보도의 책임자”라는 비판도 나온다. 박장범 앵커 역시 윤석열 대통령 새해 대담 프로그램 진행을 맡아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거론하며 “조그마한 파우치”라고 표현해 사안을 축소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90여개 언론·시민사회단체 연합인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지난 7일 성명을 내어 “낙하산끼리 누가 한국방송을 더 잘 망칠 것이냐를 놓고 경쟁하는 꼴이 됐다”며 “이사회는 이번 공모를 ‘적격자 없음’ 처리하고 재공모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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