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탕후루 먹방에 '단짠단짠' 탓? 韓20대 당뇨병, 5년 새 48% 늘었다

정심교 기자 2023. 10. 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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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최근 중국발(發) 탕후루 열풍에 단맛과 짠맛을 동시에 탐닉하는 식문화, 여기에 탕후루 11개를 한꺼번에 먹어 치우는 등 과식 먹방이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끄는 가운데, 최근 5년간 20대 당뇨병 환자의 증가세가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부천시 정)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만성질환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20대 중 당뇨병으로 치료받은 환자 수가 4만2657명, 고혈압으로 치료받은 환자 수가 4만2798명으로 같은 해 전체 20대 인구수의 1.3%가 당뇨병이나 고혈압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5년간 80세 미만 연령대 중 20대에서 당뇨병·고혈압 환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대비 당뇨병 환자의 '증가율'만 놓고 보면 80세 미만 연령대 가운데 20대가 47.7%로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어 60대(31.1%), 10대(26.6%) 순으로 많이 증가했다. 30대는 19% 증가했으며, 0~9세도 18.1% 증가하는 등 젊은 층에서의 당뇨병 환자 증가세가 뚜렷하게 확인됐다.

이에 대해 서영석 의원은 "이는 최근의 탕후루 열풍, 미디어, SNS를 통한 '먹방', 달고 짜는 것을 번갈아 먹는다는 '단짠단짠' 등과 같은 젊은층 사이의 유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탕후루의 칼로리는 100g당 70~100㎉로 포도(60㎉), 배(51㎉), 사과(57㎉), 단감(44㎉) 등 여느 과일보다 더 높다. 이는 과일의 과당뿐 아니라 설탕·물엿 등의 이당류(포도당과 과당이 결합)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탕후루를 먹어 몸에 들어온 당분 가운데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남은 당은 '지방'으로 바뀌어 저장된다. 과일의 당분, 즉 과당은 지방에서 대사되는데, 과잉 섭취분은 간에서 지방으로 전환된 후 차곡차곡 쌓인다. 이렇게 간에 쌓인 지방의 양이 간 무게의 5%를 넘기면 지방간으로 본다.

또 탕후루를 코팅한 설탕 속 포도당은 혈액 속에 녹아드는데, 췌장에서 분비된 인슐린이 포도당을 데리고 몸의 각 세포로 들어간다. 이후 각 세포에선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너무 많아 재고 처리된 포도당은 혈액을 떠돌며 혈당 수치를 높인다. 높아진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되고 혈당을 낮춘다. 그런데 인슐린이 처리하기에도 부족할 정도로 당분이 너무 많이 들어와 인슐린이 모자라게 되거나, 분비된 인슐린이 제대로 일하지 못하게 되면 혈당이 지속해서 높은 상태 즉,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 서울 시내 주요 번화가에선 탕후루를 먹고 버린 쓰레기가 길거리를 오염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전락했다.


탕후루·아이스크림 같은 단맛 디저트의 당분은 당분 중에서도 혈당을 가장 빠르게 올리는 '단순 당'으로, 혈당의 급상승과 급하락을 유도하는 '혈당 스파이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단순 당은 당이 1~2개로 구성된 구조물로, 먹으면 몸에 바로 흡수된다. 이를 통해 혈당이 빠르게 높아지고, 몸에선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을 더 많이 내보낸다. 이때 몸에서 혈당을 빠르게 낮추는 과정에서 저혈당과 공복감이 나타난다. 이는 극강의 단맛 식품을 또 먹게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한다. 중독으로 인한 금단현상으로 과식·폭식이 찾아오기도 한다.

게다가 극강의 단맛을 일단 한번 경험하면 뇌에서는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해 행복감과 만족을 느낀다. 이 행복감과 만족감은 마약·알코올 중독자가 쾌감을 느끼는 호르몬 구조와 같다. 실제로 탄수화물을 오랜 기간 과잉 섭취하면 장기적으로는 마약을 투여했을 때와 비슷한 변화가 뇌에서 일어난다.

고혈압의 경우도 지난해 기준 5년 전과 대비해 20대 환자 수가 30.2%로 80대 미만 환자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다음으로 60대가 25.1%, 30대가 19.6% 순서로 많이 증가했다. 10대의 경우 3.1% 감소했지만, 0~9세의 경우 19.4% 늘었다. 의료계에선 비만·스트레스가 젊은 층의 고혈압 유병률을 높이는 주요 원인일 것으로 해석한다.

당뇨병과 고혈압은 대표적인 만성질환으로 한번 발병하면 오랜 시간 지속한다. 서 의원은 "노인층의 질환으로만 여겨졌던 만성질환이 젊은 층에서 급속도로 환자가 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당뇨병과 고혈압으로 인한 진료비만 1년에 2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 없도록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책임지고 젊은 층의 만성질환을 관리체계를 갖춰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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