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포트폴리오 줌인] AI 생태계 올라탄 전자BG, 신규 거점 베팅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가운데)이 충북 증평 ㈜두산 전자BG 사업장을 방문해 CCL(동박적층판) 제품 라인업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두산

두산이 2028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태국에 CCL(동박적층판) 공장을 신설한다. 앞서 두산은 중국, 베트남에도 전자소재 생산 거점을 마련했다. 다만 이번 투자는 AI 시대를 겨냥한 신규 전략 거점 확보 차원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AI 인프라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태국 공장을 통해 연간 최대 1조원의 매출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꽉 찬 국내 공장…해외 증설 불가피

두산 전자BG의 국내 CCL 생산 기지인 김천·증평 공장은 현재 가동률이 100%를 웃도는 상태다. 고객사에 물량을 원활히 납품하려면 공장을 풀가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AI 데이터센터용 수요가 폭발적으로 확대되면서 발생했다. 기존 거점만으로는 모든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두산은 최근 태국 신규 공장 투자를 발표했다.

태국 공장은 연내 착공해 오는 2028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하는 것이 목표다. 초기에는 2개 라인을 가동하다 최종적으로는 총 8개 라인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기존 AI 데이터센터향과 밀접한 네트워크용 CCL 생산 라인이 8개인 점을 감안하면 태국 공장 완공 시 공급 안정성이 상당 수준 높아질 전망이다.

두산이 해외에 CCL 공장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중국과 베트남 등에 생산거점을 구축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넓혀왔다. 중국은 현지 수요 대응을 위한 후속 조치였으며 베트남의 경우 기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행보였다.

반면 이번 투자는 차세대 고객과 AI 공급망을 겨냥한 신규 거점 확보 차원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과거 중국은 현지 공략의 목적이 컸다면 태국은 현지에 거점을 둔 글로벌 고객사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AI 데이터센터가 키운 하이엔드 CCL 수요

AI 데이터센터에는 일반 서버보다 훨씬 많은 고성능 반도체와 초고속 연결 장비가 들어가는 만큼 다량의 PCB가 필요하다. PCB는 전자부품을 연결하는 회로기판이며 이를 만드는 원판 소재가 CCL이다. 특히 수요는 일반 전자기기에 쓰이는 범용 제품보다 고사양 소재에 집중되고 있다. AI 서버는 대용량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주고받아야 해 고성능 CCL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객사가 원하는 사양의 CCL을 제조할 수 있는 업체는 한정돼 있다. 일본, 대만 등 소수 업체로 제한돼 있으며 국내 업체 중에선 두산이 고성능 CCL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하이엔드 CCL은 기술력과 고객 인증을 모두 확보해야 하는 대표적 고진입장벽 소재 산업으로 평가되며 두산은 관련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있다. GPU 기반 AI 칩 1위 업체인 엔비디아가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두산이 엔비디아 공급 사실을 직접 언급한 적은 없지만 고사양 CCL 제품군 확대와 AI 수요에 맞춘 증설 움직임이 맞물리며 시장의 추정은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블랙웰·베라 루빈 후속 모델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점과 태국 공장 가동 시점이 시기적으로 맞물린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아울러 블랙웰 후속 모델은 두산의 단독 공급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태다.

AI 공급망 재편 흐름에 올라타면서 두산 전자BG의 기업가치를 재평가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기존 전망치를 웃도는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전자BG 매출은 6173억원이며 이 가운데 엔비디아향 매출은 2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제시한 올 상반기 전자BG 매출 가이던스는 1조27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792억원 대비 큰 폭 상향된 규모다. 지난해 연간 매출이 약 1조9000억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올해는 이를 크게 웃돌 전망이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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