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우석대학교 공동기획] ‘수소기업 신화’ 꿈꾸는 ‘에이피그린’

김경수 기자 2026. 9. 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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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에서 수소 장비를 만드는 스타트업이 상용화 문턱에 다가섰다.

청정에너지 솔루션 기업 에이피그린(대표 박태윤)은 지난 7월 APG-20으로 1,000시간 장기운전을 마쳤고, 지난달에는 연료전지를 통합한 APG-5P가 유럽 CE 인증을 받았다.

에이피그린은 주력 모델인 APG-20을 토대로 수소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에이피그린은 지역의 수소산업 인프라를 살핀 뒤 완주로 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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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인프라 없이 수소를 만들어쓰는 설비 제작
전력·물 사용량 30% 절감…APG-100 실증 추진
전북 수소 인프라·전북도시가스 협력 발판 삼아 성장
에이피그린 박대윤 대표가 회사의 특허 및 표창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에이피그린 제공

 전북 완주에서 수소 장비를 만드는 스타트업이 상용화 문턱에 다가섰다. 

청정에너지 솔루션 기업 에이피그린(대표 박태윤)은 지난 7월 APG-20으로 1,000시간 장기운전을 마쳤고, 지난달에는 연료전지를 통합한 APG-5P가 유럽 CE 인증을 받았다. 대규모 인프라 없이 현장에서 수소를 만들어 쓰는 ‘빠르게 확장 가능한 분산형 수소·발전 시스템’을 완주에서 제작·시험하고 있다.

박태윤 대표는 지난 2022년 1월 회사를 설립했다. 에이피그린의 주력 제품인 APG 시리즈(APG-Series)는 도시가스와 LNG, 바이오LNG 등의 가스 연료를 활용해 현장에서 곧바로 수소를 생산하는 분산형 온사이트 시스템이다.

컨테이너 일체형 구조로 제작돼 장비가 설치된 현장에서 수소를 생산하고, 고객이 원하면 연료전지를 더해 전력까지 함께 공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외부 수소 공급망이나 대규모 인프라 없이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박 대표는 “수소를 한곳에서 대량으로 생산해 운송하는 대신 필요한 곳에서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방식”이라며 “완주에서 장비를 제작하고 시험하고 있으며, 미국에도 법인을 두고 현지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 대표는 싱가포르에서 약 8년간 유학·생활한 뒤 외국계 화학 회사를 거쳐 국내 수소산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액화수소 스타트업의 창립 초기부터 사업개발과 상용화 과정을 경험하며 수소산업 현장을 익혔다.

박 대표는 “수소 생산기술은 많은 기업이 열심히 개발하고 있지만, 정작 수요처가 분산된 경우에는 생산비 못지않게 저장·압축·운송 비용이 수소 가격을 끌어올리는 구조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소를 생산해 멀리 보내는 방식으로는 수요가 흩어져 있는 현장에 해답을 주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그렇다면 수소를 사용할 장소에서 직접 만들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했다. 도시가스 배관은 이미 전국에 설치돼 있으므로 이를 수소 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에이피그린의 강점 가운데 하나는 공정에서 물을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박 대표는 “수전해 방식은 전기와 물이 모두 필요하지만, 에이피그린의 방식은 대규모 외부 전력이나 공정수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며 “부분산화는 발열반응이어서 외부에서 공급해야 하는 에너지가 적다. 이에 장치 전체를 컨테이너 안에 넣을 수 있고, 상수도 인프라가 없는 현장에서도 운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강점은 수소와 전력을 동시에 생산한다는 점이다. 수소만 생산할 때보다 전력까지 함께 공급하면 산업단지와 건설 현장, 상업시설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박 대표는 공정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바이오메탄 등 저탄소 원료를 적용할 경우 전체 탄소집약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박 대표는 “에이피그린이 적용하는 부분산화 방식은 기존 스팀 메탄 개질 방식과 비교해 공정에 필요한 외부 에너지와 용수 사용을 줄일 수 있다”며 “에너지와 용수 사용량을 절감하는 ESG형 생산방식을 적용하면서 설비 및 운영비 측면에서도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투입·산출 기준으로 계산하면 적은 전력으로 같은 양을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형 스팀 메탄 개질 설비와 달리 소형 모듈형 부분산화 시스템은 기동·정지와 부하 조절이 상대적으로 빠르다. 에이피그린은 수요 변화에 1시간 이내 대응할 수 있는 운전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재생에너지와 분산전원이 확대되면 전력 수요와 가격 변동도 커질 수 있다”며 “이때 필요한 만큼 수소와 전력을 빠르게 생산·조절할 수 있는 유연성이 분산형 시스템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풍부한 경험을 갖춘 전문 인력도 에이피그린의 강점으로 꼽힌다.

박 대표는 “미국 FSEC 수소연구소장을 지낸 40년 경력의 박사와 한국가스기술공사 가스연구원장을 지낸 박사가 연구를 맡고 있다”며 “수소는 안전이 걸린 분야이기 때문에 짧은 경험만으로는 다루기 어렵다. 실시간 모니터링을 기반으로 한 지능형 운전 제어기술을 더해 실험실이 아닌 실제 사용환경을 기준으로 기술을 다듬어 왔다”고 말했다.

APG시리즈 설명.

에이피그린은 주력 모델인 APG-20을 토대로 수소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APG-20은 컨테이너 한 대에 들어가는 크기로, 하루에 수소 20㎏ 이상과 전력 300㎾h를 동시에 생산하는 장비다. 1000시간 장기운전은 장비가 장시간 연속 운전에서 성능을 유지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완주 공장은 수소용품 제조허가를 받았고, APG-20은 공인시험기관의 성능시험도 거쳤다. 연료전지를 통합한 APG-5P는 지난달 유럽 CE 인증을 취득해 해외 실증에 활용된다.

박 대표는 “올해 하반기에는 하루 수소 100㎏을 생산하는 APG-100 프로토타입이 나온다”며 “앞으로 해당 모델이 사용 확산을 이끄는 주력 제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료전지를 연계하면 56㎾급 분산전원으로 쓸 수 있고 2027년 제품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병렬 연결을 통해 수요에 대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전 라인업은 촉매 부분산화 기반의 저전력·저용수 수소 생산 모듈과 모듈형 시스템 구조를 공통으로 적용하고, 고객 요구에 따라 연료전지를 더해 전력까지 공급하는 구성으로도 제공한다”며 “고객이 처음부터 큰 비용을 들일 필요 없이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장비를 추가해 용량을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APG시리즈 구성도.

에이피그린은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매출 기반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박 대표는 “현재 사업은 정부 연구개발(R&D) 과제와 실증 프로젝트, 초기 장비 공급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아직 양산형 제품을 판매하는 단계가 아니라 제품을 완성해 가는 단계다. APG-100의 실증 데이터를 확보한 이후에는 장비 판매와 유지관리 중심의 본격적인 상용 매출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등록 특허 10건에 국내 출원 7건, 해외 출원 3건을 더해 지식재산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며 “지난해 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World Hydrogen Expo 2025)에서 ‘H2 이노베이션 어워드’ 수소 생산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베스트 프로덕트 미디어 어워드’에서는 엑설런트 픽(Excellent Pick)에 선정됐다. 중소벤처기업부 팁스(TIPS)와 전북 예비수소전문기업에 선정됐으며, 벤처기업 및 전문연구사업자로 등록돼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피그린은 지역의 수소산업 인프라를 살핀 뒤 완주로 이전했다.

박 대표는 “장비회사는 제품을 만들고 시험하고 인증받은 뒤 다시 개선하는 과정을 반복한다”며 “수소 장비를 시험하고 인증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국내에서 완주만큼 촘촘하게 모여 있는 곳은 없다. 특히 완주에는 세계 최초로 구축된 수소용품 전문 시험·검사시설이자 국내 유일의 수소용품 검사지원센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완주에는 수소특화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을 비롯한 수소 밸류체인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 교통의 요지라는 장점도 있다”며 “전북도와 완주군 실무자들이 형식적으로 대응한 것이 아니라 기업과 함께 실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한 부분이 컸다”고 평가했다.

완주 수소특화 국가산업단지는 지난해 12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2027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주에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과 일진하이솔루스, 비나텍 등 수소 밸류체인 기업과 시험·인증 인프라가 함께 모여 있다.

에이피그린은 전북도시가스와의 협력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에이피그린이 구상해 온 도시가스 배관 활용 모델을 전북에서 실증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올해 7월 전북도시가스 본사에서 김홍식 회장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며 “바이오메탄을 원료로 한 온사이트 수소 생산과 분산전원 사업을 공동으로 기획하고, 실증사업과 정부 지원사업을 함께 발굴·추진하는 한편 기술과 정보를 공유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하자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시가스 회사는 배관과 정압시설이라는 자산을 이미 갖추고 있지만 이를 수소나 분산전원으로 확장할 장비가 없다”며 “에이피그린은 장비를 보유하고 있지만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공급망이 필요하고, 전북은 바이오가스 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세 가지를 연결하면 에이피그린이 이야기해 온 ‘지역 안에서 순환하는 분산형 모델’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APGREEN 상표. 홈페이지 갈무리.

에이피그린은 실증 데이터를 확보해 회사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박 대표는 “당장은 올해 하반기 APG-100 프로토타입을 완성하고 실증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기업은 결국 현장 데이터가 있어야 그다음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북에 내려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완주군과 군산특구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전북도시가스도 실증과 사업화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 관계기관의 지원 덕분에 전북에서 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 전북일보-우석대학교 공동기획 「전북 수소 산업 오늘과 내일」은 수소중심대학으로 선도적 입지를 다지고 있는 우석대학교의 후원으로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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