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대신 ‘지역활력 회복’이라고 하자!

[송원근의 커뮤니티를 위한 경제]
지방소멸론에 부정적 의미 확대재생산
위기감 조장, 개발주의 정책 확대·강화
일본은 '지방창생' 개념을 사용중
지역회복탄력성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지역전문가가 본 지역정책들

“지방대학 선생들은 한 5년 정도 지나면 모두 지역전문가가 될 거야.”

지방대학에 임용된 지 4~5년 정도 지났을 때 선배 교수님이 던졌던 말이다. 당시 진행했던 프로젝트, 가르치는 과목도 그렇고, 당시 필자는 그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그 선생님이 진정으로 전달하려고 했던 의미가 무엇인지 지금도 정확하게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20년이 넘은 지금 경제학자로서 지역전문가가 되어 있는가 자문해본다면 아직도 먼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지역균형발전 개념에 입각해 추진되었던 ‘혁신도시 조성과 공공기관 이전’이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지나면서 꽤나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 들어 동남권메가시티나 초광역, 농촌유토피아 같은 개념들이 등장하고, 지방소멸대응기금 등이 만들어지면서 균형발전정책들이 이어졌다. ‘지방시대(이 말은 사실은 1978년 가나가와현(神奈川県) 지사가 제창한 것이다-주)’를 내건 윤석열 정부도 기회발전특구를 지정한다고 하고 이번에는 가칭 ‘인구전략기획부’를 만들겠다고 한다. 필자가 보기에는 다른 정책들과 마찬가지로 이 역시 진정성이 없다.

지방은 소멸하고 있는가

이런 변화의 한 가운데에 ‘지방소멸'이라는 개념이 자리하고 있다. 2019년 수도권인구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고 걱정이 많았지만 그 이전에 이미 소득에서, 일자리에서, 그리고 국민으로서 받아야 할 기본적인 서비스에서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는 훨씬 더 심각했다(그림 1 참조).

수도권 비중이 지방보다 앞서는 이런 ‘역전’ 현상은 일자리에서는 2018년부터, 실질 GRDP에서는 2015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일자리 격차의 경우, 지역의 일자리 감소는 그에 따른 소득 감소를 고려할 때 지역 소득의 감소를 의미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일자리 중심의 사회복지시스템 때문에 일자리가 줄면 지역의 복지 수요와 지출도 동시에 감소한다는 것이다(사회보험 중심의 복지 확대는 사회보험 가입자와 미가입자 간 불평등, 특히 이른바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불안정 노동자 간 불평등도 더욱 크게 확대했다-주). 또한 2000년대 초반에 이미 시작된 청년취업자 비중의 역전 현상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들의 수에서도 확인된다. 이에 비례해 각 지자체들의 ‘청년잡기’도 유행처럼 번져갔다.

'지방소멸론'의 문제점들

이런 현상들 앞에서 ‘지방소멸론’은 지방인구 감소 문제를 공론화하고, 저출생·고령화, 수도권 일극 집중화에 따른 청년인구 유출, 지역 침체 등에 대한 관심을 높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중앙정부가 나서서 ‘지방소멸위험지수’를 발표하고 소멸위기 지역 등을 지정하는 것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위기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래픽=연합스

그러나 지방소멸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일본조차도 ‘지방창생’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것에 비해 우리는 부정적인 용어가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소멸’이라는 강력한 이미지는 위기 의식과 불안감을 조장하고 그동안 지역간 격차와 소외·배제를 심화시켰던 개발주의 정책을 더욱 확대·강화한다.

지역 위기, ‘지방소멸’ 망령 속에 다시금 지역을 중앙과 자본의 먹잇감으로 던지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지역 위기를 ‘지방소멸론’으로 확대 재생산하고, 극단적 효율성과 경쟁력 지상주의를 내세우며 어차피 소멸할 지방은 모두 살릴 것이 아니라 이른바 거점 도시에 선택적으로 집중하자는 압축도시, 메가시티론도 횡행하고 있다. 또 지자체들이 지방 정부 예산 늘리기와 지방 공무원 수 감소를 막기 위해 의식적으로 퍼트리는 이데올로기 같은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지방소멸이라는 표현보다는 지역활력회복, 혹은 지역공생, 지역재생 등 좀 더 긍정적인 용어를 사용해야하지 않을까? 다치고 병든 환자들에게 ‘너는 곧 죽을 것이다’라고 말하지 말고 ‘회복될테니 힘을 내’라고 말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중에서 필자는 '지역활력회복'이라는 용어가 더 적합할 것으로 보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활력지표와 정책을 개발하자

먼저 지역활력회복은 인구학이나 합계출산률을 기준으로 하는 지방소멸에 비해 지역활력지표 개발 등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현 지방시대위원회)가 발표하는 국가균형발전지표가 있지만 이 지표는 지역간 격차를 보여주고 재원이 얼마나 균형적으로 배분되었는지를 보여주는데 주 목적이 있다. 또 지표구성 요소와 가중치의 적절성, 지역특성 미반영, 지표와 균특회계 사업간 정책연계성 등 문제가 있다. 한편 농촌경제연구원은 2021년 기존 지방소멸 담론과 대치되는 ‘지역재생잠재력지수’를 고안․발표하기도 했다.(지역재생잠재력지수는 지역에서 얼마나 인구를 증가시킬 잠재력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개발된 지수로, 출산가능인구 비율 대비 두 자녀 이상 출생률로 구성된다. 둘째 이상 출생률은 특정 1년간의 총 출생아 중에서 둘째 이상으로 태어난 아이의 비율이며, 출산가능인구 비율은 총 여성인구 대비 15세에서 49세 여성(가임여성) 인구를 의미한다.-주) 그러나 이 지수 역시 출생률 같은 기준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두 번째 지역활력회복은 지방소멸과 관련된 정책과 이에 필요한 여러 재원들의 통합적 운영과 실행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지역균형발전 개념에 입각한 재원으로서 균특회계, 초광역협력사업 예산, 지역상생발전기금 등이 있지만 이 재원들이 각 부처의 예산사업의 성격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또 지역위기의 고착화는 예산규모보다 파편화되고 분절적인 공모사업 추진방식에 있는지도 모른다. 공모 방식은 지자체간 사업(예산) 유치 출혈 경쟁을 격화시키고, 연계가 필요한 타 사업이 탈락할 경우 사업간 시너지도 기대할 수 없다. ‘동일한 회계 안에 있지만 집행은 부처간 칸막이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각 부처의 예산을 강력하지 통제하지 못하는 균형발전위원회(현 지방시대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5년 편성되기 시작한 균특회계의 경우 2009년 이후 40%밖에 그 규모가 늘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동안 국가 예산 규모는 250% 증가하였다. 또 2023년도 균특회계 예산은 12.7조 원으로 이는 2022년 예산 10.9조 원보다 1.8조원 증액된 것이다. 그러나 이 증가는 타 회계 및 기금에서 집행하던 4.5조 원 규모의 사업을 2023년부터 균특회계로 이관하였기 때문이다-이성현, 23년도 균특예산의 0.7%, 861억원에 불과한 신규사업 비중, 나라살림 브리핑, 2022.10.25.) 2024년 예산의 경우에도 2023년 본예산(11.7조원)보다 11.1%증가한 13.1조 원이었지만 지방소멸대응기금(1조원) 등 총 1.8조 원이 다른 회계 및 기금사업에서 이관된 것이어서 이를 제외하면 4,983억 원이 전년보다 감소한 금액이다(이성현, 통계적 착시 걷어내면 24년 균특회계 예산 4,983억원 감소, 나라살림 브리핑, 23.9.20).

그림=연합뉴스

엉뚱한 예산집행, 오히려 격차를 늘려

또 자금 집행이 주로 낙후지역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예산이 수도권에 상당부분 배정됨으로써 수도권과 지역간 격차 해소라는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예산 집행 방식도 지자체 공모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한계도 있다. 매년 1조 원을 지방에 배분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도 마찬가지이다. 이 기금은 많은 경우 지자체 장의 치적쌓기를 위한 지역숙원사업, 지역단체사업 등 민관거버넌스를 해결한다는 성격을 가지고 있고 한시적으로 그칠 우려가 크다.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기금을 마련하고 지역에 배분하는 지역상생발전기금의 경우에도 지자체 자체 예산사업에 사용되는 재원이라고는 하지만 기금 배분 내역 및 성과분석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는다. 해당 기금이 각 지자체에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알 수 없다는 말이다. 또 기금 사용 측면에서 지방소멸 위기에 직접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이는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의 지역자율계정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지방소멸대응기금, 지역상생발전기금, 고향사랑기부금(현재는 직장인 10만원 기부로 세액공제+답례품, 자치단체 1만명에서 1만5천명 사이가 기부가 다수이다-주) 같은 지방소멸 대비 관련 기금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재정조정제도까지 고려하여 지역활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 지방소멸 대응 각종 기금, 그리고 국고보조금 등의 재정 제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지방이 주도권을 가지고 통합적 운영이 가능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대안 모색에 대해서는 다음 번 컬럼을 통해서 좀 더 상세하게 다룰 예정이다.-주)

지역의 회복탄력성을 높이자

마지막으로 지역활력회복이라는 용어의 ‘회복’이라는 용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때 회복은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의미하는 것으로 어떤 충격으로부터 시스템의 주요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하며 단순히 이전 것으로 복귀를 넘어서는 것이다. 즉 주요 성능 유지를 위한 시스템의 구성, 기능, 조직 변경을 포함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존하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추구하고 현재의 균형상태를 유지하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비하여 급변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위기에 대처하고 불확실성을 초래하는 위협 요인을 줄이는 것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지속가능성을 넘어선다.

이러한 장점과 의의에도 ‘지역활력회복’으로 프레임 전환에는 넘어야 할 벽도 많다. 현재의 정치제도나 지형은 여전히 개발주의를 토대로 하고 있고, 지역은 개발자본이나 토건 자본의 먹이감이 되고 있으며, 그런 방식으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지방소멸’과 지역위기에 대한 지자체들의 경쟁이 지역간 격차를 오히려 확대해왔던 경험을 볼 때, 제대로 된 자치분권과 이를 뒷받침하는 지속가능한 재정력 확보도 어려운 과제이다. 일본의 고이즈미 정권의 '삼위일체' 개혁으로 재원을 지방으로 이양한 것이 자치단체간 세수 격차를 오히려 키웠듯이 단순히 지방에 권한을 이양하고 재원을 배분하는 것으로는 수도권 집중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방소멸’ 대응, 아니 지역활력회복을 위한 다양한 기금들의 통합적 운용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거버넌스 구축도 현재로서는 너무 이상적인 것이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우려들이 지방분권 확대나 재정분권이 불필요하다는 논리를 강화하는 데 사용되어서는 안된다. 이상적이긴 해도 계속 분석하고, 주장하고 대안을 얘기하는 길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이것이 지방대학 선생들이 ‘찐으로’ 할 일이 아닐까?


송원근 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학을 전공했고, 재벌 중심의 산업·경제구조, 기업조직(지배구조) 연구를 출발점으로 노동 참여 기업연금제도, 지역 필요를 사업화하는 지역관리기업, 사회적비용을 부담하는 사회적경제기업모델 등으로 주제를 확장해왔다. 민선7기 지방정부 정책에 관여하면서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 완화, 지역활력 회복에 필요한 정책, 지방대학의 역할 등을 다양하게 모색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사회과학연구원장, 대학사회책임(USR)센터장을 맡고 있으면서 학생들이 자기가 사는 지역을 알고 이해할 수 있는 여러 기회와 다양한 접점을 만들고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