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제 반등"…투자 고집한 유럽계 은행들 '실적 쇼크'
유럽 최대 은행 HSBC 실적이 전년 대비 80% 큰 폭으로 악화했다. 중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로 4조원 가까운 손실을 본 탓이다. 스탠다드차타드(SC)에 이어 HSBC까지 중국 시장 노출 비중이 큰 글로벌 은행들의 자금 사정이 빡빡해지고 있다. 중국 경기 침체가 전 세계 금융업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中교통은행 지분 대규모 상각
HSBC는 21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10~12월) 세전 이익이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로, 51억달러 수준이었던 전년 동기 대비 80%가량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6위 국영은행인 중국교통은행 지분이 대규모로 상각 처리된 영향이 컸다. HSBC는 20년 전 처음 교통은행 지분 약 20%를 사들이며 중국 금융 시장에 대한 관여도를 높였던 바 있다. 현재 지분율은 19.03% 수준인데, 중국 성장 둔화에 따라 지분 가치가 30억달러(약 4조원)만큼 대폭 축소됐다는 설명이다.
교통은행은 중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도)가 큰 편이다. 전체 매출의 약 29%(2022년 기준)가 아시아에서 나오는 HSBC는 중국 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 불안에 대비하기 위한 대손충당금을 기존보다 2억달러 많은 10억달러까지 늘렸다.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액이 1993년 이후 가장 적은 330억달러(약 44조원)에 그쳤다는 소식도 HSBC엔 악재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평가했다.
이밖에도 HSBC는 프랑스 소매금융 부문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어치의 추가 손실을 냈다. 아르헨티나와 멕시코에서도 각각 초인플레이션과 무담보 대출로 인한 손실 5억파운드(약 8403억원), 3억달러(약 3988억원)가 발생했다.
영국 온라인 투자 플랫폼 인터랙티브인베스터의 리처드 헌터 시장 담당은 “중국 경제 전반, 특히 부동산 시장의 둔화는 올해 내내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미국, 영국 등 주요국들의 금리 인하 물결이 핵심 성장 동력을 갉아먹을 우려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HSBC는 고금리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지난해 연간 세전 이익은 사상 최대 수준인 300억달러(약 30조원)다. 전년 대비해선 78% 불어났다. 순이자마진(NIM)도 전년보다 0.24%포인트 오른 1.66%였다. 그러나 연말 실적이 고꾸라진 탓에 시장 예상치인 340억~341억달러에는 못 미쳤다. 자기자본수익률(ROI)은 전년(10%)보다 오른 14.6%였지만, 애널리스트 전망치(17%)는 밑돌았다.
이날 런던 증시에서 HSBC는 전 거래일보다 8.39%(54파운드) 내린 589.80파운드에 마감했다. 낙폭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변동성이 커졌던 2020년 4월 이후 최대다.
월가 등 돌렸는데…中투자 고수한 결과
중국 경기 침체로 타격을 입은 건 HSBC뿐만이 아니다. HSBC의 경쟁사 SC도 중국 톈진 소재 상업은행인 발해은행 투자(지분 16%)로 작년 3분기 7억달러(약 9304억원)의 상각 손실을 냈었다. 실적 발표 직후 런던 증시에서 SC 주가는 최대 12.8%까지 내려앉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미국계 은행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하나둘 중국 시장에서 발을 뺐다. 그러나 유럽계인 HSBC와 SC는 대중국 익스포저를 유지했다. 주요 수익창출원인 아시아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선 중국을 포기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들 은행의 대중국 전략은 최근의 거시 경제 변화 양상을 세밀히 반영하지 못한 관성적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HSBC가 산출한 교통은행의 장부가치는 239억달러로, 시장가치보다 무려 145억달러나 많았다. 지분가치 상각과 이에 따른 실적 악화는 오래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는 분석이다. 상각 이후에도 여전히 장부가와 시장가 간 격차는 124억달러에 달한다고 WSJ는 전했다.
HSBC는 중국 시장에 대한 여전한 낙관론을 폈다. 노엘 퀸 HSBC 최고경영자(CEO)는 교통은행 지분가치 상각을 “단순한 기술적 회계 조정 문제”로 규정하면서 “우리는 중국에 대한 헌신적인 투자자이며, 중국 경제에 대해 여전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중국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최악의 상황은 끝났고, 수요를 자극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HSBC는 중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4.9%로 전망하고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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