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주의, 빈 깡통 아니었나? [기자의 추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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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마오쩌둥 정신'을 언급할 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리곤 했다.
마오쩌둥은 외국의 자본은 물론 과학기술까지 거부하는 '중국식 제조 시스템'으로 미국을 추월하겠다고 설치다가 수천만 명의 아사를 초래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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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로벨 지음 심규호 옮김
유월서가 펴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마오쩌둥 정신’을 언급할 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리곤 했다. 마오쩌둥은 외국의 자본은 물론 과학기술까지 거부하는 ‘중국식 제조 시스템’으로 미국을 추월하겠다고 설치다가 수천만 명의 아사를 초래한 사람이다. 농촌에 인민공사(토지와 농기구를 공유하고 식사도 공동 식당에서 해결)를 설치하고, 수많은 지식인들을 외국 스파이로 몰아 잔혹하게 숙청했다.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주자파(자본주의를 추종하는 세력)로 낙인찍혀 박멸당했다. 그러나 시진핑 치하의 중국은 사실상 자본주의 대국으로 세계에서 빈부격차가 가장 격심한 나라 중 하나다. 중국은 외국 자본에 기반한 고도 경제성장을 추진해왔고 해외 기술 도입은 물론 ‘기술 절취’로 문제를 일으킨다. 이런 나라에서 ‘마오쩌둥 정신’이라니?
중국 현대사 및 문학 연구자로 유명한 줄리아 로벨의 〈마오주의〉가 그런 의문 중 일부를 해결해주었다. 이 책은 부제(마오주의의 글로벌 역사) 그대로 ‘마오주의로 불리는 일정한 신념 체계와 경험’이 중국은 물론 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들과 아프리카, 심지어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전개되었는지 구체적 사례를 통해 흥미롭게 보여준다. 그에 따르면, 마오주의는 단지 과거의 역사적 현상이 아니라 지금도 중국과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적 힘이다.
캄보디아의 전체주의적 공산당과 ‘복지국가의 억압성’에 반발할 정도로 개인의 자유를 중시했던 서구 젊은이들이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마오주의를 해석하고 추종했다는 것이 흥미롭다. 사실 마오쩌둥의 사상 따윈 당초부터 빈 깡통이었고, 과거와 현재의 수많은 사람들은 단지 ‘마오주의로 불리는 어떤 것’에 자신들의 지향과 욕망을 담아 세상에 보여주기 위해 투쟁해온 것이 아닐까? 시진핑은 그가 ‘마오쩌둥 정신’으로 부르는 것에 무엇을 담고 있을까? 나는 그것이 ‘한족(漢族) 민족주의’와 팽창주의라고 보기 때문에 지금의 중국이 무척 두렵다.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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