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보타주, 방화, 암살…글로벌 혼란 책동하는 푸틴 스파이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8개월째에 접어든 가운데 미국과 유럽 국가들을 겨냥한 러시아 스파이들의 파괴공작(사보타주)과 방화, 암살 시도가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지난 4월 러시아군 총정찰국(GRU)의 사주를 받아 현지 미군기지 등을 공격하려던 독일-러시아 이중국적자 2명이 당국에 체포됐다.
같은달 폴란드에선 우크라이나에 서방제 무기가 전달되는 통로인 제슈프 공항 관련 정보를 GRU에 넘기려는 시도가 적발됐다.
영국에서는 우크라이나 소유의 현지 물류업체에 불을 지른 남성 여럿이 검거됐는데 이들은 GRU의 감독을 받는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과 관련된 자들로 알려졌다.
6월에는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에서 사제폭탄을 제조하려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중국적자가 덜미를 잡혔고, 7월에는 러시아가 독일 최대 방위산업체 라인메탈의 아르민 파페르거 최고경영자(CEO)를 암살하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
폭력이 수반되지 않는 심리전 성격의 공작도 잇따랐다.
예컨대 지난 6월 프랑스 에펠탑 앞에는 '우크라이나의 프랑스 병사들'이란 글이 적힌 관들이 놓였는데 프랑스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프랑스 내의 우크라이나 군사원조 반대 여론을 키울 목적으로 이러한 퍼포먼스를 벌였다고 보고 있다.
이런 공작 다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인종, 이념 등과 관련한 분열을 부추겨 사회혼란을 극대화함으로써 서방의 국가역량을 깎아내리려는 시도 역시 병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해 전쟁이 벌어진 직후인 작년 11월 프랑스 파리 시내 곳곳에 유대인의 상징인 '다윗의 별' 수백개가 그려진 것이 대표적 사례다.
GRU 요원들은 하마스의 편을 들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요 항로인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온 예멘 후티 반군과도 손을 잡고 있다.
올해 7월에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장사정 미사일을 제공한 데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가 후티반군에 무기를 공급하는 방안도 논의됐다가 사우디아라비아가 항의하면서 없던 일이 되기도 했다고 미 당국자들은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수년간 환심을 사려 했던 대상인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길을 가려 했던 건 이번 전쟁이 러시아의 외교정책을 어떤 식으로 잠식했는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내달로 다가온 미국 차기 대선과 관련해서도 가뜩이나 심각한 미국 사회의 분열을 더욱 악화시키려 시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브릴 헤인즈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지난 5월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러시아를 "우리 선거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외국의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러시아 정부는 이런 공작을 미국을 허물어뜨릴 수단으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미 정보기관들은 지난 7월에는 "러시아가 특정 인구집단을 겨냥해 분열을 조장하는 이야기를 확산시키고 특정 정치인들을 폄하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러시아 외교정책 전문가인 세르게이 라드첸코는 "마치 러시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성립된 국제질서를 유지할 이유를 더는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2022년 10월 한 국제회의에서 "서방이 지배하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면서 "우리는 2차 대전 이후 가장 위험하고 예측할 수 없으면서도 가장 중요한 10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는 혁명적 상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그(푸틴)가 정말로 '혁명 정신'에 사로잡혔고 서방을 썩은 체계로 여긴다면 (러시아는) 앞으로 수개월, 수년간 더 많은 (서방의 레드) 라인을 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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