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클래스 <3>] 전쟁 국면에서 자라나는 기회의 씨앗


2026년 3월 이후 국내 주식시장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극심한 변동성을 겪고 있다. 2월 말 코스피가 6300선을 돌파했을 때만 해도 연내 7000선 도달이 가능하다는 낙관론과 소외 공포(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시장을 지배했다. 그러나 3월 들어 증시 분위기는 급격히 비관론으로 선회했다. 코스피가 5000선을 여러 차례 위협받았고, 그 과정에서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s·지수 등락 폭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거래를 일시 정지하거나 조기 종료하는 제도)가 2회, 사이드카(sidecar·선물 변동 폭이 3~5%에 달한 상태로 1분간 지속하면 프로그램 매매를 5분간 정지하는 조치)가 9회 발동됐다. 전례 없는 주가 급변동에 많은 투자자의 피로감과 스트레스도 크다.
이 같은 분위기 급변의 배경에는 2월 말부터 이어진 이란 전쟁이 있다.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해협 봉쇄 충격이 전쟁 리스크의 중심에 자리한다. 4월 들어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에너지 인플레이션 불안감을 주식시장 전반에 주입했다. 과거 2008·2011·2022년의 지정학적 위기 당시 유가 100달러 국면이 평균 140일가량 지속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전쟁이 불러온 에너지 비용 상승 우려가 기우는 아닐 거다.
유가 급등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경로도 복잡하게 했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경계하며 매파적 성향을 드러냈고, 그 결과 상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이 여파로전 세계 할인율 대용치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한때 4.5% 수준까지 치솟았다. 전쟁과 맞물린 중앙은행의 긴축 전환 우려는 환율 불안도 키웠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를 넘나들었고, 이는 3월 외국인의 코스피 35조원대 순매도를 불렀다.
하지만 시장 환경은 4월 8일을 기점으로 변곡점을 맞았다. 미국과 이란은 4월 7일(현지시각) 밤, 호르무즈해협의 안전 통항 재개를 조건으로 2주간의 휴전에 합의했다. 이 소식 직후 국제유가는 급락했고, 글로벌 증시는 안도 랠리를 보였다.
주식시장, 회복의 재료가 쌓이고 있다
물론 휴전 합의가 나왔다고 해서 에너지 가격이 곧바로 전쟁 이전 수준으로 복귀한다고 보긴 어렵다. 로이터는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던 일부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량이 시장에 다시 나오더라도, 훼손된 생산·수출 인프라의 복구에 상당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이번 휴전은 ‘시장 압박 완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에너지 공급을 단번에 정상화하는 해법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돌발 변수 역시 여전히 남아 있다.
대외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주식시장은 회복 재료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점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매력이 높아졌다. 3월 증시 조정 과정에서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률(PER)은 7배 중반까지 내려왔다. 역사적으로 선행 PER이 8배 아래로 떨어졌던 적은 2008년 10월 금융 위기(저점 6.3배), 2011년 8월 미국 신용 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 위기(저점 7.6배), 2018년 10월 미·중 무역 분쟁 및 연준 금리 인상 우려(저점 7.7배) 등 세 차례에 불과하다. 금융 위기급 블랙스완을 제외하면, PER 8배 이하는 사실상 지수 바닥권의 신호라고 해도 무방하다.
둘째, 코스피 이익 모멘텀이 아직 훼손되지 않았다. 3월 한 달간 전쟁 리스크가 증시를 짓눌렀음에도, 코스피의 2026년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660조원대 상향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호르무즈해협 봉쇄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비용 상승이 향후 코스피의 이익 기대를 둔화할 가능성은 열어 둬야 한다. 하지만 최근 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단기 공급 충격(유가 105~125달러) 시나리오에서도 제조업 생산비 상승률은 평균 5.4% 수준에 그친다. 특히 현재 국내 증시 주도주인 반도체의 생산비 상승률은 1.6%로,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높다. 이를 코스피 전체에 적용하면, 선행 12개월 순이익은 현 수준 대비 10~16% 하향에 그치며, 이 경우에도 PER은 8배 중후반에서 9배 초반 수준으로, 코스피 역사적 평균인 10배를 밑돈다.

공포의 정점 지나며 반등 시그널 가시화
셋째,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는 종반부에 접어들고 있다. 연초 이후 50조원대 순매도는 분명 공포스러운 수치다. 하지만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는 반도체 등 주도주의 업황과 펀더멘털을 판 것이 아니라, 외부 불확실성을 빌미로 높아진 주가와 비중을 조절한 성격이 강하다. 실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3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에서 가장 쏠림이 심한 전략 1위는 ‘글로벌 반도체 매수(응답률 38%)’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이 코스피의 40%를 웃돌 정도로 상위 두 개 종목의 집중 협상이 강해진 구도에서, 외국인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가장 비중이 큰 자산군부터 현금화한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 패턴이다. 하지만 덕분에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은 49%를 밑돌며 10년 이내 최저에 내려왔고, SK하이닉스 지분율도 고용량 고대역폭 메모리(HBM) 주도주로 부각하기 시작한 2024년 초 수준까지 하락했다. 외국인 입장에서 현재보다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는다면, 반도체를 포함한 국내 증시를 추가로 순매도할 유인은 크지 않다.
넷째, 전쟁의 출구 전략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2주 휴전은 단순한 제스처가 아니라, 호르무즈해협 개방과 후속 협상을 묶은 현실적 타협안이다. 미국과 이란 모두 전쟁을 지속할 여력이 부족하다. 미국은 하루 약 20억달러를 전쟁 비용으로 쏟아붓고 있고, 전쟁발 인플레이션으로 핵심 지지층의 표심 이탈이 가속하고 있다. 트럼프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고, 마러라고 지역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승리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 역시 군사 지원 요청을 거부했다.
이란도 마찬가지다. 미사일과 드론 비축량 상당 부분을 소진했고, 주요 군수산업 시설과 핵 관련 시설 다수가 타격을 입었다.
물론 휴전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휴전 발표 직후에도 일부 보복성 타격이 이어졌고, 이스라엘 변수도 남아 있다. 그러나 시장이 중요하게 보는 것은 합의 변동점이 지나가고 있다는 신호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공포에 휩쓸려 매도를 확대할 때가 아니라, 주가 상승의 기회를 놓칠 수 있는 업사이드 리스크에 대비할 때다.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게 할인된 업종을 중심으로 옥석을 가려낼 기회다. 전쟁 이후 자주국방 수요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직접적 수혜를 입을 방산과 조선, 메모리 반도체 업사이클을 바탕으로 강한 이익 모멘텀을 보유한 반도체, 고환율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유통·음식료 같은 K-소비주 등에 주목할 만한 시점이다.
전쟁의 스트레스가 정점을 통과하고,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안도감을 제공하기 시작하면 4월 중 코스피는 회복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주식시장은 공포가 극에 달한 순간에 그다음 상승의 씨앗을 품어왔다. 언제나 늘 그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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