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끌기 아니다"라지만… 축구협회 항소 결정, 정몽규 축구협회장직 고수 배경은?

대한민국 축구 행정의 심장부가 다시 한번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렸습니다. 대한축구협회(KFA)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정몽규 회장 중징계 요구가 적법하다는 법원의 1심 판결에 불복, 항소를 결정하면서 정몽규 회장의 리더십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장기전으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축구협회는 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6년도 제4차 이사회를 열고, 문체부의 특정감사 결과에 따른 행정소송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기로 의결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지난달 23일 서울행정법원이 문체부의 손을 들어준 지 약 2주 만에 나온 대응입니다.

이날 이사회는 정몽규 회장이 이해 관계자라는 이유로 논의에 불참한 가운데,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의 주재로 진행되었습니다. 이용수 부회장은 항소 결정 직후 "법원의 1심 판결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축구 팬들의 엄중한 요구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이번 항소는 북중미 월드컵을 방패막이 삼거나 시간 끌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법적 절차 안에서 추가적인 법률 해석을 받아보고자 하는 협회의 고심 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축구계 안팎의 시선은 냉담합니다. 이미 1심 재판부가 문체부의 징계 요구를 "재량권 범위 내의 적법한 조치"라고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상급심의 판단을 구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정 회장의 임기를 보장받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 아니냐는 지적이 지배적입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이정원 부장판사)가 내린 1심 판결문은 축구협회의 행정 체계가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져 있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재판부는 문체부가 지적한 27건의 사안 중 핵심적인 9가지 위법 사항이 중징계의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의 위반입니다. 홍명보 현 감독과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전력강화위원회의 추천 기능이 무력화되었고, 정 회장이 권한 없이 감독 선임에 개입해 이사회의 권한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법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천안 코리아풋볼파크 건립 과정에서 문체부 승인 없이 무단으로 대출을 받고 보조금을 허위로 신청한 점, 승부 조작 등 비위 축구인 100명을 기습 사면하려 했던 점 등도 부적절한 행정의 전형으로 꼽혔습니다.

재판부는 "정몽규 회장이 감독 선임 과정에 권한 없이 개입했다"고 명시하며 문체부의 '자격정지 이상' 중징계 요구가 정당함을 인정했습니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해 2월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4연임에 성공했습니다. 당시 문체부의 중징계 요구가 있었음에도 정 회장이 선거에 출마할 수 있었던 것은 법원이 축구협회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기 때문입니다. 이 덕분에 정 회장은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무죄 추정'의 틀 안에서 4선 고지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1심 패소로 정 회장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졌습니다. 협회 정관상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가 확정되면 회장직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항소 결정으로 정 회장은 일단 2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회장직을 수행하게 되었으며,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2026 북중미 월드컵 역시 회장직 공석 사태 없이 치르게 되었습니다.

축구협회는 '회장 공석'이라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 항소를 선택했지만, 이는 도리어 '리더십의 도덕성 상실'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습니다.

문체부는 1심 판결 이후 축구협회에 공문을 보내 정 회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신속히 이행할 것을 거듭 촉구하고 있습니다. 행정부의 징계 요구권이 법적으로 근거가 충분하다는 판결을 받은 만큼, 협회 내부의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압박입니다.

하지만 축구 팬들은 협회가 스스로 정 회장을 징계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그간의 행정 운영이 정 회장 1인의 독단적 결정에 의해 움직여왔다는 점이 감사와 법원 판결을 통해 드러난 상황에서, 내부 위원회가 회장에게 '자격정지'라는 칼을 들이대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대한축구협회의 항소 결정은 법적 다툼을 연장하여 정몽규 회장의 체제를 유지하려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됩니다. 소비자, 즉 대한민국 축구 팬들의 관점에서는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리더십이 월드컵이라는 국가적 이벤트를 빌미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향후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2심 재판부가 1심의 '사실관계 인정'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증거나 법리를 수용할 것인가입니다. 또한, 한 달 뒤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 성적에 따라 정 회장에 대한 퇴진 압박 여론이 어떤 방향으로 튀게 될지가 공식적인 행정 지표가 될 전망입니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상급심의 최종 판결 시점을 단정하기 어려우나,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내내 한국 축구의 신뢰도는 계속해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확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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