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송 참사’ 1년 지났는데…전국 지하차도 침수 차단막 설치 ‘30%’에도 못 미쳐
6월 기준 전체 지하도 1091곳 중 301곳만 차단막…의무 설치 대상 169곳도 無
‘경인고속道 참사’도 2년 경과했는데…‘화재 취약’ 방음터널 ‘11곳’ 교체 안 돼
이연희 의원 “‘n번째 참사’ 언제라도 발생 가능…정부·지자체, 책임 미뤄선 안 돼”
(시사저널=변문우‧정윤경 기자)
지난해 31명의 사상자를 낸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가 발생한 후 1년 동안 전국 지하차도에 사고 예방용 '침수 차단막'이 설치된 비율(2024년 6월 기준)이 '28%'(1091곳 중 301곳)에 그쳤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정부 규정상 의무 설치 대상임에도 차단막이 설치되지 않은 지하차도가 169곳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에선 골든타임 안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적극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와 각 지자체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지하차도 침수 차단막 설치 현황(2024년 6월 기준)'에 따르면,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지난해 7월로부터 1년 후인 올해 6월 장마철까지 전국 지하차도 1091곳 중 301곳만 차단막이 설치돼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국토부 예규 상 차단시설 설치 대상임에도 설치가 안 된 곳도 40%(431곳 중 169곳)에 달했다. 앞서 국토부는 올해 4월 예규 개정을 통해, 하천에 인접하거나 침수 피해 우려가 높은 U자형 지하차도 등의 경우 방재 등급과 상관없이 진입 차단시설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차단시설 설치 기준을 상향했다.
지역별로 보면(아래 그래프 참조), 차단막이 설치된 곳이 한 자릿수에 그친 곳은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절반 이상이 넘었다. △강원도(1곳) △대구(1곳) △대전(5곳) △세종(6곳) △울산(8곳) △인천(9곳) △전남(4곳) △전북(6곳) △충남(9곳) 등 9곳이다. 차단막을 설치해야 할 지하차도가 1곳밖에 없는 제주는 제외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참사 직후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대책 마련 속도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올해 7월15일 오송 참사 1주기를 앞두고 현장을 찾아 "정부에서 마련한 대책들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 기관, 지자체와 함께 총력 대응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7월까지 모든 곳에 차단막을 설치하려 했는데 제작 업체가 몇 군데 없어서 한 달 정도 지연됐다"면서 "업체 입장에서는 물량이 몰렸다고 해서 갑자기 공장을 늘렸다가 나중에 손해를 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차단막 설치 지연의 이유를 밝혔다.
경인고속도로 참사와 관련한 방음터널도 온전히 교체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12월29일,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성남 방향 갈현고가교 방음터널 안을 달리던 A씨의 트럭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터널 내부에 고립돼 있던 운전자 등 5명이 사망하고 56명이 다쳤다. 화재는 불에 취약한 '폴리메타크릴산 메틸(PMMA)'로 된 방음터널 벽과 천장으로 옮겨 붙으면서 급속히 번진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문제가 된 PMMA 소재를 사용한 전국 방음터널 58개소 중 국토부 소관 고속도로와 국도는 2023년 말까지 즉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자체 소관 터널도 2024년 2월까지 교체할 수 있도록 조치 명령을 내리겠다고 했다. 이는 지난해 2월 국토부가 발표한 '도로 방음시설 화재안전 강화 대책'에 담겼다.
그러나 국토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연희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화재 취약형 PMMA(폴리메타크릴산메틸) 재질 방음터널 교체 현황'에 따르면, 65개소 중 11개소가 교체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국토부 소관이 2곳, 지자체 소관이 9곳 등 총 11곳이 아직 공사 중이거나 설계 작업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이 교체가 지연된 이유에 대해서 국토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터널이다보니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교통 통제도 필요하고 안전시설도 보강해야 한다"며 "지자체는 행안부로부터 특별교부세를 확보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서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 남은 9개소는 늦어도 2025년쯤에 교체될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언제라도 제2의 참사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선제적 예방을 위해 발 빠른 조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연희 의원은 시사저널에 "국민의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n번째 오송 참사와 경인터널 참사가 언제라도 발생 가능한 만큼 정부와 지자체는 더 이상 책임을 미루지 말고 즉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정치권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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