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0만대 팔리던 전성기와는 다른 풍경…2025년 10만대도 어려워

한때 실용성과 가성비를 앞세워 사랑받던 한국 경차가 위기를 맞고 있다. 티코·마티즈·모닝 등으로 대표되던 경차 시장은 캐스퍼 출시로 반짝 반등했지만, 올해는 연간 판매 10만 대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차, “있어도 안 산다”…판매량 10년 새 절반 이하로 급감
국토교통부 등록 통계에 따르면, 경차는 2012년 21만 6,000대에서 2021년 9만 9,000대로 급감했다. 2022년 캐스퍼 출시 이후 잠시 반등하는 듯했지만, 2025년 5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3,809대에 그치며 전년 대비 33.8% 감소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는 7만 대도 어려운 상황이다.

경차 라인업은 캐스퍼·레이·모닝 3종에 불과하고, 신차 소식은 사실상 끊긴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1개 모델당 최소 연 10만 대는 팔려야 수익이 나는 구조인데, 현재 전체 경차 시장이 그 수준을 못 넘긴다”고 말했다.
“이 가격이면 경차 살 이유 없다”…실속형 이미지 붕괴
최근 경차는 1,400만~2,000만 원대에 달하는 가격대로, 과거의 ‘가성비’ 인식과는 거리가 멀다. 소비자들은 필수 옵션만 추가해도 경차 가격이 소형 SUV 수준으로 오르자, “이럴 바엔 차라리 큰 차를 산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세금·주차·고속도로 할인 등 경차 혜택도 축소됐다. 2025년 기준 취득세 감면은 75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줄었고, 공영주차장·고속도로 요금 할인도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팔아도 안 남고, 사도 안 끌려”…제조사·소비자 모두 이탈
제조사 입장에서도 경차는 수익성이 낮은 구조다. 부품 단가 상승, 위탁 생산 구조로 인한 마진 하락 등으로 자체 생산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에 따라 경차 신모델 출시도 요원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선택의 폭이 좁고, 신차보다 중고차가 더 합리적인 선택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2025년 5월 기준, 중고차 시장 인기 모델 1~3위를 경차가 차지한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방증한다.

유럽·일본은 반대 전략…경차 생존 위한 조건은?
반면 일본과 유럽은 경차 시장을 정책적으로 보호하며 초저가·초소형 모델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차고지 증명 면제, 유럽은 옵션 최소화 전략으로 실질적인 ‘실속차’ 시장을 유지 중이다. 이에 비해 한국 경차는 “작지만 비싼 차”라는 인식이 강해진 상황이다.
전문가 “내수+수출 묶어 10만 대 넘겨야 생존 가능”
전문가들은 “국내 수요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수출과 연계된 규모의 경제 달성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내수와 수출을 합쳐 연간 10만 대 이상 판매가 가능해지면 가격도 다시 낮추고 실속형 모델 출시도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좁은 국토,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 1~2인 가구 중심의 이동 문화 등 한국 사회는 여전히 경차가 필요한 구조다. 하지만 지금처럼 혜택은 줄고 가격만 오른다면, 경차는 조만간 도로 위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Copyright © EV-Hotissue 저작권법에 따라 허락 없이 무단 복제, 배포, 전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