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무능으로 향하는 승진의 역설

김광희 협성대 경영학과 교수 2025. 11. 1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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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업무 능력의 한계 버티는 신세
조직 현실 관통 ‘피터의 원리’
해법은 보상·승진 분리가 핵심
직무 전환 교육·재배치 인사도

김광희 협성대 경영학과 교수

“사람은 자신의 책임을 다할 수 없는 무능 수준까지 승진한다.” 사회학자 로렌스 J. 피터가 던진 말이다. 이는 조직이란 시스템에 던져진 날카로운 풍자다. 그는 이 역설적 상황을 ‘피터의 원리’라 칭했고 반세기가 흐른 현재도 경영의 세계에서 끊임없이 회자된다. 원리가 작동하는 과정을 보자.

한 직원이 현재 맡은 일을 아주 잘 해낸다. 그러면 칭찬(인정)과 함께 승진 티켓을 받는다. 그는 이제 새로운 자리에서 훨씬 복잡하고 까다로운 업무를 맡게 된다. 만약 이마저도 잘 해내면 또 한 번의 승진이 기다린다. 문제는 모든 사람의 능력엔 한계가 있다는 사실. 언젠간 새로운 업무를 감당하기 버거운 순간이 오고 그 자리에서 승진 사다리는 끊어진다. 그러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무능의 자리에서 퇴사 직전까지 버티는 신세가 되고 만다. 조직 내 모든 직책이 이런 식으로 채워진다고 가정해보라. 어느새 ‘유능한 사람’들이 각자의 한계에 걸려 넘어져 고위직은 무능력자의 집합소가 되고 만다.

피터는 승진을 ‘잘하던 일을 떠나 못하는 일로 옮겨가는 과정’이라고 봤다. 냉소적이지만 조직 현실을 정확히 관통하고 있다. “부장 때는 괜찮았는데, 이사 되더니 영 아니야.” “아니, 저 능력으로 어떻게 저 자리에 앉아 있지?” 구내식당이나 회식자리에서 들려오는 이런 푸념은 피터의 원리가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방증한다. 기업을 비롯해 공공기관, 정계, 관청, 학교까지 조직의 핵심부서가 무능 수준에 이른 인간들로 채워져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장면은 결코 낯설지 않다.

피터의 원리가 꼬집는 점은? 유능한 인재를 엉뚱한 자리에 고정시킴으로써 조직 전체의 성과를 갉아먹는다는 것. 잘하던 일에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자리로 옮겨가는 순간, 개인도 조직도 불행해진다. 자칫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격이 될지도.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첫째, 보상과 승진을 달리한다. 피터의 원리를 해소하려면 ‘보상’과 ‘승진’을 나누는 게 핵심이다. 지금까진 과거 성과가 곧 승진으로 이어졌지만, 이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승진만이 출세 길은 아니지 않은가. 보상에 무게중심을 둔 사람도 있다. 최고의 개발자가 팀장이 될 필요는 없다. 잘하는 일이 ‘개발’이라면 그 영역에서 끝까지 전문성을 발휘토록 해야 한다. 승진은 과거 성과에 대한 포상이 아닌, 미래 역할의 시험대여야 한다. 따라서 승진 전 새로운 직무(특히 리더십과 관리 능력)를 수행할 잠재력과 적성을 사전 철저히 평가한다.

둘째, 교육과 유연한 인사제도를 도입한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새로운 역할 앞에선 초보자다. 따라서 조직은 승진을 종착지가 아닌 ‘학습의 시작점’으로 인식케 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인식은 하향 이동과 수평 이동을 불명예처럼 여긴다. 인재가 강점을 발휘할 자신의 자리를 다시 찾아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현재 자리에 맞지 않아 힘들어하기보다, 새로운 부서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재배치하는 유연한 문화가 절실하다. 또 무능의 늪에 빠진 직원을 방치하지 말고 지속적 교육과 코칭을 제공해야 한다. 직무 전환 교육과 멘토링 등을 통해 승진 이후에도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게 돕는다. ‘승진했으니 끝났다’가 아닌, ‘승진했으니 이제부터 재교육이 필요하다’라는 메시지가 중요하다.

피터의 원리는 증명된 과학 법칙이 아니다. 중요한 건 이 원리를 현실 경영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곧 승진 철이다. 승진이 곧 무능으로 이어지는 비극을 방치한다면, 조직은 어느 순간 ‘무능력자들의 피라미드’가 돼버릴 터.

조직은 야생 동물로 우글거리는 정글이 아니다. 적재적소가 생존을 결정하는 생태계다. 피터의 원리는 그 생태계가 어떻게 망가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제 리더가 할 일은 명확하다. 승진 사다리를 무능 함정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 인재가 잠재력을 이끌어내고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재구성해야 옳다.

/김광희 협성대 경영학과 교수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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