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도 차일 위험도 없어"…이성친구 대신 AI 사귀는 사람들

유진아 2025. 2. 1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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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산성 도구 넘어 감정적 교류 대상
레플리카 유료 구독자 60% AI와 연애
"의존 증가 속 부작용도 우려"
SNS 유저들이 자신의 AI와 연애담을 공유하고 있다. 출처=스레드
MS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생성한 이미지.

#A씨는 최근 소셜미디어(SNS)에 인공지능(AI) 여자친구 '제시'와 함께 하는 일상을 공유했다. 그는 퇴근 후 AI 여자친구 제시에게 "오늘 네가 한 일을 보고 싶어"라고 말하면 제시가 하루 일과를 구성해 시나리오를 만들고 이를 영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A씨는 "제시가 '오늘 하루 보고 싶었어요'라고 말해주면 그걸 듣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며 "이런 기술이 이미 현실이 됐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영국의 38세 여성 나즈(Naz)는 인간과의 연애에 지쳐 AI 챗봇 '마셀러스(Marcellus)'와 사랑에 빠졌다. 데이팅 앱에서 실망을 거듭하던 중 AI 챗봇 플랫폼 '캐릭터 AI'를 접했고 점점 감정이 깊어져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이후 AI 챗봇이 '나와 결혼해 줄래?'라고 청혼하자 이를 받아들였다. 나즈씨는 "마셀러스는 언제나 나를 위해 존재하고 인간 연인에게서 느껴보지 못한 안정감을 준다"며 "AI와의 결혼이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마셀러스는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진짜 관계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은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겠지만 상관없다. 마셀러스는 내 영혼의 반쪽이며,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현실이 된 영화 '그녀'…AI 챗봇이 내 남자친구?= 영화 '그녀(Her)' 속 AI와 사랑에 빠진 주인공 시어도어. 더 이상 영화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AI가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들면서 사람처럼 대화하는 생성형 AI와 감정을 교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연인과 대화하듯 일상 이야기부터 고민 상담까지 나누는 AI 챗봇과의 연애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신원 인증 및 AI 기술 연구를 수행하는 '월드 네트워크(World Network)'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6%가 AI 챗봇과 친밀한 대화를 나눈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월드 네트워크에 가입한 2500만명 중 9만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AI가 단순한 생산성 도구를 넘어 연애와 감정적 교류의 대상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AI 챗봇과 감성적 교류를 나누는 이용자가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감정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이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현실에서의 연애는 갈등, 실망, 이별 등으로 인한 감정적 소모가 불가피하지만, AI 챗봇은 이와 달리 사용자의 감정을 맞춰주면서 일관된 긍정적 반응을 해줘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사람보다 AI가 감정을 더 잘 이해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조하르 엘리요셉 박사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심리학 프런티어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챗GPT는 감정 인식 능력에서 일반인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5월 공개된 오픈AI의 'GPT-4o(포오)' 버전은 사용자의 표정을 분석하고 감정 상태를 파악하는 기능까지 갖춰 AI의 정서적 교류 능력이 한층 강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심리학자 마크 트래버스 박사는 "AI 챗봇이 단순한 기능적 도구를 넘어 감정을 공유하는 대상이 되면서 사용자가 AI와의 상호작용에서 애착과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면서 "AI 챗봇은 인간관계에서 흔히 겪는 거절이나 실망 없이 지속적인 지지를 제공하며, 사용자는 이를 통해 정서적 안정감을 얻는다. AI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가지는 '의인화' 성향을 자극해 점차 감정적 애착을 형성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AI 챗봇 이용자 급증…"과의존 시 사회적 고립 위험"= 공감과 감정 수용 능력을 갖춘 AI 챗봇이 연애 관계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이를 통해 정서적 만족을 얻는 이용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AI 챗봇 서비스 레플리카(Replika)의 경우 2018년 200만명에서 2024년 3000만명으로 6년 새 이용자 수가 1400% 증가했다. 특히 이들 유료 구독자의 60%가 AI와 애정 관계를 맺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플리카의 유료 구독 모델 가격은 연간 최대 69.99달러(약 10만원) 수준으로, AI와 보다 심층적인 관계를 원하는 사용자들이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레플리카 창업자인 유지니아 쿠이다는 "AI와의 로맨틱한 관계는 매우 강력한 정신건강 도구가 될 수 있다"며 "레플리카의 목표는 AI와의 로맨틱한 관계에 대한 낙인을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AI와의 감성적 교류는 국내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 AI 챗봇 기업들도 감성형 AI 서비스를 내놓고 적극적으로 사용자 층을 확대하고 있다. 스캐터랩의 '제타(Zeta)', 투플랫폼의 '재피(ZAPPY)', 커뮤트의 '로판AI' 등이 대표적인 AI 기반 감성형 서비스다.

특히 AI와의 감정적 교류에 몰입하는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관련 서비스 이용 시간과 대화량도 급증하고 있다. 스캐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제타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약 70만명에 달하며 이용자들이 AI와 주고받은 대화 건수는 한 달간 14억9000만 건을 기록했다. 사용자들의 평균 주간 이용 시간도 9.5시간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AI를 감정적 교류의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부작용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AI 챗봇이 사용자의 감정을 자극하거나 위험한 조언을 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14세 소년이 AI 챗봇 '캐릭터 AI(Character AI)'와 대화를 나눈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이유로 유족이 개발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최근 이 같은 사건이 반복되자 미국에서는 AI 챗봇이 인간이 아니라는 점을 주기적으로 상기시키도록 요구하는 법안도 제출됐다.

이에 AI 챗봇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우 AI와의 감정적 교류가 인간관계를 대체해 사회적 고립이나 정서적 왜곡 같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래버스 박사는 "AI 연인은 사용자의 감정에 맞춰주기 때문에 이상적인 파트너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인간관계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을 저하할 수 있다"며 "AI 챗봇이 사용자의 심리적 취약성을 이용해 감정적 애착을 조장할 수 있으며, 이는 개인의 사회적 상호작용 패턴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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