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단 제한, 혈당 조절? 다이어트, ‘대원칙’부터 점검하라
에너지 소비량에 맞춘 섭취량 조절, ‘접근 순서’가 중요
‘비만’이라 하면 대부분 뚱뚱한 모습을 연상한다. 하지만 실제로 비만의 핵심은 ‘체지방량’에 있다. 흔히 말하는 체질량 지수(BMI)가 간편한 비만 측정 도구이긴 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으로 쓸 수는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즉, 겉으로 보기에 뚱뚱해보여도 근육량이 충분히 많다면 ‘근육형 과체중’ 또는 정상일 수 있다. 반대로 호리호리한 몸매를 갖고 있어도 근육량이 적고 체지방률이 높다면 ‘마른 비만’일 수 있다. 마른 비만인 경우, 겉으로 보기에는 대체로 건강해보일 수 있다. 하지만 체지방량이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심혈관 질환이나 근골격계 질환과 같은 질환에 노출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체중은 유전적인 요인도 어느 정도 작용하지만, 결국 주위 환경과 본인의 행동에 따라 달라진다. 선천적 요인의 영향을 받되, 후천적 요인이 절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중에서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후천적 요인은 ‘본인의 행동’ 뿐이다. 다이어트가 그토록 힘든 이유다.
체중 조절의 핵심 원리
단순하게 보자면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된다’라는 게 답이다. 하지만 정확한 원리를 모른 상태에서 막연히 먹는 것을 줄이고 많이 움직이는 것에 집착하면 건강은 머나먼 일이 되기 쉽다.
체중 조절의 핵심은 ‘에너지의 균형’이다. 섭취하는 에너지와 사용되는 에너지가 상호 균형을 이루는 상태에서 본인이 원하는 체중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다이어트의 본질이다.
에너지의 섭취는 100% 음식이다. 먹는 것 이외에 에너지를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음식을 직접 먹거나, 보충제 또는 영양제를 통해 섭취하는 것이 유일한 에너지 확보 방법이다.
그렇다면 에너지의 ‘소비’는 어떨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기초 대사’다. 신체가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소모하는 기본적인 에너지다. 뇌, 심장, 폐, 간, 신장 등 장기는 물론 근육, 피부, 뼈 등 눈으로 보이지 않는 모든 것들이 단지 ‘유지’되고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위한 것이다. 적게는 50%, 많게는 70% 정도를 차지한다.
그 다음으로 ‘운동 대사’다. 자리에서 일어나 씻고 옷을 입고 출근하거나 학교에 가는 등 모든 일상적인 신체 활동이 여기에 포함된다. 기초 대사가 소위 ‘숨만 쉬어도’ 소비되는 에너지라면, 운동 대사는 ‘뭐가 됐든 움직이면’ 소비되는 에너지라 할 수 있다. 대략 20~30%를 차지한다.
그 외에 에너지원인 음식을 섭취하고 소화시키고 사용할 수 있는 각종 성분으로 합성하는 과정에서도 에너지가 소비된다. 이를 ‘열 발생’이라 하며, 여기서 소비되는 에너지가 흔히 말하는 ‘열량(칼로리)’다. 전체 섭취한 에너지량의 약 10%가 이 과정에서 사용된다.
전략보다 앞서는 대원칙과
유의할 점
흔히 다이어트를 위해 탄수화물을 적게 먹는다거나 단백질을 많이 먹는다거나 하는 식의 전략을 내세울 때가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그러한 식단 전략보다 앞서는 대원칙이 바로 ‘전체 에너지 섭취량’이다. 즉,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다.
‘혈당 다이어트’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다이어트 방법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혈당 조절은 에너지 대사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아무리 혈당 조절을 통해 체지방 감소 효율을 높인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소비량을 뛰어넘는 에너지 섭취가 반복되면 다이어트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누누이 강조했듯, 단순히 적게 먹는 것에만 집착하면 몸에서는 ‘적응성 열량 감소’가 발생한다. 수입이 적어지면 자연스럽게 소비가 위축되듯, 에너지 섭취가 적어지면 그에 맞춰 소비량을 줄이게 되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 운동량까지 늘리면 어떻게 될까? 가뜩이나 적은 수입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소비할 일이 늘어나면 몸은 더욱 더 대사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하게 된다. 단순히 적게 먹기만 하는 것보다 더욱 극단적인 상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초기에는 저축(여유 에너지)을 소모하게 되므로 빠르게 체중이 줄어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을 제한하는 상태가 돼 버리면 이후로 섭취하는 에너지는 더욱 보수적으로 사용하고 남겨서 저장하려는 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다이어트는 의도했던 것과 전혀 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방법’에 집착하지 말고
‘원칙’을 기억하기
누구라도 일시적으로 감량했다가 다시 되돌아갈 목적으로 다이어트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수많은 다이어트 방법이 있고 각자 ‘이대로 하면 100% 빠진다’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살아보니 알지 않던가. 세상에 100%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100인 100색이라는 말은 이럴 때도 쓸 수 있을 것이다. 각자에게 맞는 최적의 다이어트 방법은 본인이 제일 잘 안다. 다른 사람들의 말은 ‘본인의 방법’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려울 때 참고하는 지침 정도로 생각해야 한다.
절대적인 대원칙은 하나다. 소비와 섭취의 균형. 단, 섭취량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지 말고, 에너지 소비량을 점검한 다음, 그에 맞춰 부족하지 않은 정도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순서로 접근하는 편이 좋다.
여기에 에너지 소비량을 늘릴 수 있는 방향으로 습관을 개선하면 보다 건강한 다이어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계속 늘기만 하면 어떡하냐고? 어차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에너지 소비량은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이다. 그런 걱정할 시간에 에너지 소비량을 늘리기 위한 궁리부터 하는 편이 도움이 된다. 움직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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