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가 중국에서 생산한 중형 SUV를 앞세워 신흥국 시장 재공략에 나섰다. 주인공은 ’테리토리(Territory)’다. 중국 내수용 ‘이퀘이터 스포츠’를 수출용으로 이름만 바꾼 이 차량이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남미와 동남아시아 등지로 본격 진출한다.

테리토리라는 이름은 포드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2000년대 호주에서 팰컨 세단 플랫폼을 활용해 만든 크로스오버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엔 실패작으로 평가받았지만, 이제 중국산 SUV에 부활의 기회를 주고 있다.

이번 페이스리프트의 핵심은 디자인 변화다. 기존 분할형 헤드라이트를 버리고 크롬 액센트가 들어간 일체형 그릴을 적용했다. 전후 범퍼에는 바디 컬러 인서트를 넣어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렸다. 19인치 휠과 크롬 도어 핸들도 새로 달았다. 4,685mm 길이의 차체는 그대로 유지했다.

내부는 12.3인치 듀얼 스크린 구성은 그대로 두고 시트 색상과 트림만 바꿨다. 파워트레인도 기존과 동일하다. 1.5L 터보 EcoBoost 엔진이 166마력을 내고, 전륜구동에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조합된다. 중국에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도 있지만 수출형에는 없다.

주목할 점은 브라질에서의 성과다. 작년 테리토리 판매량이 5,000대를 넘어 전년 대비 4배나 뛰었다. 시작 가격 21만 5,000헤알(약 5,300만원)은 한국 기준으론 비싸지만, 수입차 관세가 높은 브라질 시장에서는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평가받고 있다.

포드의 이런 행보는 전략적 의미가 크다. 과거 글로벌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이 실패한 뒤 지역별 맞춤형 모델 개발에 집중해 왔는데, 이제 중국 생산 기지를 활용한 새로운 글로벌 전략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리토리는 다음 달 브라질을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멕시코, 필리핀, 베트남, 남아공, 사우디 등으로 수출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모두 성장 잠재력이 큰 신흥국들이다.

중국에서 만든 차를 글로벌 시장에 파는 것 자체가 포드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다. 과거 디트로이트 중심의 글로벌 전략에서 벗어나 중국 생산 기지를 전진 기지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테리토리의 성공 여부가 포드의 새로운 글로벌 전략 방향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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