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까지 번진 인구 절벽...“스마트폰이 주범”
스마트폰 보급 확대되면 출산율 꺾여
SNS발 성별 양극화에 결혼 더 멀어져

최근 전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급감한 원인이 스마트폰과 SNS라는 분석이 나왔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대면 사교 활동이 줄어든 데다 SNS가 성별 사상적 양극화를 부추긴 것이 청년층의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 세계 3분의 2, 출산율 2.1명 이하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 세계 195개국 중 3분의 2 이상에서 여성 1인당 출산율이 2.1명을 밑돌았다. 2.1명은 인구 현상 유지에 필요한 최소 출산율이다. 이 가운데 66개국은 출산율이 1명~2명대에 그쳤다.
FT는 “출산율 감소 속도와 규모 모두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고 짚었다. 5년 전 UN에서는 2023년 한국의 출생아 수가 35만 명일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23만 명에 그쳤다. 감소세도 광범위하다. 선진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도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 2023년 브라질(1.47명)과 스리랑카(1.37명)의 출산율은 미국(1.63명)보다 낮았다.
전문가들이 꼽은 원인은 스마트폰이다. 각국에서 출산율이 급감한 시기가 스마트폰 보급 시점과 정확히 겹친다는 설명이다. 미국, 호주, 영국의 출산율은 2000년대 초반까지 큰 변동이 없다가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2007년부터 2.0명 이하로 급감했다. 프랑스는 2009년, 멕시코는 2012년, 나이지리아는 2013~2015년부터 출산율이 가파르게 떨어졌는데, 모두 해당 국가에서 스마트폰이 본격 확산한 시기와 일치한다.
멜리사 커니 노트르담대 경제학과 교수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남녀 간 로맨틱한 관계를 줄였다는 분석은 꽤 설득력 있다”고 평했다. 스마트폰 때문에 청년층(15세~29세)의 대면 사교 활동이 줄었고, 이에 결혼 상대를 선택하기까지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청년층이 대면 사교 활동을 한 시간은 2003년에 하루 평균 40분을 웃돌았지만, 2024년에는 20분으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저출산 원인, "경제 불안이 전부는 아냐"
SNS도 한몫했다. SNS가 성별 간 사상적 양극화를 가속한다는 것이다. 앨리스 에번스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스타그램과 틱톡이 젊은 여성을 전통적인 성별 관념에서 벗어나게 했다”며 “그 과정에서 연애에 대한 기준이 높아졌는데 남성들이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라 설명했다. SNS가 주거난이나 남녀 간 경제적 지위 변화 등 청년층의 경제적 불안감을 더욱 증폭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돈 문제로만 저출산 원인을 설명했던 기존 연구의 틈을 메우는 것이다. 그간 선진국에서는 청년층의 경제적 불안정이 출산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혔다. FT는 “청년층의 형편이 이전 세대보다 나빠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수십 년에 걸친 변화여서 최근의 급격한 출산율 하락을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타격을 거의 받지 않은 국가, 고속 성장 중인 중동·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출산율은 똑같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FT의 설명이다.
FT는 "최근 출산율 급감의 핵심은 경제 문제가 아니라 청년층의 고립"이라며 "정부 규제와 문화적 전환을 통해 디지털 습관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미리 기자 mirimi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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