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 영화 <원더랜드>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알려줌] <원더랜드> (Wonderland, 2024)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이나, 뇌사에 준하는 상태인 사람을 인공지능(AI)으로 복원하는 '원더랜드' 서비스가 일상이 된다는 설정을 중심으로, 세 줄기의 이야기를 '교차 편성해' 보여주는 작품이다.

첫 이야기는 세계 각국을 다니는 펀드매니저로 엄마 '화란'(니나 파우), 딸 '지아'(여가원)와 함께 한국에서 지내는 '바이리'(탕웨이)의 사연.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어린 딸의 곁을 조금이나마 더 지켜주고 싶어서 '바이리'는 직접 '원더랜드' 서비스를 의뢰하고, 자신을 '고고학자'로 속이게 된다.

두 번째 주인공은 항공사 승무원 '정인'(수지)으로, 같은 직장에서 일하면서 모든 일상을 함께하던 애인 '태주'(박보검)가 사고로 의식을 잃자, '정인'은 우주비행사로 '태주'를 설정해 '원더랜드' 서비스를 의뢰한다.

세 번째 주인공은 '원더랜드' 서비스의 인공지능을 설계하는 수석 플래너인 '해리'(정유미)와 '해리'의 직속 후배인 신입 플래너 '현수'(최우식).

'해리'는 어린 시절 부모가 세상을 떠난 이후부터 '원더랜드'를 통해 화면 너머의 부모와 지금까지 생활하고 있었다.

그사이 '현수'는 의뢰인 '용식'(최무성)의 사진 속에서 '젊은 시절의 엄마'를 발견하면서 당황해한다. 뜻밖의 비밀에 당황하는 사이 '용식'은 세상을 떠나버리고, '현수'는 '원더랜드'를 통해 그와 대화를 시도한다.

<원더랜드>는 이러한 기본 설정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갈등을 만들어낸다.

'화란'은 '지아'에게 '바이리'가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꺼내야 하지만, 그 말을 꺼내기 쉽지 않은 '딜레마'에 놓인다.

사고로 오랜 시간 의식불명 상태였던 '태주'는 기적처럼 눈을 뜨지만, 눈물로 반기는 '정인'과 뇌 손상으로 예전 같지 않은 자기 자신까지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여기에 '해리'는 시스템에 생기던 오류를 살펴보던 중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작품을 연출한 김태용 감독은 <가족의 탄생>(2006년), <만추>(2011년)로 평단과 관객의 사랑을 받아온 바 있다.

김 감독은 "가끔 핸드폰 화면 너머의 사람이 실재하는 건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도 다른 세계에 존재한다고 믿는다면, 그 관계는 지속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면서 작품의 출발점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들과 영원한 이별을 앞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남겨진 사람들의 상실감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원더랜드>가 각자의 방식을 자유롭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언급했다.

분명 <원더랜드>는 <그녀>(2014년)의 설정처럼, '외로운 이들에게 말동무 이상'의 존재가 되어줄 수 있는 인공지능이 등장하려는 현재 시점에서 분명 생각해 볼 여지를 주는 작품이다.

앞서 언급한 세 주인공은 '원더랜드' 서비스의 인공지능('바이리'), 이용자('정인'), 개발자('해리', '현수')로 나눠볼 수 있다. 이 세 주인공이 '원더랜드'라는 공간을 이용하는 모습은 마치 '쥬라기 공원'을 떠올리게 한다.

<쥬라기 공원>(1993년)은 '벼룩 서커스'를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속여왔었던 한 부자가, 지금은 없는 존재를 창조하면서 벌어진 '윤리 문제'를 온전히 해결하지 못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원더랜드' 역시 지금 우리 곁에서 만날 수 없는 '존재'를 '과학 기술'로 살려내려 한다는 지점에서 '윤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상상하게 해준다.

'화란'이 '바이리'에게 "너는 내 딸이 아니다"라고 말을 하거나, 깨어난 '태주'가 '원더랜드'의 '태주'를 보는 장면, '쿠키 영상'에 등장하는 '현수' 어머니가 '원더랜드'의 '용식'을 화면으로 만날 때는 대표적인 세 주인공이 겪어야 하는 '윤리 문제'다.

김태용 감독도 "인공지능이라는 영화적인 상상력이 구현된 소재가 주는 즐거움보다는 가상 세계와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진 세상에서 그것을 받아들이는 윤리적인 접근에 주목하고자 했다"라면서 작품에 대한 주요 메시지를 전했다.

문제는 이런 '주요 메시지'가 대중에게 얼마나 잘 접근했는가인데, <원더랜드>는 개봉 2주 차인 현재 손익분기점인 약 290만 명에도 훨씬 모자란 상황의 '흥행 성적표'를 받고 있다.

이는 주요 메시지를 위해서 상당히 많은 떡밥을 던지고 있음에도, 그 떡밥을 온전히 회수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례로, 인공지능으로 구현된 사람들을 모니터링하는 인공지능 '성준'(공유)이 '바이리'에게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플래너들은 왜 '바이리'를 통제하지 않고 움직임을 허용해 줬는지, 세상을 떠난 손자 '진구'(탕준상)를 '원더랜드'를 통해서나마 지원하고 싶었던 할머니 '정란'(성병숙)의 에피소드는 갑자기 '서비스 종료'로 끝내버리고 말았는지 등 공허한 물음표만 남다 보니 관객 입장에선 '그래서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이 뭔데?'라는 질문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Copyright © 알려줌 알지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2024 ALLYEOZUM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