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0억 건물주에 1억 용돈까지” 그런데 공황장애 앓았던 여배우
이 정도면 누구나 부러워할 삶일 것이다. 안방극장을 장악했던 전설적인 여배우, 대한민국 스포츠계를 이끌었던 농구 스타의 아내, 그리고 180억 건물과 40개의 통장을 관리하는 재테크 여신.
그런데 이 모든 타이틀을 가진 여배우가 한때는 “숨이 막혀 쓰러질 것 같았다”며 공황 증상을 고백한 사실, 알고 있었는가. 그녀는 한 방송에서 “아무도 모르게, 눈 뜨고 있으면 가슴이 벌렁거리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모두가 부러워하던 삶 뒤엔, 완벽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과 멈추지 않는 긴장이 있었다. 그리고 그 긴장감은 결국 건강의 경고로 돌아왔다.


“하차하라는 말보다 힘들었던 건 내 안의 불안이었어요”
최란은 1979년 미스춘향 진 출신으로 데뷔해 드라마 ‘허준’, ‘형사’, ‘서울의 달’ 등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국민 여배우로 불렸던 그녀는 작품마다 특유의 친근하고 단단한 연기로 안방극장을 장악했지만, 그 이면에는 늘 연기에 대한 불안과 자기검열이 뒤따랐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작품 하나 끝날 때마다, 그다음에 내가 설 자리가 있을까 두려웠다”고 말했다. 특히 결혼 이후에는 대중의 기대치가 ‘완벽한 아내’, ‘따뜻한 이미지’, ‘성공한 여성’으로 고정되면서, 실제로 감정 표현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고 고백했다. “누가 나를 안 좋은 눈으로 보면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는 말은, 단순한 긴장감이 아닌 공황 상태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드라마 속 완벽한 엄마지만, 현실에선 감정조절이 어려웠다
결혼 이후 최란은 농구스타 이충희와 함께 ‘이상적인 커플’로 불렸다. 심지어 남편이 농구단 감독 시절 성적 부진으로 비판을 받을 땐, “내가 농구단을 사버릴게”라는 말을 할 정도로 극강의 내조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든든한 아내’의 이미지가 계속해서 반복되자, 그녀는 점차 본인 감정을 숨기게 되었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도 모든 선택은 ‘좋은 엄마여야 한다’는 강박 속에 이루어졌고, 실제로 감정 기복이 심할 때는 아이에게 소리 지른 뒤 방 안에서 몰래 울었던 적도 있다고 했다. 이는 전문가들이 말하는 역할 과잉 스트레스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겉으로는 밝고 완벽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자기 기준에 짓눌려 번아웃 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문가 “과도한 책임감이 심장 두근거림, 호흡곤란 유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최란이 겪었던 증상에 대해 “공황장애 전조 증상이거나, 장기적인 스트레스 노출로 인한 신체화 증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특히 고정된 사회적 역할이 있는 경우, ‘지금 무너질 수 없다’는 심리가 오히려 불안 반응을 촉진한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완벽한 사람 콤플렉스’는 심장 두근거림, 갑작스러운 식은땀, 머리가 멍해지는 증상으로 이어지고, 일상에까지 영향을 주는 순간 정신적 붕괴가 시작된다고 경고한다. 최란은 방송에서 “카메라가 꺼지면 오히려 더 힘들었다. 좋은 말만 해야 한다는 게 가장 버거웠다”고 털어놨다. 이는 겉보기와 실제 내면 간의 괴리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이 상당했음을 보여주는 증언이다.

지금은 돈보다 마음 관리가 더 중요한 때
이제 최란은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가장 큰 재산이라고 말한다. 과거엔 통장 40개를 나눠 관리하고, 하루 종일 부동산 시세를 체크하며 ‘잘 사는 삶’에 집착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자신을 괴롭히던 기대에서 한 발 물러서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여전히 성실하게 재테크를 하고, 남편을 위해 1억 원짜리 선물도 준비하지만, 이제는 “하루에 한 번이라도 마음이 편한 시간이 더 소중하다”고 말한다. 연예계 대표 잉꼬부부로 불리며 40년째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그녀는, 외부의 시선을 만족시키기보다 스스로의 감정을 보살피는 법을 배운 것이다. 최란은 오늘도 완벽한 여배우가 아닌, 균형 잡힌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