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영국, 이탈리아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프로젝트 GCAP(Global Combat Air Programme)가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복잡한 국제정치적 각축장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프랑스와 스페인 언론들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일본의 GCAP 참여에 대해 상당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Defense News 취재에 응한 다카기 준교수는 "트럼프 재집권으로 GCAP가 미국제 전투기와의 경쟁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단순한 예측이 아닌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프랑스와 스페인 매체들은 "워싱턴이 일본의 GCAP 참여를 환영하지 않으며, 사우디의 GCAP 참여 움직임에 이스라엘이 분노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용히 진행되는 일본의 전략, 그 이유는?
흥미롭게도 일본은 GCAP에 대해 매우 조용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GCAP에 대한 관심이 높아 의회가 포괄적인 보고서를 발표하고 언론도 활발하게 보도하고 있지만, 일본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럽과 일본의 방산업체를 연결하는 일을 하는 International Security Industry Council의 안젤라스 회장은 "일본의 일반인들은 GCAP의 존재를 거의 모르기 때문에 이 신형 전투기에 대한 인식을 높이려 했지만 현지의 저항에 직면했다"고 말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일본에서 GCAP 관련 프로모션을 기획할 때 'GCAP'라는 단어 자체를 빼야 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신중한 접근에는 일본만의 특별한 사정이 있습니다.
정책연구대학원대학의 다카기 준교수는 "일본의 방산업계는 수십 년간 문제를 안고 있으며, 정치인들도 '일본은 평화주의 국가여야 하고 방산업계는 필요 없다'는 목소리를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복잡한 이해관계와 워크셰어 협상의 난항
GCAP 프로젝트의 복잡성은 단순히 기술적 측면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영국, 이탈리아, 일본은 비용을 억제하면서 2035년까지 신형 전투기를 개발하려 하지만, 워크셰어, 프로그램 비용, 수익 배분, 독자적인 정보나 기술 이전,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제3국의 참여 등에 대한 세부사항을 조율해야 합니다.

Asia Pacific Initiative의 시니어 펠로우인 오노우에 연구원은 "어느 나라든 워크셰어와 이익 배분을 최대화하면서 경제적 부담은 최소화하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협상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작년 말 영국에서 GCAP 관리를 담당하는 국제기관 GIGO가 발족했고, BAE, 레오나르도, 일본항공기산업진흥주식회사 3사도 개발, 설계, 납품업무를 담당하는 합작회사 설립을 발표했습니다.
GIGO의 초대 톱에는 전 방위심의관인 오카 마사오미 씨가 취임했지만, 실질적인 개발을 총괄하는 합작회사의 톱에는 이탈리아인이 취임할 예정입니다.
트럼프 재집권이 가져온 새로운 변수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은 GCAP 프로젝트에 새로운 위험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바이든 전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 불가능", "비즈니스적", "요구가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카기 준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방산업계에 유익한 무기거래를 우선할 것"이라며 "아베 총리는 좋은 관계를 구축해서 어떻게든 되었지만, 현재 총리는 그만큼 능숙하지 못해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을 어디까지 줄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일본이 아베 정권 하에서 "더 많은 전투기를 미국에서 구입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GCAP가 미국제 전투기와 경쟁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우디 참여를 둘러싼 미국과 이스라엘의 격렬한 반발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의 GCAP 참여 가능성입니다.
이 문제는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적 우위를 보장하는 질적군사우위(QME) 전략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Intelligence Online은 "일본은 GCAP와 관련해 미국과 이스라엘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다"며 "유럽 동맹국과 협력해 6세대 전투기를 개발한다는 일본의 결정을 워싱턴이 환영하지 않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의 GCAP 참여 움직임에 이스라엘의 모사드가 분노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최신 스텔스 기술과 센서 융합 기술을 갖춘 6세대 전투기가 사우디에 제공되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일본에 주재하는 이스라엘 국방 담당자들에 의해서도 제기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일본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모사드 전 부장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본 정치권의 딜레마와 미래 전망
일본 내부적으로도 GCAP는 정치적 저항과 여론의 엄격한 감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시다 전 총리는 연립정권을 구성하는 파트너와 협상해 방위장비이전 3원칙을 GCAP 수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개정을 시도했지만, 이 규칙이 어느 정도 완화되었음에도 국회는 향후 수출에 엄격한 조건을 설정했습니다.

정권을 이어받은 이시바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과 연립을 구성하는 공명당은 작년 선거에서 과반수를 잃었습니다.
오노우에 씨는 "방위장비이전 3원칙 개정은 우선순위가 높지 않아 현 정권이 개정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며 "입장이 약한 여당이나 정권은 정말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다카기 준교수는 "만약 정부가 'GCAP가 미국제 전투기를 구입하는 것보다 저렴하다'고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다면 GCAP가 인기를 얻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습니다.
GCAP의 성공을 위해서는 계획을 더욱 구체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카기 준교수는 "국제공동개발에 지연이 발생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GCAP가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 하나하나 단계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안젤라스 회장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라며 "일본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바탕으로 결단을 내리고 GCAP로 영국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GCAP를 둘러싼 상황은 군사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정치적이며, 앞으로도 예상치 못한 일들이 계속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