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 하이브 방시혁은 정말 ‘사기거래’를 했나

구주주 속지 않았고 ‘언아웃’은 시장의 관행

코로나19 유동성 과잉으로 예상치 못한 IPO

투자자 누구도 손해 안본 거래…‘사기’ 무관

증거인멸·도주우려 없고 검찰은 구속영장 반려

자본시장에서는 늘 두 개의 정의가 충돌합니다. 하나는 불공정거래를 엄단해야 한다는 정의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 참가자들이 사후적 형벌 위험에 떨지 않고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정의입니다. 둘 다 중요합니다. 전자가 무너지면 시장은 투기장이 되고, 후자가 무너지면 시장은 얼어붙습니다. 이번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건은 바로 그 두 정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례입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최근 방 의장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경찰의 인지수사 착수로부터 1년 4개월 만입니다. 그러나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반려하고 보완수사를 요구했습니다. 일단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단계로 가는 길목에서 제동이 걸렸습니다. 다만 이것으로 논란이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경찰은 보완수사를 거쳐 다시 영장을 신청할 수 있고, 사건의 본질적 쟁점들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자본시장의 관점에서 짚어볼 문제와 의문점이 적지 않습니다.

경찰은 방 의장이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없다고 설명해 지분 매각을 유도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방 의장은 이보다 앞선 2017년 12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레전드홀딩스 벤처캐피탈, LB인베스트먼트 등 주주들과 IPO를 논의하고 있다”고 이미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다만 “시기와 규모는 정해진 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비상장사의 IPO는 회사 성장 단계, 투자유치 시간표, 구주주 이해관계, 증시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시점이 바뀝니다. 실제 2019년 빅히트엔터테인먼트(현 하이브)는 일본 소프트뱅크벤처스 등 해외 투자유치를 상장의 대안으로 검토 중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곧 상장할 것”이라고 확정적으로 말하는 게 오히려 거짓이 됩니다. 게다가 레전드홀딩스는 LP(자금을 대는 투자자)의 엑시트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하이브에 지정감사 신청을 먼저 요구했고, LB인베스트먼트도 그 절차를 공유받고 있었습니다. 구주주들이 IPO 가능성 자체를 모른 채 속아서 지분을 판 것이 아닙니다. 더구나 이들 구주주는 하이브 지분을 여러 차례 분할 매도했고, 투자 원금 대비 상당한 차익을 얻었습니다.

구주주들은 진짜 속아서 지분 팔았나

경찰은 방 의장의 지인 김 모 씨가 결성한 이스톤 2호 펀드를 ‘기획 펀드’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딜 구조를 보면 ‘기획’이라기보다 ‘구원투수’에 가깝습니다. 2019년 당시 빅히트엔터의 구주 원매자는 많지 않았습니다. 하이브가 방탄소년단이라는 단일 지식재산권(IP)에 지나치게 의존했고, 멤버들의 병역 문제 등이 투자자들을 망설이게 했습니다. 국내 투자 경험이 있는 미국계 PEF 두 곳과 일본계 투자자 한 곳이 실사까지 진행했지만 모두 철회했습니다. 글로벌 전문 투자자들도 포기한 거래를 2011년부터 빅히트엔터에 투자해 온 김 모 씨가 받은 것입니다. 방 의장의 ‘측근’이라는 표현은 의구심을 키우지만, 자본시장에서는 회사를 오래 알고 비전에 공감하는 투자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들어오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투자자가 없으면 VC의 구주 출회 자체가 성사되지 않습니다.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된 ‘언아웃’(earn-out)을 둘러싼 논란도 따져봐야 합니다. 언아웃을 자본시장 용어로 풀면 ‘다운사이드 프로텍션과 업사이드 셰어링’입니다. PEF가 창업자에게 풋옵션을 요구합니다. IPO 실패 시 지분을 되사 달라는 조건입니다. 그 반대급부로 창업자는 상장 성공 시 초과수익의 일부(이 건에선 30%)를 공유받습니다. 대주주 경영권 상실 리스크를 감수한 대가입니다. 이 구조는 2018년 10월 스틱인베스트먼트가 LB인베스트먼트 구주를 매수하면서 먼저 제안한 방식이고, 당시 법률 검토를 거친 표준적 거래였습니다.

이스톤 2호도 같은 구조를 복제했을 뿐입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 약정이 비밀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이스톤 2호의 투자유치 IM(투자제안서)에 포함돼 있었고, 출자한 LP들 모두가 인지한 조건이었으며, IM을 수령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었습니다. 부정한 수익을 감추려 했다면 IM에 넣었을 리가 없습니다.

표준적 거래 ‘언아웃’을 사기라고 하면

경찰 논리의 출발점은 ‘방 의장이 2019년 시점에 이미 2020년 IPO를 확정해 두고 구주주를 속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자본시장이 실제 움직인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당시 방 의장의 자금조달 목표는 1조 원 규모였고, 용도는 미국 엔터사 인수자금이었습니다. 이 규모가 확보되지 않으면 상장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유치가 우선순위였지만 2019년 말 최종 무산됐습니다.

2020년 하이브의 IPO가 성사된 것은 예측 불가능했던 여러 변수가 겹쳤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례 없는 유동성 과잉 공급, 둘째는 이에 따른 증시 급등과 공모주 열풍, 셋째는 2020년 8월 BTS '다이너마이트'의 세계적 성공입니다. 여기에 세븐틴의 소속사 플레디스 M&A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들 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4조8000억 원의 기업가치와 IPO 대성공은 없었을 것입니다.

당시 자본시장에서는 엔터 업종의 직상장 사례가 없었던 데다 성과도 미미해 하이브의 상장은 잘해야 2023~24년쯤에나 가능할 것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와 과잉 유동성, 이에 따른 증시 폭등이 예상치 못한 하이브 상장을 가능케 한 것입니다. 물론 방 의장 입장에서는 하이브 상장으로 큰돈을 번 게 지금의 고난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새옹지마'라는 생각도 듭니다. IPO는 증권거래소와 금융당국 심사를 통과해야 성사되며, 장기간 소요되고, 중단·철회도 빈번합니다. ‘1년 전에 미리 짜둔 각본’이라는 가정은 시장에서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경찰이 의심하는 또 한 가지는 주주 간 계약을 증권신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인데, 이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는 주관사와 법률자문사 네 곳이 “특정 주주 간 계약이므로 일반 주주에게 재산상 손해가 없어 기재 대상이 아니다”라는 법률 의견을 낸 결과였습니다. 주관사에는 계약 내용이 제공된 정황이 분명합니다. 숨기려 했다면 주관사에도 알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더 결정적인 사실은 따로 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2024년 12월 31일 상장주선인의 기업실사점검표를 전면 개정해 주주 간 계약서와 구두 합의까지 기재를 의무화했습니다. 규정이 바뀌었다는 것은 그전까지 해당 규정이 명확하지 않았거나 없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6년 전 행위를 4년 뒤 만들어진 기준으로 단죄하는 것은 소급 적용입니다. 죄형법정주의 원칙에도 반합니다.

IPO가 과연 1년 전 각본대로 될까

마지막으로 절차적 문제입니다. 때로는 절차가 본질보다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경찰의 영장 ‘신청’은 원래 극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사안입니다. 압수수색 신청이 흘러나가면 증거인멸 우려가 커지고, 구속영장 신청이 새면 피의자의 도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방시혁 의장 사건에서는 2025년 6월 압수수색 영장 신청이 언론에 흘러나갔고, 이번 구속영장 신청은 경찰이 기자단에 직접 알렸습니다. 방 의장은 지난해 8월 미국 체류 중 자진 귀국해 현재 출국금지 상태이며, 9~11월 다섯 차례, 총 70여 시간의 소환조사에도 응했습니다. 증거인멸 우려도, 도주 우려도 없습니다. 구속의 실질 요건이 충족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경찰은 영장 신청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여론을 압박했습니다. ‘불필요한 인신 구속은 지양한다’는 수사 대원칙에도 배치됩니다. 경찰의 과잉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경찰이 사건의 본질에 확신이 있었다면 1년 4개월을 끌 이유도, 방탄소년단 공연 일정을 지연 사유로 거론할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하이브 방시혁 의장 사건을 자본시장의 눈으로 보면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정상적 PEF 거래구조인 ‘풋옵션-언아웃’이 사후에 ‘사기적 부정거래’로 재해석되면 어떤 창업자도 PEF 투자를 안심하고 유치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또 상장 시점에 존재하지 않던 공시 의무가 소급 적용되면 이미 상장한 어떤 기업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영장 신청 단계를 공개하는 수사가 전례로 굳어지면 모든 상장사 오너가 유사한 리스크에 노출될 것입니다.

K-엔터 상징 인물에 무리한 잣대 들이대면

방 의장은 방탄소년단을 세계적 그룹으로 키워낸 K-엔터테인먼트의 상징적 인물입니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미국 독립기념일 참석 및 BTS 월드투어와 관련해 경찰에 출국금지 해제 협조 요청 서한을 보낼 만큼 그의 동선은 이미 한 기업 총수의 일정을 넘어섰습니다. 물론 그런 위치에 있다고 해서 법의 잣대를 느슨하게 적용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거꾸로, 그런 위치의 인물이라고 해서 무리한 잣대를 들이대도 안 됩니다.

자본시장은 단순히 선악의 잣대로 재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누가 유명한가보다는 어떤 규칙 아래 거래했고, 그 규칙이 당시에도 충분히 타당했는가를 묻는 곳입니다. 경찰은 방 의장에 대해 자본시장법상의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적용했지만 하이브 상장을 통해 공모 투자자는 물론 벤처캐피탈·사모펀드 등 투자자 누구도 손해를 본 게 없고, 대부분 큰 이득을 얻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하이브 방시혁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은 몇 가지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과거의 불확실한 IPO 판단을 사후적으로 범죄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모펀드 거래 구조를 지나치게 음모론적으로 재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불구속 수사 원칙보다 보여주기식 신병 확보가 앞서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질문입니다.

검찰은 이번에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 신청을 반려했습니다. 적어도 신병 확보가 앞섰다는 의문에 대해서는 검찰이 먼저 답을 내놓은 셈입니다. 그러나 나머지 질문들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경찰이 보완수사 후에 다시 영장을 신청할 수도 있고, 어쨌든 본안 수사는 계속될 것입니다. 그래서 법원의 판단에 앞서 자본시장의 시각에서 몇 가지 의문들을 다시 한번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박종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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