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밭까지…끝나지 않은 ‘왕우렁이의 역습’

이시내 기자 2024. 9. 1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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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일대에서 벼 어린모를 갉아먹는 왕우렁이 피해(본지 7월1일자 8면 보도)가 미나리밭으로까지 확산되면서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겨울 미나리 주산지인 나주 노안면에선 수로를 타고 유입된 왕우렁이가 미나리 시설하우스에 침범해 모종을 갉아먹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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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일대에서 벼 어린모를 갉아먹는 왕우렁이 피해가 미나리밭으로까지 확산되면서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김봉옥 나주 미나리생산자연합회장(왼쪽)이 편지형 전남농협본부 부본부장에게 왕우렁이가 갉아 먹은 미나리 모종 재배 시설하우스를 가리키며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전남 나주 노안면에서 여름 출하용 미나리를 재배하는 시설하우스의 가장자리에 분홍빛 왕우렁이 알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전남 일대에서 벼 어린모를 갉아먹는 왕우렁이 피해(본지 7월1일자 8면 보도)가 미나리밭으로까지 확산되면서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겨울 미나리 주산지인 나주 노안면에선 수로를 타고 유입된 왕우렁이가 미나리 시설하우스에 침범해 모종을 갉아먹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 지역 50여 농가가 200㏊가량 규모로 노지와 시설하우스에서 미나리를 재배하는데 9월초 현재 15농가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실제 미나리 모종을 재배하는 시설하우스엔 밭 군데 군데가 머리카락이 쥐어뜯긴 것처럼 비어 있었다. 가장자리엔 분홍빛 왕우렁이 알들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노명학씨(노안면 영평리·68)는 “미나리를 파종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잘 자라지 않아 이상하게 여기던 중, 어느새 밭이 왕우렁이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인근에 친환경벼 재배 논에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한숨을 쉬었다. 

방제제가 일정 효과를 내고 있지만, 왕우렁이가 빠른  속도로 증식하고 있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노씨는 “외국인 노동자 2~3명을 동원해 한차례 수거했지만 개체수가 무섭게 불어나고 있어 두손 들었다”며 “시설하우스 7동(9917㎡) 수확을 포기했으며 완전히 갈아 엎은 뒤 겨울미나리 출하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겨울 미나리 파종이 시작된 노지 상황이다. 이 지역 농가들은 벼 수확 후 이모작으로 미나리를 심어 추가 소득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벼 수확을 마친 논 곳곳에서 이미 왕우렁이가 발견되고 있어, 농가들은 광범위한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9만9173㎡(3만평) 규모로 겨울 미나리를 짓는 김봉옥 나주 미나리생산자연합회장(73)은 “로터리 작업 후에 논바닥에 콩알만 한 왕우렁이들이 깔려 있는데, 시설하우스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며 “3~4년 전에도 왕우렁이 때문에 출하를 일부 포기했던 전례가 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상황이 나쁘다”고 토로했다.

김종성 노안농협 조합장은 “올해 이상기후로 인해 왕우렁이 피해가 작목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며 “9월 중순 본격적인 미나리 파종 작업을 앞두고 있는데 모종 재배 때부터 파열음이 나고 있어 올해 생산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나주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여름 미나리를 출하하는 시설하우스 농가에서 피해가 확인됨에 따라, 재배 농가들에게 유기농자재 살포와 배수구 망 설치 등 대책을 권장하고 있다”며 “올겨울도 평년보다 따뜻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겨울 미나리 작황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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