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부른 법사위, 정청래 “검찰이 조작” 전현희 “힘내시라”

김형원 기자 2024. 10. 4.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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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징역형 이화영 법사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불러내
이재명 대표 연루 ‘불법 대북 송금’ 변론의 장 깔아줘
검찰 “재판 결과에 영향 미치려는 것”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왼쪽)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 출석, 정청래 법사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제출한 후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검사 탄핵 청문회에서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피고인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 수사와 1심 재판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당 의원들이 징역형을 받고 수감 중인 피고인에게 변론의 장을 깔아주며 사실상 ‘국회 내 재판’을 연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장은 재판장,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변호인 같은 역할을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 사건의 공범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3일 검찰은 입장문을 내고 “이번 청문회 목적은 이화영 항소심과 이재명 대표의 대북 송금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이라며 “다수당이 국회로 법정을 옮기면 헌법이 정한 3심제가 무너진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형사재판 중인 피고인을 국회에 불러 마음껏 거짓말하도록 했다”며 “이화영은 자신의 1심 판결과 관련해서 법사위원들에게 ‘이런 점들에 관해 관심 가져 달라’고 부탁했는데, 대한민국 어느 피고인이 이런 특권을 누릴 수 있느냐”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방탄을 위해 국회 상임위까지 사유화했다”며 “국회 법사위의 검사 탄핵 청문회는 사법 방해의 결정판이자, 범죄 혐의자가 국가기관을 성토하는 범죄적 장면이었다”고 썼다.

그래픽=백형선

지난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사 탄핵 청문회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자기 변론 위주로 진행됐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검찰의 ‘회유 정황’을 물으면, 이 전 부지사가 “회유·압박이 계속됐다”고 대답하는 식이었다. 앞서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 요청에 따라 김성태 전 회장이 이재명 대표의 방북 비용을 대납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날 청문회가 개최된 명분은 ‘검사 탄핵’이었지만, 당사자인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는 불출석했다. 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와 반대되는 진술을 했던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도 나오지 않았다. 당사자들의 반론이 제기되기 불가능한 환경에서 이 전 부지사는 “김성태 전 회장과 저를 포함한 사건 관계자가 같은 공간에서 대질이라는 명분 아래 진술을 맞췄다”며 “진술이 다르면 서로 교정하는 ‘진술 세미나’였다”고 했다. 또 “그 과정에서 갈비탕, 짜장면, 연어가 제공됐다. 음식을 즐긴 건 수십 번이고 술도 한 번 마셨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검사가 공범을 불러 같은 자리에서 진술 세미나를 하게 한 건 직권 남용”이라고 했고, 같은 당 전현희 의원은 “이화영 증인 많이 힘드실 텐데, 힘내시라”고 응원했다.

민주당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질의응답 시간이 아님에도 이 전 부지사가 일방적인 자기주장을 펼치도록 내버려뒀다. 그러면서 “이화영 증인이 답답할 수가 있다”며 “위원장으로서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편파 진행’에 이의를 제기하자 정 위원장은 “(여당 의원들이) 이화영 증인 발언을 집단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거세게 항의하는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에게는 “오늘 곽 의원 발언권을 중지한다”고도 했다.

정 위원장은 자신의 질의 시간엔 이 전 부지사가 감옥에서 썼던 비망록을 꺼내어 6분가량 그대로 읽어 내렸다. 정 위원장이 “이런 것이 사실입니까” “그렇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을 때마다 이 전 부지사는 “그렇습니다”라고 반복해서 대답했다. 법사위원장이 질의 형식으로 이 전 부지사의 ‘변론문’을 통으로 소개한 셈이다. 정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를 엮으려 했던 전형적인 검찰의 조작 사건”이라고도 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김성태 전 회장이 이재명 대표의 재판 비용을 제공했다는 취지의 이 전 부지사 육성(肉聲) 녹음 파일을 제시하면서 반격했다. 녹음 파일은 작년 7월 이 전 부지사가 자신의 변호인에게 “김성태 전 회장이 이재명 대표의 재판을 도와줬다는 것을 폭로하려 한다”며 “지금 사실은 굉장히 두렵다”고 말하는 내용이다. 청문회장에서 녹음 파일이 재생되자 이 전 부지사는 “이걸 어디서 구했느냐. 검찰이 준 것 같다”고 따졌다.

청문회가 끝난 뒤 국민의힘 법사위 관계자들은 “국회 법사위가 이 전 부지사 개인 로펌으로 전락했다” “마치 면죄부를 주기 위한 인민재판장 같았다” “이재명 대표 변호사가 해야 할 일을 왜 국회에서 하느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3일 기자들과 만나 “범죄 혐의자가 국가기관을 공격하는 장이 (국회에) 마련된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연주 대변인도 논평에서 “민주당이 청문회를 일방적으로 개최하는 것부터가 이 대표 방탄”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국회를 방탄 목적으로 ‘사유화’하고 있다는 지적은 여러 차례 제기되어 왔다. 지난 7월 두 차례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문 청문회가 대표적이다. 청문회 개최 명분은 해병대원 순직 사건의 진상 규명이었지만,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희석하기 위한 용도”라는 해석을 낳았다.

민주당은 지난 8월 국회에서 ‘민주당 돈봉투 사건’을 수사한 김영철 검사 탄핵 조사 청문회도 열었다. 이 또한 “돈봉투 사건 재판에 영향을 미치고 수사 검사까지 겁박하려는 목적”이라는 법조계 비판에 부딪혔다. 민주당의 방탄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청문회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 2일 국회 법사위 회의장에서 이화영 전 지사의 주장이 여과 없이 생중계되자 검찰은 “법정에서는 거짓말하더라도 객관적 증거에 따라 허위성이 드러나지만, 청문회에서는 거짓말에 대한 검증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민주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치 검찰의 몸이 바짝 달았다”며 “그렇게 자신 있으면 국회 나와서 반박해야지 얻다 대고 지적질이냐”고 했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요청으로 북한에 800만달러를 대납했다는 사건이다. 당시 경기지사였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쌍방울그룹의 대북 사업을 돕는 대가로, 경기도가 북한 측에 냈어야 할 자신의 방북 비용(300만달러)과 스마트팜 사업비(500만달러) 등을 대신 내도록 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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