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의 두 축인 현대차와 기아는 같은 그룹 내 형제기업인데도 주주환원 측면에서 다른 모습을 보인다. 현대차는 자사주 소각으로 주식 가치를 높이고 기아는 배당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으로 소액주주들이 수혜를 누릴 수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의 서로 다른 주주환원 전략을 통해 거버넌스 차원의 이익을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지배구조에서 현대차의 자사주 소각과 기아의 고배당 정책은 각각 최대주주의 이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현대차 '자사주 소각' 지배력 지렛대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5년 현대차의 배당금총액은 2조6183억원으로 배당성향이 27.7%를 기록한 반면 기아는 배당금총액 2조6425억원으로 배당성향이 34.9%에 달했다. 같은 기간 현금배당수익률은 현대차가 보통주 기준 1.9%에 불과하나 기아는 4.2%를 기록했다.

양사 모두 총주주환원율(TSR) 35% 이상을 목표로 주주환원에 나서고 있으나 세부 전략에 차이가 있음에 따라 배당 규모가 달라졌다. 현대차는 현금배당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자사주 매입·소각을 병행해 주식 가치를 올리는 방식으로 주주환원에 나서고 있다. 기아는 고배당 성향을 유지해 TSR 목표를 달성 중이다.
현대차는 현금배당을 하고 있지만 자사주 매입·소각도 무게를 두고 있다. 2023년 4월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며 발행주식수의 3%에 해당하는 자사주 물량을 3년간 1%씩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2024년 8월 기업가치제고계획에서는 2025~2027년 연간 1주당 최소배당금 1만원과 함께 이 기간 4조원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적극적으로 자사주 소각을 진행해 가고 있으며 이달에도 약 4000억원 규모 매입을 완료해 연내 소각할 예정이다.
현대차의 자사주 소각 정책은 주가 부양 측면에서 소액주주에게 이득이 되며 거버넌스 측면에서도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는 현대모비스가 있으며 지배력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으로 이어진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의 자사주 소각 정책으로 인해 그룹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었다. 현대모비스의 현대차 지분율은 2022년 말 21.43%에서 2023년 말 21.64%, 2024년 말 21.86%, 2025년 말 22.36% 등으로 증가했다. 2025년 말 지분율은 2022년 말 대비 0.93% 상승했다. 현대모비스가 지분을 직접 취득해 지배력을 높이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지만 부품 공급과 로보틱스 양산을 위한 투자를 진행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크다. 그러나 현대차가 자사주를 소각해 분모를 줄이면서 자연스럽게 현대모비스의 지배력이 강화될 수 있었다.
현대차의 주가가 오르면 정의선 회장의 실탄이 증가하여 승계 옵션이 많아진다.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율이 0.33%(30만3759주)에 불과해 미완의 승계를 해결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적하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려면 기아 등 계열사가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 정 회장은 현대차 지분 2.73%(559만8478주)를 들고 있으며 1일 종가(48만8000원)를 반영하면 2조7321억원 규모다. 지분 가치가 커지면 매각, 스왑 등 활용 방안이 많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기아 '고배당 정책' 현금 재배치 효과
기아의 고배당 정책은 그룹 경영에 도움이 된다. 기아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잉여현금을 주주에게 직접 환원하는 전략을 가졌다. 구조가 단순한 만큼 벌어들인 이익이 배당으로 이어지는 비중이 높다.
현대차가 기아 지분 35.17%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배당금의 상당액이 현대차로 흘러간다. 기아가 그룹 상단으로 현금을 공급하는 통로 역할을 하면 현대차는 그룹 내 현금을 흡수하고 재배치하는 중간 허브가 될 수 있다. 또 기아 지분 1.81%를 가진 정 회장에게도 막대한 현금을 안겨준다.
기아는 현대차의 지배력이 막강해 지분 확보에 대한 부담이 작다. 따라서 자사주 소각보다는 현금 창출·공급을 위한 배당 중심의 주주환원 정책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주주환원 정책에는 지배구조 역할도 반영됐다. 기아는 완성차 본업의 현금창출력이 강한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높은 배당이 주주환원의 핵심 수단으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현대차는 완성차 제조사이면서도 그룹의 주축으로서 자율주행을 비롯해 미래차 전환, 수소 생태계, 로보틱스 등 전략 투자를 이끌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현금배당을 유지하면서도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식을 선택할 여지가 더 크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현대차는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회사인 반면 기아는 상대적으로 개별 사업회사 성격이 강하다"며 "양사의 지배구조를 동일하게 볼 수 없는 만큼 자본정책의 방향성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영찬,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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